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상념
Jacques Brel - Ne me quitte pas
그해 여름, 나는 첫 휴가를 나갔다. 이틀을 집에서 보낸 나는, 이른 아침, 학교로 향했다. 하지만 목적지는 성당이었다. 강 신부의 초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는 매년 여름이 되면 청년들을 대상으로 농촌 봉사 활동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금쪽같은 휴가 기간이지만 며칠만이라도 참가해 주면 고맙겠다는 그의 권유를 나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어차피 술에 절어 낭비할 시간이 아니겠는가!
승용차와 버스, 배를 번갈아 타고 종일 달려, 십여 명의 청년 일행이 도착한 곳은 한적한 어촌이었다. 수평선에 걸친 해는 이미 붉게 물들고 있었다. 우리는 서둘러 각자 맡은 짐을 들고 캠프가 있는 곳까지 걷기 시작했다.
8월의 뜨거운 태양은 긴 그림자를 달아 주더니 어느새 슬그머니 사라졌다. 그리고 어둠이 몰려왔다. 우리는 준비한 플래시를 켜고 낯설고 좁은 길을 조심스레 걸었다. 땀이 비 오듯이 흘렀다. 더위는 해가 져도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나마 간간이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위안이 되었다.
일행은 한 시간쯤 걸어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세상은 이제 칠흑의 밤이었고 깨알 같은 별이 온 하늘을 덮고 있었다. 캠프 입구를 밝히는 두 개의 백열전구에는 수많은 벌레가 몰려들었다. 우리의 도착이 전해지자 숙소에 있던 봉사 대원들이 모두 나와 저마다의 방식으로 반가움을 표했다. 그 속에는 강 신부도 보였다. 허름한 작업복에 고무신을 신은 모습이 영락없는 농부였다. 언제나 말쑥한 사제복장의 모습만 보아 온 터라, 순간적으로 낯선 사람으로 여겨졌다.
그리고 나는 젊은이들 속에 낯익은 여인을 목격했다. 비록 짧게 자른 단발머리에 화장기 없는 얼굴, 널찍한 티셔츠와 풍성한 몸뻬를 걸쳤지만, 한눈에 그녀를 알아봤다. 그리고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가 나를 보더니 활짝 웃으며 다가왔다. 심장이 망치질하듯 마구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송 안젤라입니다.” 그녀는 악수를 청하였다.
“아 네. 저 저 저는 토마스. 김 토마스입니다.” 나는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 생각보다 손은 거칠고 차가웠다. 하지만 나는 절대로 손을 놓지 않겠다는 듯 꽉 잡고 있었다. 어느새 강 신부가 옆에 다가와 있었다. 그는 우리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하였다.
“마침내 만나게 되었구먼. 카르페 디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