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실국가質実国家로 가는 길을 여는 대통령과 정부가 되기를
'居馬上得之 寧可以馬上治之乎?'라는 말이 있다.
말 위에서 천하를 얻을 수는 있어도, 말 위에서 천하를 다스릴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전한 태조 고제 유방에게 육가가 진언한 말이라고 한다.
2022년 윤석열 대통령 당선 때와 반대로 2025년에는 이재명 대통령 당선을 적극 지지한 이들이 '역사적 승리'를 자축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보기에, 그들에게는 이제부터가 더 문제일 것이다.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 몸을 낮추었고 무엇보다 다당 구도에서 2020년까지 국정을 운영해야 했다.
또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소수여당으로서 보수 세력을 압도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 명분과 그에게 집중된 권력은 매우 크다.
압도적 다수 의석을 가지고 출범하므로 윤석열 정부와 달리 입법권력과 행정권력을 모두 장악하고 시작하는 것이다.
그간 매우 선명하다 못해 강경한 투쟁 야당으로서의 모습을 강조해 온 상황인데, 심지어 대선 과정에서 제대로 된 비전 및 공약과 정책 등에 대한 비판적 검증조차 없었다.
역사나 정치의 차원은 한 순간일 뿐, 결국 중요한 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삶과 그것들이 놓인 문화적, 제도적, 구조적 맥락 등을 전환하는 초석이라도 마련할 수 있느냐에 있을 것이다.
그것이 후세의 평가에 있어 이재명 정부의 진정한 역사적 유의미와 무의미를 가를 분기점이 될 것이다.
한 마디로 일상적인(Day-by-day) 국정 운영과 정책 입안 능력이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지난 윤석열 정부는 선거에서 승리하고도 계속해 역사와 정치의 차원을 이어가며 자신들을 위한 정무적 합리화에 급급했다.
여당이었던 국민의힘 역시 정치 주도 행정은커녕 대통령을 수평적으로 제어하지 못하고 사실상 대통령의 '정무부' 역할로 전락했다.
결국 민주정치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위헌 계엄 선포라는 극단적인 파국으로 치달았고 국민은 국정 무능과 끝없는 정무적 자기 합리화에 대한 마지막 심판을 이번 대선에서 내렸다.
이재명 치하의 민주당은 이제까지의 민주당과는 매우 달랐다.
본인 말대로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이재명의 대한민국'이 되었다.
본인은 '대한민국의 이재명'이 되겠다고 했지만, 이제까지의 성남시장-경기도지사-더불어민주당 대표로서의 이재명이 보여 준 모습들이 대통령이 되어서 급변할 것 같지는 않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때처럼, 모든 권력을 자신에게 주면 자신이 전권을 가지고 추진력 있게 해낼 수 있음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정국 주도권이나 정책의제에 대한 실질적 결정권을 쥐었을 때 중앙정계에서 압도적 다수 야당 대표로서의 그의 모습은 리더십과 비전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또 대한민국은 성남시처럼 재정이 풍부하지 않고 성남시보다 이해관계가 훨씬 더 복잡하며 사회적, 경제적 구조와 문화 차원의 다종다양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 능력을 과연 이재명 후보가 중앙정계에서 충분히 입증해 왔는가?
그것 없이 '역사적 승리'니 '진짜 대한민국'이니 '진정한 보수'니 하는 구호가 유의미한가?
이런 점에서 나는 그의 당선을 비판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제 그와 민주당은 원하던 모든 것을 가졌고, 사실상 민심을 제외하고는 당분간은 누구도 그들을 제어할 수 없다.
윤석열 정권 타도에 올인하던 민주당이 승자가 되어 갑자기 '성숙한 수권정당'으로 변화하게 되는 것일까?
두고 보아야 할 일이다.
그러나 계속 비판적으로 지켜보겠다.
모든 어제의 승리자들은 언제든 내일의 패배자들이 될 수 있고, 어제의 명군은 내일의 암군이 될 수 있으며 어제의 공신도 내일의 역적이 될 수 있다.
요즘 세상 인심이 변하는 속도는 더욱더 빨라져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되었다.
극심한 양극화와 약해진 사회자본으로 인하여 정치적 위임(Mandate)은 빠르게 소멸한다.
또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과 자원이 많은 것도 아니다.
이런 점들을 두루 생각하면, 이재명 대통령과 새 정부는 더욱 더 살얼음판을 걷듯 신중하게, 자기 합리화와 진영 다툼이 아닌 국민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일들을 하는 '질실국가(質実国家)'를 만들어 나가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