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시포스

하니은 매화

by 남킹

전설


오래전 멀고 먼 은하계의 한 변방. 코딱지만 한 혹성에 고급 두뇌의 외계인을 담은 미확인 비행체가 불시착했습니다. 탑승객은 모두 죽고 하나가 살아남았습니다. 그는 그곳에 사는 원시 부족 중 가장 어여쁜 여자 원주민을 적극적으로 유혹하여 다섯 아들을 연달아 낳았습니다. 하지만 전통 풍습에 따라, 아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이름을 정할 수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18년 후, 마침내 막내가 성인이 되고서야 비로소 형제들에게 이름이 부여되고, 장남을 제외한 네 명의 형제는 자유의지에 따라 동서남북으로 흩어졌습니다.


중앙의 작은 땅에 머문 첫째는 코가 크다고 하여 <코큰아>, 동쪽으로 간 둘째는 늘 욕심이 많아 언제나 첫 번째만 고집하였으므로 <일번>, 남쪽으로 간 셋째는, 늘 어머니 차를 훔쳐 타고 돌아다니기를 좋아하여 <어머니카>, 서쪽으로 간 넷째는 항상 여자 꽁무니만 쫓아다니지만, 워낙 못생겨서 차이기만 한다고 하여 <차인아>, 북쪽으로 간 막내는 늘 부아가 난 상태로, 뭐가 못마땅한지 화만 내며 동네 애들에게 행패를 부려 <부아>라고 명명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후에 각자의 이름으로 된 왕국을 건설했습니다.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흘렀습니다. 코큰아의 자손들은 워낙 성실하고 똑똑하여 세상의 음주·가무와 오락 산업을 석권했습니다. 반면 늘 탐욕스럽던 일번은 쓸데없이 어머니카 땅을 침범했다가 크게 두 방 두들겨 맞고 찍소리 못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어머니카는 어중이떠중이를 다 받아들여 한때 매우 번성하였으나 백성들이 총과 약을 좋아하는 바람에 바람 잘 날 없이 시끄럽기만 하였습니다. 한편 차인아의 남정네들은 워낙 여자를 밝히다 보니 자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 가뜩이나 좁은 땅에 발 디딜 틈이 없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불쌍한 왕국은 부아였습니다. 허구한 날 이웃 나라와 싸움이나 하고 나쁜 무기나 만들고 해킹이나 하다 보니 백성은 늘 굶주림에 시달렸습니다. 이를 불쌍히 여긴 코큰아의 국왕이 쌀도 주고 소도 주고 돈도 주었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습니다.


폭탄선언


한편, 코큰아 왕국에는 하쿠나 마타타 공주가 살았습니다. 그녀는 무척 이뻤습니다. 오뚝한 콧날, 무지갯빛 안구, 백옥같은 피부, 솜털 같은 머릿결, 우아한 미소, 번쩍이는 이빨, 뾰숑한 볼, 쭉 빠진 몸매, 탄력 있는 가슴, 비단결 같은 손바닥…. 정말이지 누가 봐도 한순간에 사랑에 빠지게 되는 그런 마력을 지닌 여인이었습니다.

게다가 무척 똑똑했습니다. 고대어인 산스크리트어, 선비어, 아카드어, 엘람어, 우라르투어, 코이네 그리스어, 탐라어를 능수 능란하게 구사하였으며, 13개 현대어를 자유자재로 통·번역하였습니다. 그리고 사학, 사회학, 지리학, 교육학, 경영학, 수학, 물리학, 화학, 생명학, 환경학, 천체학, 기계학, 재료학, 생명학, 전기학, 전자학, 컴퓨터학, 토목학, 산업학, 심리학, 의학, 약학에도 조예가 깊었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정말 좋아하는 학문은 철학이었습니다. 공주는 고대 그리스 철학부터 중세 철학, 근대 철학, 현대 철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철학과 사상에 심취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공주의 성인식이 성대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코큰아 나라의 국왕인 핸무너 마타타 7세는 유일한 혈족인 하쿠나 공주가 이제 성인이 되었으므로, 국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원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입에서 날벼락 같은 선언이 나오고 말았습니다.


그녀는 강단의 한가운데에 서서 마이크에 대고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친애하는 국왕과 대신, 그리고 국민 여러분. 저는 제 삶과 철학을 톺아 보는 장대한 결심을 이 자리에서 하고자 합니다. 저는 여전히 어리석고 무지하며 앎에 대한 갈증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저는 말 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저는 보름달이 열세 번째 뜨는 날, 무언을 수행하는 수도승이 되어, 참된 진리를 찾을 결심을 하였습니다. 아무쪼록 저의 강단 있는 다짐에 아낌없는 지지를 바라마지 않는 바입니다. 감사합니다.”


