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듯 따스함이 먼저 옵니다.
그러면 응결되었던 갈망이 해동하고요
코끝은 여전히 시리지만
내 시간의 큰 뭉치는 온전히
당신의 가슴 속 벚으로 물들어갑니다.
언제나 따스함을 따라 향긋함이 경화역에 도착합니다.
눈이 시리게 푸른 하늘 아래
내 앞에 흐드러지게 펼쳐진 당신의 착한 마음은
미세하고도 온전한 꽃잎의 떨림으로
속절없이 당신에게로 향한 끌림이 됩니다.
향긋함은 늘 가지를 가볍게 톡톡 흔듭니다.
벚으로 도취한 저는
눈처럼 흘리고 간 기억 자락을 주워듭니다.
옅은 분홍빛 살결
뜨거워지는 입김
황홀한 삶의 기쁨
시간은 멈추었고 세상은 조용히 숨죽입니다.
내가 그리워하는 당신의 모습은
단 하나의 느낌으로
공간을 부유하는 햇살 속의 꽃잎
내 안의 벚으로 간직합니다.
늘 그렇듯 내 안의 벚이 지면
어스름한 달빛과 가로수가 흐릿하게
철길을 내어주던 곳.
세찬 바람이 내 추억의 가지를
당신은 조각조각 아픔이 되어
후두두 떨어집니다.
고사리 같은 손을 창턱에 괴고는
끝없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당신에게 저는 그저 속수무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