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plosions in the Sky

음악, 상념

by 남킹

Explosions in the Sky - The Earth Is Not a Cold Dead Place


https://youtu.be/oLddYrmClQw


세상에는 정반대의 꼭짓점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사랑에 얽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들이 우연히 만나, 나에게 부족하거나, 미처 깨닫지 못한 부분들이, 풍족한 상대에게 끌리게 되는 묘한 감정 같은 거 말이다. 나의 경우가 그러했다.


나는 정적이고 그녀는 동적이었다. 나는 내성적이고 그녀는 외향적이었다. 나는 사람을 싫어했고 그녀는 사람 만나는 것을 즐겨 했다. 나는 직장을 싫어했고 그녀는 살림을 좋아하지 않았다. 나는 오후의 따스한 날, 길거리 카페에서, 커피와 담배를 즐겨 했고, 그녀는 놀이공원의 바이킹과 롤러코스터를 사랑했다. 나는 포스트 록에 심취해 있었고 그녀는 테크노에 열광했다. 그녀는 춤췄고 나는 감상했다. 그녀는 나의 느긋함을 찬양했고, 나는 그녀의 부지런함에 반했다.


아내는 처녀 시절, 틈만 나면 전국의 크고 작은 산을 누비고 다녔다. 나를 처음 만난 곳도, 겨울 태백의 눈 덮인 등산로였다. 나는 그때 모 식품회사의 신입사원 연수를 받던 중이었는데, 보름의 연수 기간 중 마지막 단계인, 극기체험을 하던 중이었다. 새벽부터 시작된 겨울 산행에 이미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친 나는, 산허리로 감겨드는 가파른 길모퉁이, 평평한 바위에 걸터앉아, 가늘어지는 햇살을 조급한 마음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일행과는 한참 뒤처져 있었다. 이때, 한 무리의 등산객들이 지나갔다. 그들은 나를 지나가면서 한 번씩 힐끔 쳐다보더니 낮은 소리로 뭐라고 중얼거렸다. 그러더니 일행 중 한 명이 내게 다가왔다. 그녀는 두툼한 구글을 벗어든 채, 측은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어디 불편하세요?"

"아 네, 발목이 좀 삔 것 같습니다." 나의 답변에 그녀는 한숨을 크게 내쉬더니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해가 곧 질 거에요. 산속이라 금방 어두워질 겁니다. 기온도 많이 떨어질 거고요…. 서둘러야 할 거예요……."라고 하면서 내게 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우리는 줄곧 손을 잡은 채 밤 산행을 하였다. 그녀는 이끌고 나는 따라갔다. 그녀는 전국의 아름다운 산과 바다 이야기를 가는 내내 하였고, 나는 헉헉거리며 귀담아들었다.


중간 기착지인 산장에 도착해서야 우리는 떨어졌다. 나는 그곳에서 회사 일행들과 재회했다. 나는 한숨을 돌린 뒤 다시 그녀를 찾았다. 나무로 된 2층 침대가 일렬로 마주 선 복도에는 배낭과 각종 식기 도구들로 번잡했다. 그곳을 어렵사리 헤치고, 나는 구석진 곳에서 침낭에 얼굴만 내밀고 있는 그녀를 발견했다.


그녀가 나를 보더니 활짝 웃었다. 구릿빛 얼굴에 눈가의 잔주름이 잔뜩 솟아났다. 그녀는 손으로 침대 바닥을 톡톡 건드리며, 잘 곳이 마땅치 않으면 이곳으로 오라고 했다. 나는 침낭을 들고 와 그녀 옆에 깔고 그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등되었다. 깜깜해졌다. 이어 침묵이 찾아왔고 사각거리는 소리와 기침 소리가 한 번씩 들려왔다. 그리고 아주 가까이에서 그녀의 숨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본능을 좇아 그녀의 입술을 찾았다.



The Earth Is not a cold dead place



나는 전망대에서 제법 많은 시간 동안 앉아 있었다. 2잔의 커피를 이미 비웠고 <Explosions in the Sky>의 세 번째 앨범인 <The Earth Is Not a Cold Dead Place>를 반복해서 듣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친숙한 비행기가 시야에 들어왔다. 옅은 하늘색 바탕에 짙은 파랑의 <Korean Air> 글자가 선명한 비행기는, 천천히 몸을 낮추더니, 이윽고 육중한 몸을 가뿐하게 활주로에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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