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신념이 없는 정치는 정치가 아니다

by 남재준

이재명 대통령이 정치인이 자신의 신념을 실험해서는 안 된다며 실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런데 무엇이 실용적인지는 누가 결정하며, 무엇이 국민의 의지인가?

지방행정은 신념이 없어도 될 지 모르지만, 국정은 신념이 없을 수 없다.

대통령이 혼자 실용이라고 해도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는 실용이 아닐수도 있다.

실용은 이념과 달리 그 자체로 해명되지 않으므로 추가적 설명이 요구된다.

결국 그것도 신념이다.

신념이 없는 정치는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행정과 구분되는 고유의 기능을 잃은 것이다.

대통령직은 단순히 행정을 운영하는 일이 아니라 국가의 방향을 제시하고 지휘하며 주도하는 일이다.

신념이 없다는 것은 아무 방향이 없이 무작정 항해하는 선장이나 매한가지이다.

이재명 정부에는 어떤 신념도 없으며, 정확히 그 지점이 문제이다.

이재명을 MB에 비견하는 이들이 상당했는데, 실제로 MB도 그를 호의적으로 평가했다.

좋아할 일일까?

MB나 이재명의 비리 또는 비리 의혹을 언급하고 싶은 게 아니다.

MB는 샐러리맨 신화를 바탕으로 소위 성과와 실용을 앞세우며 소통 없이 일방적ㆍ독단적으로 밀어붙였다.

그러나 정부는 회사가 아니고, 국정은 경영이 아니다.

정부에는 지향해야 하는 공적 사명이 있고 민주적 원리에 따라 작동해야 한다.

국정에 경영의 요소를 가미할 순 있어도 대통령의 리더십이 CEO 같은 것은 다원화된 시대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민주당계 정당은 전통적으로 경제적 성과만이 아닌 민주주의와 삶의 질 등을 중시해왔다.

MB도 그랬지만 이재명도 아직 성과가 확실치 않으며,
민주주의가 새로운 차원에서 침식되고 있고(권위주의에서 포퓰리즘으로),
삶의 질의 배후에 있는 구조적 문제들은 제대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과 MB는 각각 AI와 건설이라는 서로 다른 산업에의 국가 주도 집중을 말했다.

건설은 한물 간 산업이고, 무엇보다 작은 정부를 말했으면서 국가 주도 사업을 일으키는 모순이 있었다.

AI는 전체적으로 고용 없는 성장을 가속화할 것이며, 인프라가 될 수는 있어도 민생을 살릴 것 같지는 않다.

종래에 진보정당ㆍ시민사회에서 민주당을 두고 '보수정당'이라고 칭했었는데, 어쩌면 그와 약간 다른(정확히는 나쁜 부분만의) 측면에서 이재명과 민주당은 '보수'가 된 것일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에 맞서야 한다.

지금 이 시점에 그 어느 때보다도 요청되는 인본주의ㆍ민주주의ㆍ삶의 질이라는 진보의 최소 요건에서 완전히 이탈해 버렸기 때문이다.

이제 이 가치들은 민주당의 위선과 가식, 폭력성을 감추는 나부끼는 깃발에 불과하게 되었다.

정책이 그대로라도, 정치가 바뀌지 않는다면 사람들의 삶은 변화하지 못한다.

P.S. 굳이 하나 더 시비를 걸자면, '국민 다수의 최대 행복'이 아닌,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휴머니즘'이 더 요구된다고 본다. 이 대통령의 말 뜻이 다주택자나 기득권과의 싸움을 두고 한 것이거나 아니면 일반적으로 정치인들이 쓰는 상투적 표현이라는 점을 모르진 않는다. 그런데 말은 상황 맥락, 사회문화적 맥락, 무엇보다 화자의 특성을 반영한다. 무의식적으로 자기의 가치관이 반영되게 되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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