온 나라가 공주의 폭탄선언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물론 가장 큰 고통은 국왕과 왕비인 체야양모현이였습니다. 곧 긴급 최고 내각 회의가 소집되었습니다. 각 지방의 자치단체장들이 모두 궁궐로 모여들었습니다. 그들은 공주의 마음을 돌릴만한, 저마다의 해결책을 마련하여 제시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결혼 작전이었습니다.


공주가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다면 자연스레 궁전에 눌러앉게 될 것이라고 그들은 판단했습니다. 즉시, 전 세계 모든 나라의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총각들에게 문자 메시지가 날아갔습니다. 메시지를 받은 그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거의 모든 사람이 청혼하기를 희망하였습니다. 뭐, 이건 누가 봐도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7년 연속 <시계> 선정 가장 예쁜 여성 1위, 8년 연속 <보고> 선정 가장 섹시한 여성 1위, 9년 연속 <BBB> 선정 가장 지적인 여성 1위, 10년 연속 <선데이 부산> 가장 바람피우고 싶은 여성 1위를 차지한 하쿠나 공주가 아니겠습니까!


그리하여 국왕 특별령 제 8777호 798항에 의거하여, <마타타 공주 결혼 추진 위원회>가 발족하고, 결혼 후보자 9,999명에 대한 검증 작업이 들어갔습니다.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위원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후보자 추리기를 하여, 마침내 7명으로 압축을 하였습니다. 위원장은 이 명단을 들고 공주를 방문하였습니다. 그녀는 궁전에서 가장 높은 탑에 기거하였습니다. 그녀는 그곳에서 늘 독서와 명상을 하며 진리를 탐구하고 있었습니다.


공주의 질문


명단을 받아 본 공주는 위원장인 하동포르떼 백작에게 호기심을 품은 표정으로 물었습니다.

어떤 기준으로 뽑았나요? 존경하는 위원장님.

그들의 신분, 명성, 재력, 금력, 학벌, 주변인의 평판, 조상, 인물, 국제관계, 의지 등을 고려하였습니다. 공주마마.

모두 부질없는 기준입니다. 위원장님.

그럼 어떤 기준으로 할까요?

내면의 아름다움입니다.

하지만….

백작은 당혹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공무마마. 어떻게 내면의 아름다움을 평가할 수 있겠습니까?

모두에게 전달하시기 바랍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적어 보내 주세요. 그러면 그중에서 제가 직접 뽑도록 하겠습니다.

백작은 공주의 요청에 무척 만족하며 돌아갔습니다. 왜냐하면 그녀가 처음으로 남자와 데이트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전해 들은 국왕과 왕비, 대신들은 모두 쌍수를 들고 기뻐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여인이 있었습니다.


제리 후궁


그녀는 다름 아닌 왕의 13번째 후궁이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제리 아뿔싸. 하지만 그녀의 원래 이름은 빙신이었습니다. 탐욕스러운 집안의 셋째딸로 태어난 그녀는 성인이 되자 마법사의 유혹에 넘어가 제리라는 이름으로 개명을 하고, 돈을 버는 족족 압구정 유명 성형외과에 부지런히 돈을 갖다 바쳐 마침내 요염한 얼굴로 변신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무기로 왕궁의 시녀가 되어 마법사에게서 배운 <유혹하기>로 마침내 국왕의 하해와 같은 은혜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무척 탐욕스러웠으므로 후궁에 도저히 만족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녀는 수도 경비를 담당하는 내금위 대장인 텐스톤을 은밀히 유혹하여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는 호시탐탐 왕비와 공주를 제거할 계략을 꾸미고 있었습니다.


미어킷 왕자


마침내 하쿠나 공주는 한 사람을 지목했습니다. 그는 큰 바다 너머 큰 섬인 <마다카스> 나라의 <티몬> 국왕의 33번째 아들인 <미어킷> 왕자였습니다. 그는 하버드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구름>이라는 검색 전문 회사를 창업하여 억만장자가 된 자로, 공주의 유학 시절, 첫눈에 반하여 스토커로 오해까지 받을 정도였습니다. 일각에서는 공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방법을 연구하다가 검색엔진을 개발하게 되었다는 소문이 돌기도 하였습니다.


