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의 할아버지 다비드는, 그가 스물다섯 살이 되었을 때, 영국의 몰락한 귀족의 딸이지만, 미의 여신으로 유명한 마리안느를 아내로 맞이하였다.
그는 어릴 적부터 무척 많은 곳을 여행하였다. 영국과 스코틀랜드는 그가 스물두 살이 되었을 때 다녀온 곳이었다.
그가 맨체스터 지역을 여행하던 중 머문 호텔에서 마리안느의 미모에 대한 소문을 듣게 되었다. 그는 자기 눈으로 그녀를 직접 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 길로 그녀가 살고 있다는 리버풀로 갔다. 하지만 그가 그녀를 본 것은 그로부터 한 달이나 지난 후였다.
그녀는 병든 어머니 간호로 인하여 거의 집 밖 출입을 하지 않는 상태였다. 그리고 마침내 한 달 뒤, 그녀의 어머니 장례식 때 그는 먼발치에서 그녀를 지켜보았다.
수수한 검은 장례복을 입은 그녀였지만 미모는 눈부시었다. 그는 그때 그 순간을 늘 입버릇처럼 말하곤 하였다.
“죽음의 행렬 가운데 황홀감을 느낀 사람은 아마 나 뿐일 거야.”
그는 장례식이 끝나고 다시 한 달이 흐른 뒤, 그녀의 아버지를 찾아갔다.
그는 두꺼운 분량의 혼인 계획서 같은 것을 작성해서 갔는데, 여기에는 두 사람의 결합 이후의 구체적인 재정 계획이 담겨 있었다. 사실 그 재정 계획이라는 게 일방적인 후원에 가까웠다.
그는 무척 영리한 사람이었다. 그는 누구보다도 정보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는 정보와 신뢰만이 유일하게 중요한 성공의 잣대라는 것을 파악한 사람 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는 마리안느의 가문이 명맥만 유지하는 귀족으로 엄청난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그래서 그는 아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앞으로 장인어른이 되면 누리게 될 재정적 혜택과 아내로서 누리게 될 특장점을 명확하고 또렷하게 제시하였다.
그러고도 그는 3년을 더 기다렸다. 그동안 그는 쟁쟁한 경쟁자들을 하나씩 물리쳤다.
그는 그녀와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바로 옆집에 사는 것처럼 그녀와 주변의 정보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었다. 그의 이러한 놀라운 정보력은 마침내 그가 서른이 되었을 때 빛을 발하게 되었다.
바로 워털루 전투였다.
전쟁은 언제나 그렇듯이 막대한 돈을 먹었다. 영국 또한 프랑스와의 전쟁을 위해 국채를 마구 발행하고 있었다. 그는 여러 경로를 통해 나폴레옹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나폴레옹의 명성과 공포는 전 유럽을 공포로 넣고도 남았다. 워털루 전투가 벌어지기 전, 영국 국채의 가치는 바닥을 기고 있었다. 어느 누가 봐도 나폴레옹의 승리가 점쳐지고 있던 순간이었다.
그는 정보를 수집함과 동시에 정보의 활용에도 적극적이었다. 그는 전투가 벌어지는 곳곳에 정보원을 배치했다. 그리고 연락원을 통해 수시로 진행 상황을 보고 받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는 영국 국채를 모두 다 매수하였다.
나폴레옹의 패전을 확신한 거였다. 그는 대번에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귀족이 되었다.
훗날, 그는 자식들에게 한 장의 그림을 보여주었다. 바로 워털루 지역을 묘사한 지도였다.
그는 프랑스 진영 수백 미터 앞을 가로지르는 검은 선을 가리키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이 검은 선이 무엇인지 아무도 몰랐지. 그곳 농부들만 알고 있더구먼. 깊은 웅덩이였지. 프랑스가 자랑하는 최강의 기마병이 간과한 부분이지. 그리고 나폴레옹의 오만함이 더해졌지. 그 순간 나는 신의 섭리라고 느꼈지. 나폴레옹의 종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