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 몇 시간 후의 단상들

by 남재준

이제 일상으로 돌아간다?

참 황당한 얘기다.

우리 민주주의는 평상시에 약하고 비상시에 강하다.

체제만 지키면 뭐하나?

정치가 진정으로 유의미해지는 때는 결국 평시의 국정이 돌아가는 순간들이다.

더구나 행정권력과 입법권력을 모두 한 세력이 장악했는데 비판적 감시를 하지 않겠다고?

필요한 변화에 대한 사회적 담론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어야 하는데 보수진영은 건전한 비판 기능이라고는 원래 없었고, 진보진영 국민들은 자파 정권에 대해선 유독 관대하다.

노사모와 현 민주당 지지자들의 중요한 차이이다.


******


이재명 국정을 관통하는 핵심적 문제의식과 비전ㆍ청사진이 뭔지 정확히 모르겠다.

윤석열의 '공정과 상식'만큼이나 '진짜 대한민국'은 모호하기 그지없다.

취임사에 좋은 말들은 많은데 정작 체계적ㆍ유기적인 비전은 없다.

누차 말해왔지만 자기가 실용이나 중도를 자처한다고 곧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본인의 언행에서 그러한 성향이 드러날 따름이다.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겠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늘 그래왔듯 당선된 지 몇 시간 되지도 않았는데 불필요하고 감정적이며 과도하게 직설적인 언사가 많다.

내란 프레임을 대통령이 되어서까지 은근히 또 대놓고 드러내는데, 이것의 실익이 뭔지 잘 모르겠다.

계엄 관련 법제 개선과 관련자들의 문책 및 사법절차 등은 각각 국회와 수사기관ㆍ법원 차원에서 진행하면 충분하고 이미 이루어지고 있다.

야당의 눈치를 보거나 위헌계엄을 언급조차 하지 않을 것까지는 아니나 통합과 포용을 말하면서 내란 프레임을 계속 부각시키는 경우, 야당의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할까?

지금 계엄은 국민의힘에게 중요한 화두이고 그들이 넘어야 할 산이고, 더불어민주당에게는 그보다 중요한 것들이 많다.

새 대통령과 정부는 문제의식ㆍ비전ㆍ청사진을 선보이고 당면 현안들을 우선 챙기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안정화에 더 기여할 것이다.

미국의 관세 압박 등 대외 현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사전에 대응하려 한 점은 칭찬할만하다.

청와대로 다시 옮기는 선택을 한 것도 타당하고 합리적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불필요하게 투박하다.

대통령은 헌정과 체제만 책임지는 군주 등 국가원수만이 아니라 정부수반으로서 정책과 국가 비전ㆍ기획과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아직은 모르겠다.

계속 비판적으로 모니터링해야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재명 대통령 당선을 지켜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