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상념
“....”
그녀가 뭐라고 말을 했다. 버스 안에서. 뒷자리. 농촌 봉사 활동에서 돌아오던 그 날. 우리 조가 모두 모여 있던 그곳에서. 그녀가 살짝 다가와 내게 속삭인 말. 무슨 말을 했는지 아무리 애를 써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의 표현 깊은 곳에서, 나는 그 말뜻이 내포한 정반대의 의미를 정확히 읽어 냈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 느낌만은 생생히 기억한다. 그것은 투정이었지만 진실은 마음이었다.
‘그녀는 나를 좋아하고 있다!’
어디서 그런 확신이 나왔는지는 알 수 없다. 그녀의 표정. 그녀의 눈동자. 그녀가 말할 때 오물오물하던 입술의 표정. 휙 지나가는 뒷모습에 풍겨 오던 그녀의 화장품 냄새. 아니 어쩌면, 농촌에서의 마지막 날, 검은 텐트에 랜턴 하나 덜렁 매달아 놓고 시작한 놀이. 무슨 놀이였던가? 아무튼, 내 옆에 앉은 그녀. 그리고 왠지 모르게 의식적으로 내 어깨에 자주 올라가던 그녀의 손. 웃음 속에 마주친 그녀의 밝은 미소. 그 속에 담긴 무수한 항변을 나는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끌림의 몸짓>을.
나는 그 순간, 버스에서, 한없는 설렘을 느꼈다. 차창 밖을 쏜살같이 지나가는 도시의 풍경이, 그 찰나의 모습이, 마치 느린 동작처럼 길게 늘어졌다. 마치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지속>을 보는 느낌이었다. 늘어진 창밖 광경. 엿가락처럼 휜 도로 위, 저마다의 길을 떠나는 사람들의 행복한 미소.
어질머리나는 도시의 간판들. 마음의 부림은 기승을 부리던 더위도 서늘하게 바꾸고 있었다. 더는 좋아질 수 없는, 나는 그저 사랑의 기쁨 속에 풍덩 빠져 있었다.
나는 귀대하자마자 그녀에게 편지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 거의 사흘에 한 통은 보냈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번 휴가 때 꼭 만나고 싶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