민주화의 시대에서 다원화와 공존의 시대로

민주당은 진화할 것인가 도태될 것인가

by 남재준

https://youtube.com/shorts/coMEMiZYQGg?si=dQ1mGfHmN61woNKb


이인영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당대표 재선에 도전할 때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못했지만 나름대로 민주당 나아가 민주진보진영의 새로운 길을 고민하고 논의의 장을 열고자 했다. 당시 그가 내 댓글에 답글을 구체적으로 달아준 것을 보고 감명을 받았었다.

통일부장관 재임 시절 대회에서 만났는데 짧게 농담을 주고 받았고 소탈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국문과 출신으로 아직도 문학을 가까이 하고 대학생 사회운동가로 시작해서 중도진보 중진 정치인에 이르기까지의 여정도 흥미롭다. 인문적 감수성을 지닌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이인영 의원도 좋다고 생각해왔다.

나는 2024년 총선에서 이인영 의원이 살아남은 이유를 잘 모르겠다. 한 가지 추정은 구로에 이인영이 너무 오래 자리를 잡아서 대체가 쉽지 않았을 수 있겠다는 정도랄까.. 그래도 당시 톤 다운했던 비명계 인사들을 이해는 한다. 일단 살아남아야 후일이라도 도모할 수 있다.

그리고 안타깝다. 그의 말대로 비전과 정책을 가지고 토론해서 더 개선된 버전의 수권정당을 만들어야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포용적 바이브와 당내 민주주의부터 근본적으로 훼손되었으니까.

모든 것에 동의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건 절대 안 된다는 것도 있는 법이다. 그런 라인을 주류 교체 전후부터 현재까지 너무 많이 넘어버린 상황이다.

'민주혁신' 없이는 민주당의 미래는 보수정당과 같은 구세대 기득권 정당이 될 것이고, 중도개혁ㆍ민주진보적 리버럴의 가치도 함께 퇴색될 수도 있다.

본질적으로 '하나'인 과거와 결부된 보수와 달리 진보는 '여럿'인 미래와 결부된다. 19세기의 이성ㆍ과학에 대한 사회진보의 믿음은 20세기에 세계대전ㆍ제국주의 등 처참한 실패와 인권보장ㆍ복지국가 등의 진전을 함께 가져왔다.

굳이 따지자면 진보는 시공간을 가로질러 존재하는 인문주의(Humanism)의 추구이다. 인권과 인간존엄성이다. 그러나 이는 인간중심주의(Anthropocentrism)로 변질되기도 했다. 또 퇴폐적인 포스트모던으로 가기도 했다.

굳이 말하자면 레이트모던(후기근대)의 성찰적 근대성(Reflexive Modernity)의 재호출이 요구된다고 본다. 일례로 인간은 자연 앞에 겸손해져야 하며 자신의 이성을 사회ㆍ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방향으로 활용하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하고 노력해야 하며 이것이 인류사회의 사명일 수 있다. 중요한 건 균형점의 끊임없는 탐색과 더디지만 분명한 한 발자국에 있다.

복합위기에 대한 대응을 협력적으로 하기 위한 네트워크 거버넌스는 숙의민주주의를 통한 담론의 공통 기반 마련 및 품질관리를 통해 파종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중대한 전환기에 홀로 선 민주당은 이제 탈민주화 즉 민주화 시대 정체성의 문을 종막하고 다원화와 공존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열어야 한다. (이런 얘기를 하면 개헌이 꼭 등장하는데, 문재인 개헌안과 같이 기본권 개헌이 수반되지 않는 통치구조 중심 개헌은 안 된다. 또 정계 중심이 아닌 국민 숙의를 통해 통합적인 신헌법을 구성하면서도 동시에 한국의 민주정치 자체를 개혁하는 과정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통치구조 원포인트 개헌은 아무 의미도 없고 정치적 전선을 확장하는 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제도를 운용하는 건 사람과 문화이다.)

추상적이라 해도 가치ㆍ원칙 없는 정치는 독자적 존재 의의가 없다. 정치문화와 의사결정 메커니즘과 이로부터 비롯되는 제반 정책 이니셔티브를 재검토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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