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을 펼쳐 듭니다.
머리 위에서 톡톡 하는 소리가 정겹습니다.
마치 무언가가 고요함에서 튕겨 나오는 듯합니다.
투명한 바람이 이어졌다 사라집니다.
성긴 천으로 된 옷이 펄럭이면
당신은 안경 너머
긴 눈썹을 끔뻑이며 나를 지긋이 쳐다보곤 하였습니다.
당신의 따스함을 애써 되새김질하려고
추억의 단편들을 흐린 도시에 그려봅니다.
저의 밋밋한 하루에 감초 같았던 당신.
눈에 뵈진 사랑은
푸르게 상처 난 좁은 거리 속으로
가뭇없이 사라지고 적막하기 그지없지만
미련하게 꾹 끌어안고
당신의 볼을 타고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빗물을 훔치려고만 애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