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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는 이력서를 온라인 취업사이트에 올렸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나의 휴대전화가 쉴 새 없이 울려대기 시작했다. 나는 하루에 서너 곳씩 면접을 보며 일주일을 보냈다. 겨우 웹 개발 경력 2년짜리지만, 하루가 멀다고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닷컴 회사들은,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나는 이 기회를 잽싸게 이용했다.
면접을 보러 다녔지만, 역할은 바뀌어있었다. 나는 질문하고 판단하고 입사를 보류하거나 튕겼다. 그렇게 고르고 골라서 나는 한 회사를 선정하는 선심을 베풀었다.
사실 급여가 가장 후한 곳으로 들어갔다.
입사 전 내가 그 회사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화상채팅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것뿐이었다. 솔직히 회사 홈페이지도 들여다보지 않고 지원했었다. 내가 골라서 가는 처지에 굳이 그런 수고를 하고 싶진 않았다.
그리고 그런 수고로움을 안 한 대가는 나중에 톡톡히 치렀다.
입사 첫날 나는 그냥 단순한 채팅 사이트가 아닌 걸 비로소 알아차렸다. 관리자 화면을 통하여 모니터에 나타난 화면은 모두 벌거벗은 여인들이었다. 음란 채팅 사이트였다.
나는 놀라움과 당혹감을 동시에 내뱉었다. 그러자 옆자리에 앉은 개발자가 재미있다는 듯 쳐다보며 물었다.
“처음 봐요?”
“아 네.”
“앞으로 지겹게 보게 될 거예요”
“아! 예….”
나는 화면에서 거의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출근하자마자 흥분 상태가 되어 버렸다. 첫 출근 때 으레 갖게 되는 긴장감이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 나는 후들거리는 마음을 겨우 억누르고 내게 주어진 업무를 하나하나 숙지해 나갔다.
나의 주 업무는 비교적 단순해 보였다. 홈페이지 관리였다. 개발도 아니고 그냥 관리였다.
버그만 잡으면 되었다. 버그 잡이 인생이 여전히 진행 중인 것이다. 나는 우선 사이트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비교적 단순한 편이었다.
단순하다는 것은 그만큼 버그도 적다는 뜻이다. 즉, 할 일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였다. 뭐, 사실 핵심 기술은 영상 채팅 솔루션이고, 그 부분은 응용 프로그래머가 따로 있었다.
개발 부서에는 응용 프로그래머 1명, 서버 관리자 1명, 웹디자이너 1명, 웹프로그래머인 나까지 이렇게 4명뿐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가 관리하는 사이트는 500개가 넘었다. 웹에이전시도 아닌데 말이다. 비결은 복사에 있었다.
모든 홈페이지가 똑같은 소스로 되어있었다. 즉 500개의 쌍둥이 사이트다. 다만 도메인과 디자인만 조금씩 다를 뿐이다. 나는 처음에 왜 이렇게 많은 사이트를 운영하는지 의아해했다.
정상적인 회사라면 하나의 도메인에 집중할 것이고 그래야만 홍보 및 마케팅을 펼치기가 훨씬 쉬울 것이다.
그 해답은 며칠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다. 우리의 가련한 홈페이지들은 태생적으로 수명이 길지 않았다.
사람들에게는 알려져야 하지만 더 알려져 사이버 수사대에 포착이 되는 순간 그 홈페이지는 우리 서버에서 삽시간에 사라졌다. 즉, 수많은 사이트가 생성되고 수많은 사이트가 죽는 것이다. 가련한 우리 집 바퀴벌레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하는 주요 업무는 이렇다. 이미 등록된 많은 도메인 중 하나를 골라 웹 소스를 복사하여 서버에 세팅하고 디자이너가 제공한 이미지를 덮어쓰고 테스트해 본 뒤, 이상이 없으면 운영팀에 알려주면 된다.
또 운영팀에서 몇몇 사이트를 죽이라는 명령이 떨어지면 반대로 진행하면 된다. 즉, 복사한 웹 소스를 백업 후 삭제하고 서버에 세팅된 도메인을 없애는 것이다. 이 모든 작업을 하는데 채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도 여러수십 개의 사이트를 올렸다 내릴 수 있었다.
나의 업무시간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고객관리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지난달 10만 원 이상 결제 고객의 분석 의뢰가 들어오면, 나는 스토어드 프로시저(Stored Procedure)를 작성해서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하고 실행한 다음, 그 결과를 엑셀이나 파워포인트 등을 이용해 작성한다. 데이트 도표와 관련 그래프도 만들어 제공한다.