그는 9889년 4월 26일, 마다카스 라퀴타 제국의 수도 하드렌에서 티몬(9847~9993)과 디구디나디(9850~9946) 모리볼로의 여덟 자녀 중 막내로 태어났습니다. 어머니의 태몽은 이러했습니다. 짙은 강에 유유히 가던 보트가 커다란 코끼리를 물에 빠트렸습니다. 하지만 보트는 얼마 못 가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상아로 채워진 댐이 배를 가로막았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의 태몽은 좀 더 이상했습니다. 푸른 하늘 아래 더 없이 펼쳐진 옥수수밭을 절반으로 가르는 거대한 물체가 나타나 아버지를 흡수하여 배를 가르고 앙증맞은 인형을 꺼냈습니다.


어머니는 아우스트리아에서 로봇 산업을 이끌던 AI 거물 중 하나로, 헤국인이었으나 후에 산마르로 개종하였습니다. 산마르는 인간의 집단적 광기에 기초한, 기계로 접목할 수 있는 모든 시멘틱 디코더(의미 해독기)를 거부하고, 초월로 향하는 단순한 삶을 지향하였습니다. 헤타구로가 인간 고통사의 굵은 상처를 새긴 자로 회자하는 것처럼, 그의 어머니는 인공 지능의 정신적 고양과 선한 지성을 주도한 인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미어킷은 키가 작고 매우 수수한 외모를 가진 왕자입니다. 하지만 그의 미소는 백성들에게 화목함과 평화를 불러왔습니다. 또한, 그는 예술과 음악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는 훈련된 용맹함과 우아한 말씨를 가졌습니다. 그는 활동적이고 운동을 좋아하여 축구를 즐겼습니다. 또한, 그는 경영 관련 지식과 뛰어난 전략적 사고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정직하고 따뜻한 성격의 왕자입니다. 그는 정의로운 마음가짐과 사회적 책임감이 강해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데 열정적입니다. 그는 재치 있고 유머 감각이 뛰어나며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왕자입니다. 그는 능수능란한 입담으로 모두를 편안하게 만들며, 사회적인 모임에서 주목을 받습니다. 또한, 그는 예술과 문학에 관심이 많아 다양한 예술 작품을 감상합니다. 또한, 그는 과학과 기술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며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합니다. 그는 음악에 관심이 많아 자주 악기를 연주하며, 창의적인 작곡을 즐깁니다. 그는 매력적이고 카리스마 있는 왕자입니다.


그는 외교적인 능력과 협상 능력이 뛰어나므로 정치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탁월합니다. 그는 우정과 신뢰를 소중히 여기는 왕자입니다. 그는 정직하고 믿음직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으며, 사람들을 위해 언제나 힘써줍니다. 또한, 그는 동물과 자연을 사랑하며, 환경 보호와 동물 복지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그의 어두운 갈색 머리카락은 정돈되어 있으며, 선하고 차분한 눈에는 지혜와 인내가 빛나고 있습니다. 그는 주변 사람들을 존중하고 돕는 데 관심을 기울이며,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합니다. 이러한 특징은 그의 사랑과 관심이 넘치는 성격을 보여줍니다.


만남


왕자에게는 곧바로 <마타타 공주 1일 연애권>, <싱그러운 항공 일등석 항공권>, <백제 호텔 VVIP 룸 숙박권>, <매리 호텔 미쉐린 쉐프 컬렉션 뷔페 항상 이용권>, <아프리카 익스프레스 블랙 신용카드> 등이 보내졌습니다. 하지만 그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밥도 안 먹고 곧바로 <마타타 공주 1일 연애권>을 행사했습니다.

<마타타 공주 1일 연애권>은 공개 미팅 30분과 비공개 미팅 2시간으로 구성이 되었습니다. 미어킷 왕자는 제4 궁전 영빈 1 별관, 외국인 전용 접견실에 마련된 미팅 장소에, 이른 시간에 도착하여, 초조하게 그녀를 기다렸습니다. 물론 각국에서 온 수많은 특파원도 기다리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윽고 시간이 되자 공주가 우아한 표정으로 나타났습니다. 왕자는 황홀한 표정으로 공주를 쳐다봤습니다. 동시에 엄청난 카메라 후레쉬가 터졌습니다. 간단한 인사가 이어지고 모든 관계자가 물러나자 공주가 첫 질문을 하였습니다.


“사랑은 무엇입니까?”

“사랑은 끌림입니다.” 왕자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하며 차분하게 답변하였습니다. 그러자 공주는 다시 물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끌림을 당신은 저에게서 느끼시나요?”

