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의 기적의 미남 논쟁

by 남킹

등장인물

소크라테스 (60대): 배불뚝이에 들창코, 튀어나온 눈. 하지만 말빨 하나는 아테네 최고인 철학자.

크리스토불로스 (20대): 소크라테스의 제자. 누가 봐도 인정하는 당대 최고의 꽃미남.

심판관: 연회의 주최자이자 공정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인물.

청중들: 아테네 시민들.

(배경: 아테네의 한 연회장. 술과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뜬금없이 '누가 더 잘생겼나'를 두고 스승과 제자가 무대 중앙에 마주 보고 섰다.)

심판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자, 이것참 묘한 대결이 성사되었습니다. 천하의 미소년 크리스토불로스에게, 우리… 음… 개성 넘치시는 소크라테스 선생님께서 외모로 도전장을 내미셨습니다! 승자는 심판관인 저와 여기 계신 청중들의 투표로 결정됩니다.

크리스토불로스: (자신만만하게 머리를 쓸어 넘기며) 선생님, 철학 토론이라면 제가 지겠지만, 얼굴 대결이라뇨? 이건 너무 잔인한 승부 아닙니까? 거울을 좀 보십시오.

소크라테스: (태연하게 포도주를 한 모금 마시며) 허허, 이 친구야.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기능'에 있는 법일세. 겉모습만 번지르르하다고 아름다운 게 아니란 말이지. 자, 논리적으로 따져보세.

크리스토불로스: 좋습니다. 그럼 '눈'부터 시작하죠. 제 눈은 맑고 깊어서 누구나 빠져들고 싶어 합니다. 선생님의 눈은… 음…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으신데요.

소크라테스: 바로 그거야! 자네 눈은 오직 앞만 볼 수 있지? 움푹 들어가 있으니 시야가 좁아. 하지만 내 눈을 보게. 툭 튀어나와 있어서 고개를 돌리지 않고도 옆사람이 뭘 먹는지 다 볼 수 있네. 마치 게의 눈처럼 전방위 감시가 가능하지. 기능적으로 볼 때, 누구 눈이 더 훌륭한가?

청중들: (웅성웅성)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튀어나온 거잖아!"

소크라테스: 고로, 더 넓은 세상을 보는 내 눈이 더 아름답네. 다음!

크리스토불로스: (당황하며) 으음… 그럼 '코'는요? 제 코는 오뚝하고 콧날이 바르게 섰습니다. 선생님 코는 콧구멍이 하늘을 향해 활짝 열려 있는 들창코잖아요.

소크라테스: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자네는 아직도 깨닫지 못했군. 코의 목적이 뭔가? 냄새를 맡는 것이지. 자네 코는 땅만 보고 있어서 흙냄새나 맡겠지만, 내 코는 하늘을 향해 활짝 열려 있네. 신들이 보내는 향기나, 높은 곳에서 불어오는 맛있는 음식 냄새를 그 누구보다 빨리, 그리고 많이 맡을 수 있지. 냄새를 맡는 도구로서의 기능! 내 코가 압승일세.

심판관: (웃음을 참으며) 논리가… 완벽합니다?

크리스토불로스: (식은땀을 흘리며) 마지막으로 '입'입니다! 제 입술은 앵두 같고 크기도 적당해서 보기 좋다고들 합니다. 선생님 입술은… 너무 두껍고 입도 크시지 않습니까?

소크라테스: 허허, 이 사람아. 입은 음식을 먹고 사랑하는 이에게 입맞춤을 하는 곳이야. 내 입이 크니 자네보다 훨씬 큰 고기 조각을 한입에 넣을 수 있고, 내 입술이 두터우니 입맞춤할 때 상대방에게 훨씬 더 부드러운 감촉을 줄 수 있지 않겠나? 풍요와 사랑을 동시에 잡은 내 입이야말로 미의 결정체지!

크리스토불로스: (할 말을 잃음) 아… 선생님의 논리에 따르면 저는 눈, 코, 입이 다 쓸모없는 불량품이군요….

심판관: 자, 양측의 주장을 다 들었습니다! 이제 투표를 하겠습니다. 소크라테스 선생님의 '기능적 미남론'이냐, 크리스토불로스의 '전통적 미남'이냐! 투표해 주십시오!

(잠시 후, 청중들은 조용히 투표용 조약돌을 항아리에 넣는다. 심판관이 결과를 확인한다.)

심판관: 투표 결과! 만장일치로… 크리스토불로스의 승리입니다!

(와아아! 하는 함성과 함께 크리스토불로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소크라테스: (믿을 수 없다는 듯 항아리를 들여다보며) 허어, 이럴 수가. 아테네 시민들의 지혜가 땅에 떨어졌구나!

심판관: 선생님, 결과에 승복하셔야죠.

소크라테스: (심드렁하게 배를 긁으며) 이건 분명해. 크리스토불로스, 자네가 저 사람들에게 뇌물을 먹인 게 틀림없어. 그렇지 않고서야 내 완벽한 논리가 저런 평범한 얼굴에 질 리가 있나?

크리스토불로스: 선생님, 뇌물이라뇨? 저는 가만히 서 있기만 했는데요?

소크라테스: 바로 그게 뇌물이야! 자네의 그 잘난 얼굴 자체가 심판관들의 눈을 멀게 하는 뇌물이었다고! 에잉, 세상이 외모지상주의에 찌들었군. 여보게 심판관, 술이나 더 가져오게. 내 비록 얼굴은 졌으나, 술 마시는 '입'의 기능은 내가 더 뛰어나다는 걸 보여줄 테니!

(좌중의 폭소와 함께 소크라테스가 호탕하게 웃으며 잔을 비운다. 조명 암전.)


2026년 1월 2일 스페인 알리칸테에서

남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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