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익숙한 그 여관 앞에 섰다. 매일 여자와 보내던 곳이었건만 한동안 나는 잊고 지냈다. 철도를 평행으로, 건너편 넓은 8차선 도로로 이어지는 이 컴컴하고 한적한 골목에는 한 집 건너 모텔들이 행렬로 대여섯 개나 붙어있다. 그 첫 집이 이 여관이다.
저마다 쾌적한 환경, 대형화면의 TV, 물침대 등등을 광고하고 있지만 실상 다녀본 바로는 다 고만고만하다. 그래서 나는 그다지 고집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왕이면, 여자와 첫 관계의 역사가 아직 생생하게 담겨 있는 이 여관으로 발길을 잡은 것이다.
첫 키스 후, 몇 주 동안 여자를 어르고 볶아서 끌다시피 하여 이곳까지 온 나는, 마치 세상의 종말을 앞둔 광신도처럼, 허물어진 수작으로 황급히 여자의 옷을 벗기고 신기한 듯 온몸을 훑고 밤새워 그녀의 사타구니를 탐하였다.
비몽사몽 간에 깬듯하면 다시 다리 잡힌 방아깨비가 되고 지치면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하다가, 어느새 검은 창이 푸르다가 밝아졌건만, 어지러운 자극의 쾌감에 나의 본능은 그칠 줄을 몰랐다.
나는 섹스의 화신이 되었다.
풍요 속에 굶주림 걱정이 없는 우리 시대의 진정한 새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은 성욕은, 내면의 숨어 지내던, 광기와 만나면서 활화산처럼 활활 타올랐다.
그날, 여자와 헤어진 후, 하룻밤 새, 형편없는 몰골과 초췌한 모습으로 변한 나는, 기갈에 시달린 듯, 입술이 갈라지고, 세월의 풍상에 훌쩍 늙은 버린 얼굴을 하고는, 집으로 돌아와 이틀간이나 꼼짝없이 앓아누웠다.
나는 내내 자고 또 잤으며, 깨어 있는 순간에는, 몸 마디마디, 세포 하나하나에서 고통의 신음들이 합창하듯 쏟아져 나와 내 몸을 비틀었다. 그러나 나는 고통의 간헐 속에서 혹은 긴 통증의 터널 끝에 다다랐을 때쯤, 불현듯 내 속에 자리 잡은 원인 모를 신비로움 같은 것을 느끼게 되었는데, 그건 처음에는 꿈결처럼 들렸지만, 차츰 선명하게 의식 속으로 나타났다.
내 몸 세포 하나하나에서 신묘한 감미로움이 넘쳐 흘렀다.
낙향 후, 처음으로 행복에 빠진 나를 발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