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사회부총리 폐지와 과학기술부총리 신설은 퇴행적이고 비합리적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세대적 인식의 한계를 드러낸다. 행정에서 지속되는 차원과 별도로 정치와 정책의 차원에서 보면 비전과 목표가 특히 차별화된다. 어떤 문제의식이 핵심이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청사진이. 그러니 행정상 이제부터 내가 언급할 부분들이 이미 다뤄지거나 지향되더라도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방향성에 대한 비판과는 별도의 문제이다.
오늘날 AI로 인한 사회변동과 기후위기 등으로 인하여 한편으로는 국민의 과학기술적 리터러시 함양이 시민 의식이나 미디어 리터러시 등의 함양 못지않게 중요해졌다. 다른 한편으로 자동화와 불평등으로 인한 고용과 자산 등의 위기는 가계경제를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있어서 교육-고용노동-복지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정책 대응과 혁신을 요하고 있다.
이는 과학기술을 내생적 성장 이론이건 외생적 성장 이론이건 간에 더는 단지 생산함수의 변수로만 취급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AI와 로보틱스의 발달 등은 경제체제의 근본적 전제로서 '인간의' 경제활동이라는 조건을 변동시켰다. 나아가 우리의 일상생활과 인간관계 등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또 추위가 늦게 오고 늦게 가며 더위가 극심하며 이것이 가스료나 전기료 등에 영향을 미치는 등 기후위기는 아주 생생하게 우리 생활에 체감되고 있다.
이는 종합적으로 사회문화나 정치, 경제 등 한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총체적인 사회변동 차원에서 과학기술을 접근해야 함을 의미한다. 생태/기후 위기에 맞서기 위해서는 인류의 협동이 최대한 필요한데 이것의 전제 조건 중 하나는 사람들의 문제 이해에 있으며 이는 다시 과학적 리터러시에 상당히 의존한다. 결국 국민공통교육과 일반시민 대상 교양 교육 등의 여러 차원에서 과학적 이해를 증진하고 동시에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문화적 차원의 접근을 고민할 수 있는 시티즌십을 기르도록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반드시 과학기술부총리가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부총리는 여러 부처의 정책들을 종합적으로 총괄하는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제외한다면 과학기술 분야에는 부처가 몇 개 되지 않는다. 게다가 예컨대 R&D와 환경관리 등 부처의 주무가 연결되는 것도 제한적인 측면이 있다.
한편 종래의 사회부총리는 문화체육관광, 보건복지, 고용노동, 교육 등의 사회정책 영역들이 산업통상자원, 국토교통, 재정 등의 경제정책 영역들 만큼 양적으로 또 체계적으로 상호 긴밀하게 연계되지 않아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실은 오늘날이야말로 사회정책 차원의 종합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그간 고등교육-노동수요를 서로 연결해 왔는데 이는 거대한 비합리성을 낳았다. 왜냐하면 대학 본연의 기능으로서의 학술연구 기능이 퇴색되는데 그렇다고 해서 대학이 그 본질상 기업이 요구하는 직무능력을 갖춘 인력을 훈련시키는 기관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계 입장에선 등록금 등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하는데 화이트칼라 수요는 대학진학률 급증 등 고등교육 확산 대비해서는 충분치 못한 상황인데다 고졸/비정규직/직업 등에 대한 차별 등으로 기능적 중요도에 따른 사회경제적 대우나 보상의 불균형이 커 왔다.
이러한 제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정책의 제분야들이 통합적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으며, 이제 사회부총리는 그러한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자동화와 양극화 등으로 인한 파고는 앞서 언급했듯 고용 없는 성장의 지속으로 인하여 순수 경제산업정책에 대한 집착만으로는 온전히 해결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사회정책 차원의 접근이 필수인 것이다. 이는 단순히 물질적으로 풍족한 사회경제를 넘어 질적으로 고도화된 사회경제로 나아가려면 필수적으로 중시해야 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본소득을 넘어 기본사회로 종합적인 사회정책 패키지를 강조해 왔다. 그런데 지금은 기본사회는 별다른 말이 없이 고용 없는 성장에만 집착하는 중이다. 또 노동권 보장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노동권만 보장한다고 해서 서민 가계의 삶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청년들이 가장 원하는 관심 정책 분야는 다름 아닌 고용이었다. 복지가 충분히 만족스러운 삶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고, 언제까지 지속될 수도 없으며, 노동이란 그 자체로 보람과 낙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현 상황에선 최악의 청년 고용 한파 속에 있다.
또 앞서 언급했듯 종합적 사회정책 패키지를 대대적으로 밀어붙일 것처럼 말했는데, 중점 부처가 되는 보건복지부의 기능이 거대하므로 보건부와 복지부로 분리하던가 하는 방안이 타당하다고 봤다. 그런데 그러지 않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보건복지부장관을 보건정책 분야가 주 전문 분야인 이로 임명했다. 정은경 장관은 필수로 임명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기왕이면 보건부와 복지부를 나눈 뒤 보건부장관만 맡기고 복지부는 사회복지 전문가에게 맡기는 편이 좋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