문서에는 10만 원 이상 결제 회원들의 나이별 분포, 시간대별 활동 분포, 선호하는 패키지별 분포 등 다양한 데이터들이 그래프와 함께 기록된다. 그러면 이러한 통계를 토대로 마케팅 분석이 들어가고 소위 표적 회원들에 대한 이벤트가 만들어지게 된다.
회계 쪽에서의 요청도 있었다. 돈과 관련된 것이므로 아주 민감한 사항들이 주류를 이룬다. 통계의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것이다. 나는 아주 세심하게 반복적인 검토를 통해 결과를 도출해낸다.
회사에 와서 허구한 날 게임만 하는 바지사장도 회계 쪽 보고서는 꼼꼼히 쳐다본다. 나는 이런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다시 한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루 매출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았다.
도대체 어떤 정신 나간 녀석들이 이런 데다 돈을 쏟아붓는 걸까?
우리가 너무도 잘 알다시피 인터넷 세상은 포르노로 도배가 되었다.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접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런데 단지 라이브라는 이유로, 화질도 조잡하기 이를 데 없는 화상을 들여다보고 돈을 낸다는 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많이 내는 이는 매월 수백만 원이 넘었다.
그런 얼빠진 회원이 한둘이 아니었다.
또 한 부류의 방문객들이 있다. 그들은 정상적으로 돈을 지급할 생각이 별로 없어 보였다. 그래서 비정상적인 경로를 선호한다. 시스템 보안이 취약한 곳을 끊임없이 탐구하여 몰래 침입하여 사이버머니를 슬쩍하든가 관리자 계정을 훔치는 짓을 한다.
세상은 그들을 해커라고 부른다. 회사 차원에서 해커는 골칫덩어리다. 더욱이 우리 같은 음란 사이트는 주요 표적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우리 회사가 지원하는 해커가 있었다.
사장의 말을 빌자면, 어느 날 까까머리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녀석이 한 명 찾아오더니 그의 노트북을 펼치고는 10분 만에 우리 사이트를 뚫어 버리는 시연을 펼친 것이다. 감탄한 사장은 즉석에서 그를 고용했다.
그는 이후 한 달에 한두 번씩 나타나 본인이 해킹한 부분을 보여주고 소정의 금액을 얻어갔다. 나의 전임자는 그를 아주 싫어했다고 전해진다.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가 다녀가면 해야 할 일이 아주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안과 관련한 일들은 언제나 귀찮고 까다롭고 골치 아팠다.
사실 웹 개발자 입장에는 억울한 면도 없지 않다. 해커는 온종일 뚫는 일에만 몰두하면 된다. 하지만 웹프로그래머는 늘 해야 할 일이 넘쳐난다. 보안은 자투리 시간에만 주어진다. 그리고 보안의 영역은 넓고 방대하다.
전문적으로 학습하지 않는 이상 그 모두를 막을 방법을 갖추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특히 보안에 대한 인식이 그다지 높지 않은 한국의 현실은 더 심각하다. 해커가 한번 헤집고 놓아야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고심한다. 그리고 그 대책이라는 게 결국 웹 개발자에게 맡겨지는 게 대부분이다. 웬만한 규모의 기업이 아니라면 말이다.
입사 후 한 달쯤 지났을 때 나는 그 해커 녀석을 비로소 볼 수 있었다. 의외로 순박한 얼굴을 한 그는 나를 보자마자 꾸벅 인사를 하더니 대뜸 점심을 대접하고 싶다고 하면서 가까운 순대국밥 집으로 나를 안내했다.
그는 식사 도중 내내 끊임없이 말을 내뱉었는데, 대부분 자기 자랑이었다. 요약하자면 자기는 해킹 실력이 탁월하여 미 국방성에서도 주의할 인물이라는 것이다.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보안 쪽에 그다지 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그와 친해질 필요가 있으므로 맞장구를 적절하게 쳐주었다.
그러자 녀석은 신이 난 듯, 앞으로 형님으로 모시겠다며 마치 영화에서 건달들이 하는 것처럼 무릎을 꿇고 절을 하는 것이었다. 나는 순간 당황하였지만 이내 침착함을 유지하고선 서둘러 식당을 빠져나왔다.
안 그래도 회사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주변 상가와 음식점들에 급속히 퍼진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것이, 사업 파트너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다지 합법적이지 않은 업종 종사자들이었다.
아무튼, 녀석은 그날 이후 수시로 메신저를 통하여 안부를 묻고, 자신이 해킹한 사이트의 비밀 정보들을, 자랑삼아 선뜻 공유하곤 하였다.
그중엔 이름만 들어도 대번에 알 수 있는 유명 기업들도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