“끌림이 없었다면 애써 이 자리에 오지도 않았을뿐더러, 그 끌림의 절정을 마주한 지금, 저는 형언할 수 없는 사랑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왕자는 자신의 답변에 만족한 듯, 기쁜 표정으로 공주의 아리따운 눈을 응시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끌림의 절정이 혹시, 오십 년도 안 되어 썩어 문드러질 저의 껍데기에 현혹된, 착각의 다른 표현이지 않을까요?” 공주는 눈 하나 깜짝이지 않고 되받아 물었다.

“저의 끌림이 당신의 미모에 대한 현혹 혹은 착각일지라도, 그건 수만 년을 이어져 온 인간의 유전적 특성에 기인하는바, 밴댕이의 눈에는 그들만의 보편타당한 미의 기준이 있을 것이요, 오랑우탄의 눈에도 역시 통용되는 아름다움의 잣대가 존재하는 법입니다. 사람의 끌림에는, 생물학적으로는 자기 유전자를 후대에 전달하고자 하는, 근본적 삶의 목적이 담겨있습니다. 즉, 인간은 DNA라는 실체의 수단에 불과합니다.” 왕자도 당당하게 답을 했다.

“그럼 왕자님은 본능을 초월하는 정신적 고상함을 겪어보시지는 않았나요?” 공주의 질문에 왕자는 바로 답을 했다.

“지금 경험하고 있습니다. 바로 본능을 뛰어넘는 정신적 갈망을…. 공주님.”

“우리가 처음 만난 지 겨우 1분 만에 말입니까? 왕자님.”

“어떤 사랑은 불과 1초 만에 또 어떤 사랑은 100년이 걸리기도 합니다. 사랑은, 실체가 변덕스럽고 변화무쌍하며, 진단을 내리기도 정의를 규정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추측이나 예측도 거부하기 마련입니다. 공주님.” 왕자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자신의 논리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럼 왕자님은 저를 본 순간에 바로 이게 진정한 사랑이라는 확신을 하신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공주님. 저는 이에 관해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 나라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입니다. 비록 수십 년 전이지만, 저는 사랑을 느낄 때면 그를 떠올리곤 하였습니다. 지금도 그래서 생각이 난 거고요.”


미어킷 왕자의 나라 마다카스는 7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구성된 나라였다. 가장 북쪽의 섬은 <로구호>이고 가장 남쪽의 섬은 <나디다>였다. 로구호 섬에서 나디다 섬까지는 직선으로 12,000km 거리였다. 로구호 섬의 중심 도시는 다이흥이었고, 그곳에는 예전부터 산업과 어업이 발달하여 전통 음식점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반면 나디다 섬은 가난한 어촌이었다. 게다가 가까이에 <필립나노>라는 나라가 있었는데, 국경 분쟁으로 늘 전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로구호 섬과 나디다 섬은 기후도 완전히 달랐다. 북쪽은 일 년에 9개월은 추웠고 남쪽은 반대로 더웠다. 그러므로 두 섬에 자라는 식물은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모든 섬에 자라는 매화가 있었다. 이 매화는 봄이 되면, 분홍색이 아닌 핏빛 꽃을 피웠다. 사람들은 이 붉은 매화를 <하니은 매화>로 불렀다. 그 사연은 다음과 같다.


다이흥 시에 사는, 25살 청년 <이큰딩>은 실력 있는 쉐프였는데, 어느 날 그가 근무하고 있는 식당에 <하니은>이라는 이름의 여인이 주방 보조로 들어왔다. 그녀의 나이는 32살이었고 고향에 아들을 두고 있었다. 그곳이 나디다 섬이었다. 이큰딩은 하니은을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다. 그는 매일 그녀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정성을 다하여 그녀에게 사랑을 표현했다. 몇 달 뒤, 그의 사랑은 결국 받아들여졌고 그들은 동거하였다. 그리고 그녀의 외아들을 초청했다. 그런데 전쟁이 터졌다. 그리고 아들과의 연락마저 끊어져 버렸다.


하니은은 아들을 찾기 위하여 남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얼마 안 가 하니은의 소식도 끊어졌다. 이큰딩은 그때부터 온 나라를 돌아다니며 그녀를 찾았다. 그는 하니은의 초상화를 매일 밤 수십 장씩 그려 사람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붙였다. 그렇게 십수 년을 그는 떠돌아다니다가 어느 날 홀연히 사라졌다. 그리고 한 달 뒤, 해변에 두 구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누군가 그들을 떼어놓으려고 하였지만 절대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부터 하니은의 초상화가 있던 자리에는 붉디붉은 매화가 자라났다.


