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쿵거리는 소리에 잠을 깼다. 사방은 어둡고 여자의 앙칼진 소리가 들렸다. 남자의 괴성도 이어졌다. 나는 무거운 몸을 억지로 일으켜, 이불을 휙 젖히고, 방의 불을 켰다. 참을 수 없는 짜증이 밀려왔다.
벽시계를 보니 새벽 4시가 넘었다. 나는 멍하니 소리 나는 천장을 바라봤다. 누런 얼룩 사이로 찢어진 벽지가 너덜거렸다. 가재도구 같은 게 부서지는 소리가 약한 진동으로 묻어났다. 아이의 울음소리도 들렸다.
나는 정신을 어느 정도 추스르고, 주섬주섬 걸상에 걸터앉아 컴퓨터를 켰다. 로그인도 했다. 에메랄드빛 푸른 바다가 모니터에 가득하다. 나는 한동안 심드렁하게 낙원을 쳐다봤다. 뭘 해야 할지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낙서로 얼룩진 영어 노트가 낡은 책상에 수북이 흐드러진 채 쌓여있다. 마치 내 삶을 조망하는 듯하다. 불협화음. 나라는 인간은 그냥 이렇게 태어났다. 어쩔 수가 없다.
싸움 소리가 잦아들었다. 남자의 술 취한 귀가가 이제 막 종료된 것 같다. 위층의 남자는 일주일에 한두 차례는 꼭 이런 떠들썩한 통과의식을 벌인다. 그러고도 마트에 이 부부는 다정스레 아기를 카트에 태우고 장을 보러 다닌다.
한번은 새벽에 초인종 소리가 심하게 나서 나가보니 그 남편이었다. 술이 떡이 된 채 갈지자로 휘청거리며 집으로 성큼성큼 들어오려고 했다. 내가 한층 더 올라가라고 몇 번을 얘기해도 막무가내로 들어왔다.
불행하게도 그날은 오빠가 모처럼 귀가한 날이었다. 오빠는 녀석의 머리채를 잡고 집 밖으로 질질 끌어냈다. 그러고는 녀석의 목을 꽉 잡고는 면상을 있는 힘껏 주먹으로 내리쳤다.
녀석이 픽하며 계단 복도에 쓰러졌다. 오빠는 문을 쾅 하며 닫으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는 한동안 떨리는 가슴으로 서 있었다. 잠잠해졌다. 통증이 느껴졌다. 마치 내가 때린 듯 아팠다.
미안함과 시원함이 동시에 올라왔다.
며칠 뒤 마트에서 가족과 함께 온 그를 봤다. 검은 선글라스 아래로 퍼런 멍 자국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는 나를 알아채고는 멈칫거리더니 다시 모른척하며 지나갔다.
카트를 끄는 모습이 왠지 애처로워 보였다. 아무튼, 그 이후로 한동안은 조용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새벽의 광시곡은 다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