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9일
안녕하세요. 주랑입니다. 건설 엔지니어이자 작가이기도 합니다.
최근에 아홉 번째 소설을 집필 중입니다. 이번 소설은 제가 실제로 채팅으로 보고 듣고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일들을 소재로 엮을 생각입니다.
저는 헝가리에 혼자 살고 있으며 나의 연인이 될 여인을 채팅으로 찾는 중입니다.
이 글은 제가 당신과 본격적으로 채팅을 하기에 앞서 몇 가지 느낀 점을 먼저 이야기하고 시작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에 의해서입니다. 약간 긴 글이므로 혹시 해석에 어려움을 느끼신다면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당신에게 편지를 쓰는 이유는, 채팅이 가진 치명적인 단점, 즉, 단속적이고 즉흥적인 대화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극복하고자 하는 이유입니다.
사실 저도 몇 달 전부터 채팅에 빠져,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대화를 하지만 상대방에 대해서 그다지 아는 게 없다는 사실을 최근에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한된 인생의 시간을 낭비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내 생각과 걸어왔던 세월의 발자취를 상대방에게 차분히 정리하여 보여주는 행위는 관계 형성에 중요한 토대가 될 것입니다. 더욱이 사랑 혹은 어떤 종류의 이끌림을 전제로 한 관계라면 그 중요성은 남다르리라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의 이유를 들자면, 앞으로 출판하게 될 제 책의 토양이 될 만한 글을 남긴다는 점입니다.
한 해에 딱 2권의 소설책을 발간하고자 하는 저의 유일한 결심이 10년 전부터 이어졌는데, 작금의 소설 작업이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하루 9시간의 근무와 일주일에 딱 하루 쉰다는 점이 소설가에게는 치명적인 시간 부족을 선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지하더라도, 그 부족한 시간조차 채팅으로 소진해버리니 사실 예견된 재앙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채팅을 그만두기는 너무 아쉽습니다. 어찌 보면 하루 중 유일한 즐거움일 수 있는데, 그나마 없다면 그 삭막함을 어찌 견디겠습니까?
당신처럼 멋진 여인을 만날 수 있다는 그 설렘 말입니다. 결국, 호구지책으로 생각해낸 게 바로 편지입니다. 채팅에 장문의 글을 집어넣고 그 글은 내 소설의 일부가 될 것입니다.
우선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저도 당신과 마찬가지로 여러 사람과 동시에 채팅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선택을 하게 되고 또한 수많은 선택을 받게 되는 시대에 놓여있습니다. 그러므로 온전히 당신하고만 채팅하는 척은 하지 않겠습니다.
또한, 당신하고 나눈 대화의 내용을 잊어버리고 같은 질문을 반복하더라도 너그러이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저는 신체 건장한 남자입니다. 저는 여인과 사랑을 나누고 싶고 당연하게도 육체적 욕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인생은 너무도 짧고, 젊은 시절, 한순간 눈부신 육체도 곧 한 줌의 바람 속의 먼지처럼 사라지게 마련입니다. 저는 당신과 내 속에 담겨있는 모든 생각을 살아있는 동안 솔직하게 이야기할 생각입니다.
즉, 당신을 좀 더 많이 알기 위한 행위입니다. 그 속에는, 우리의 DNA가 진화해 온 것처럼, 성적인 용어나 욕망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발 변태라는 용어로 속단하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당신이 지금 불쾌함을 느낀다면 읽기를 중단하고 나가셔도 좋습니다. 저는 그저, 제약 없이 모든 것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기를 원합니다.
우리는 모든 순간을 다양한 형태로 저장할 수 있는 휴대전화 혁명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저는 살아있는 매 순간을 글뿐만 아니라 사진, 동영상으로 남기기도 좋아합니다. 그리고 음악도 사랑합니다.
물론 작가이니까 책도 좋아합니다. 저는 이런 모든 것을 당신과 나누고 싶습니다.
간혹 온전히 글로 된 채팅만 요구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저는 당신이 보내온, 삶을 살아가는 멋진 모습 혹은 순간, 정원에 돋아난 아름다운 들꽃 사진에 더욱 감동합니다. 비록 몸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당신을 차츰 알게 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저는 퇴근하면, 매일 적당한 분량의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당신에게 보내는 답장이 아주 늦어질 수도 있습니다. 용서해주시기 바라고 당신을 싫어하거나 싫증이 나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만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러면 당신과 즐겁고 행복한 채팅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참, 한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저는 늘 행복합니다. 설령 곤란한 상황이 생겨도 늘 즐거운 생각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농담이 심합니다.
가벼운 사람입니다.
직장에서도 늘 농담을 합니다. 당신이 혹시 아주 진지한 사람이라면, 제가 하는 농담에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본심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시기를 바랍니다.
2022년 6월 27일
사실은 더는 늦출 수 없는 일종의 강박 같은 조바심이 바로 글쓰기입니다. 자신의 게으름을 너그러이 용서하지 않겠다는 다짐이기도 합니다. 벌써 6월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생각하는 분량의 삼 분의 일도 채우지 못했습니다.
책의 제목은 <내 생에 이처럼 아름다운 날> (영어 제목 : Beautiful Days)입니다. 청년, 중년에 겪은 사랑에 대한 2부작 이야기입니다. 이미 청년 부분은 거의 가닥이 잡혀가는 형편입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중년의 사랑. 바로 지금 내가 엮어내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채팅에 중독된 남자는 매일 새로운 여인들에게 하트를 날립니다.