이 이야기를 들은 하쿠나 마타타 공주는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하니은 매화를 보고 싶습니다. 왕자님.


그리하여 공주와 왕자는 마다카스로 같이 떠났습니다. 코큰아의 백성들은 이 소식을 듣고 모두 기쁨으로 충만하여 거리로 나와 축제를 벌였습니다. 하지만 공주가 없는 틈을 타 제리 후궁은 내금위 대장과 결탁하여 쿠데타를 일으켰습니다. 국왕을 비롯한 나라의 모든 대신을 감금한 제리는 텐스톤 내금위 대장을 국가 비상 대책위원장으로 임명하고 본인은 스스로 여왕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공주와 왕자의 암살을 지시했습니다.

옆행성


하쿠나 마타타 공주와 미어킷 왕자는, 하는 수 없이 그들을 따르는 소수의 신하와 함께 나로호와 승리호에 각각 나누어 타고 옆행성으로 피신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곳은 그들이 살기에 너무 가혹한 환경이었습니다. 대기는 대부분 이산화탄소로 이루어져 산소가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그리고 매우 추웠습니다. 평균 온도가 마이너스 80도에 가까웠습니다. 게다가 표면은 강력한 자외선과 코스믹 선량을 받아 보호 장비 없이는 외출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옆행성은 물도 귀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뜨거운 사랑으로 똘똘 뭉쳐 멋진 사회를 이루어내었습니다.


이 나라는 평등과 정의를 중시하는 철학적 기반 위에 세웠습니다. 모든 시민은 윤리적 가치와 도덕적 원칙을 존중하고 실천했습니다. 법률은 도덕적 원칙을 반영하며, 교육과 문화는 윤리와 도덕을 강조하고 확장하였습니다. 모든 시민은 동등한 기회를 얻으며, 부의 불평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회적 재분배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습니다. 정치체제는 포용적이며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고 포용했습니다. 모든 시민은 무료로 고급 교육에 접근할 수 있으며, 지식의 확산과 교육의 역할을 통해 시민들이 더 나은 판단력과 통찰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하였습니다.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존중하기 위해 노력하며, 지속 가능한 에너지와 생산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그리고 환경 오염과 파괴로부터 보호하고,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려고 모든 시민이 노력했습니다.


마침내 철학적 유토피아 사회로써 가장 이상적인 국가가 현실적으로 완벽하게 실현되었습니다.


반면, 제리 여왕이 통치하는 코큰아는 점점 가라앉기 시작했습니다.


최상위 소득 계층의 부의 증가가 다른 계층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중산층과 하층 계층 사이의 소득 격차가 커지고, 계층 간의 불만이 극도로 팽배했습니다. 게다가 정치적 갈등까지 겹쳐 사회적 분열이 더욱 심하였습니다. 거리에는 불법 약물이 판을 치고 총기 사고가 매일같이 벌어졌습니다. 환경 파괴, 기후 변화 및 자원 고갈도 심해져만 갔습니다. 수시로 금융위기가 찾아왔고 노동자들은 거리로 내몰렸습니다. 그런데도 겉치레에만 과도하게 집중하는 과소비가 팽배하여 백성들은 점점 피폐해져만 갔습니다.


전쟁


이러한 혼란을 옆 나라들이 가만두고 보지는 않았습니다. 탐욕스러운 일번이 먼저 집적거리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부아가 차인아와 손잡고 코큰아를 넘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어머니카는 일번과 결탁하여 노골적으로 야욕을 드러냈습니다. 결국 두 패로 나뉜 그들은 코큰아에서 큰 전쟁을 시작했습니다. 제리 여왕은 가장 먼저 도망을 쳤습니다. 하지만 성난 백성들에게 곧바로 잡혀 거리에서 신나게 두들겨 맞고 죽었습니다. 전쟁은 수년간 지속되었습니다. 코큰아의 백성들 대부분은 옆행성으로 떠났습니다. 결국 코큰아는 코딱지만 한 혹성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왕국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부아, 일번, 어머니카, 차인아도 모두 사라졌습니다. 결국 오랜 전쟁과 극심한 환경 오염으로 생명체가 사라진 죽은 행성이 되었습니다.


반면, 하쿠나 마타타 공주와 미어킷 왕자가 옆행성에 건설한 국가는 수만 년 동안 번창하였습니다. 그들이 세운 국가명은 <하니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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