당신은 내게 주변 여인과의 사랑을 추천하였습니다. 사실 저의 검색 조건은 100km 이내 30세 이상의 여인들로 맞추어져 있습니다. 대부분 헝가리 여인입니다. 멀어도 오스트리아 이상은 넘어가지 않습니다.
제가 만남 앱을 하면서 크게 느낀 한 가지가 있다면, 잘생긴 남자와 여자가 세상에는 무척 많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매일 새로운 여인들의 아리따운 모습에 취하여 하트 버튼을 꾹꾹 누르고 있습니다.
마치 그들 모두가 나를 사랑해줄 것 같은 호사스러운 착각에 빠져서 말입니다. 그리고 드물지만, 실제로 당신처럼 무척 아름다운 여인과 대화하기도 합니다.
사진과 동영상을 주고받고, 아주 가끔이지만, 성적 욕망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수다를 떨기도 하고 사소한 문제로 논쟁을 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여인과의 사랑,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섹스를 위한 노력으로 채워집니다. 그리고 저는 여기에 푹 빠져 있습니다. 중독되었죠.
몇 달 사이에 저의 왓츠앱에는 족히 20명이 넘는 여인들이 등록되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짧은 기간 내에 연락이 끊어집니다.
일종의 풍요로운 세상이 제공하는 빈정거림입니다. 너무도 많기에 내가 가진 소중함을 잊어버리거나 금방 싫증을 내버리는 거죠. 어떤 이는 내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차피 곧 헤어질 거잖아요."
맞는 말입니다. 새로운 인연에 대한 신비감이 사라지면 나는 또 다른 사람을 찾아 친구 찾기를 스크롤하고 있을 겁니다.
나는 당신에게, 당신이 허락한다면 찾아가겠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사실 거의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찾아간 적도 없고 누군가가 나를 방문한 적도 아직 없으니까요.
온라인에서의 인연은 설렘으로 시작하지만, 곧 무관심으로 바뀌곤 하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러한 경험을 소설로 풀어낼 예정입니다.
사실 사랑은 오프라인에 존재하였습니다. 직장 동료 말입니다. 현장은 한국인 건설 노동자와 대다수의 지역 주민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저는 한 여인과 사랑에 빠졌고 곧 연인관계가 되었습니다.
사랑은 강렬하였지만, 곧 헤어짐이 찾아왔습니다.
그녀는 다시 오기를 기약하며, 서류 작성을 위해 우크라이나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전쟁이 국경을 막아버렸습니다.
기약 없는 기다림 그리고 그리움이 시작되었습니다.
당신은 나를 의아한 눈으로 바라볼지 모릅니다. 연인도 있으면서 왜 다른 여인을 찾아다니냐고? 저도 저를 모르겠습니다. 그저 남은 생이 그다지 넉넉하지 않다는 사실과 그 강렬한 느낌 때문일 것입니다.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헝가리로 올 때 나는 그저 내 책을 출판하고 싶다는 욕구 이상을 가져보지를 못했습니다. 그러나 사랑이 다시 왔고 그 행복함에 취하기 시작하자 남은 생에 조바심을 내기 시작하였습니다.
어쩌면 다시 오지 못할 <내 생에 이처럼 아름다운 날>들을 찾는 행위 말입니다.
저는 늘 오전 6시에 출근을 합니다. 잠을 좋아하여 하루 8시간을 규칙적으로 잤습니다. 하지만 여인과 사랑이 시작되자 하루 4시간 이상 자지 못하는 피곤한 날들을 지속하였습니다.
하루하루는 지친 육체와 집중하지 못하는 실수로 채워졌습니다.
하지만 행복했습니다. 그 느낌이 너무 좋았습니다. 더는 뭐가 필요하겠습니까?
당신은 참 특이합니다. 사실 당신만큼 첫 만남에서 황홀한 느낌을 받은 적은 없었습니다. 당신 사진 한장 한장을 기다리며 두근거리는 설렘과 매혹적인 미소와 완벽한 몸매를 그 누군들 빠져들지 않을 수 있었을까요? 첫 번째 인사를 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말입니다.
그런 느낌을 단순한 육체적 욕망으로 깎아내릴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 인생에서 그것처럼 사치스러운 행복조차 없다면 얼마나 무미건조할까요?
그래서 당신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곧 서로를 잊고 다른 새로움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는 현실이 존재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온라인 사랑은 짧다는 사실 말입니다. 저는 곧 내 연인과 만남 앱에 눈을 돌리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간직할 생각입니다.
당신과 채팅을 함께한 그 시간만은 참 행복했다는 사실 말입니다. 그리고 나는 문학으로 그 경험을 공유할 생각입니다.
가끔 당신에게 편지를 쓸 생각입니다. 채팅으로 안부도 묻고요. 하지만 이제 내 소설을 완성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할 생각입니다.
더는 당신의 멋진 사진을 기다리는 흥분된 시간을 갖지는 못할 것입니다.
당신을 알게 되어 기쁩니다. 그럼 좋은 날들을 지속하길…
혹시라도 내 책이 출판되는 순간을 맞게 된다면 먼저 연락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