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네이크 아일랜드 #1

남킹 판타지 스릴러

by 남킹


죽음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나는 이제 고아나 마찬가지다. 아버지는 내가 세상에 나오기 전에 떠났고, 어머니는 내가 태어나자 나를 버렸다.

형사는 비대했다. 방금 돼지 국밥집에서 나왔는지 누린내를 풍겼다.

“뺑소니야. 잡고 보니 어린 노무 새끼가 무면허에 술이 떡이 되어서…. 어휴! 말세야 말세.”

그는 혀를 끌끌 찼다.

“할머니 시신 한번 볼겨? 안 보는 게 좋긴 한데.”

그는 빨리 끝내고 쉬고 싶은 눈치였다.

할머니의 모습은 기괴했다. 얼굴 절반이 사라졌다. 나머지도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다. 몸은 뒤틀리고 배는 터져 창자가 너덜너덜했다. 마치 도로변에 버려진 멧돼지 같았다.

“그나마 여기 직원이 대충 끼워 맞추긴 했는데….”

형사는 이쑤시개로 빼낸 고기 조각을 손가락으로 튕기며 말했다.

할머니의 장례식은 썰렁했다. 동네 주민 몇 명과 할머니가 운영했던 1,000원 분식집 단골 서너 명이 다녀간 게 고작이다. 나는 줄곧 장례식장 복도로 지나치는 사람들을 쳐다봤다. 그거 말고 딱히 할 게 없었다.

*************

아버지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귀신같이 장례식이 끝나자마자 나타났다. 그는 할머니보다 더 늙고 병들어 보였다. 하지만 눈빛만큼은 탐욕스럽게 반짝였다.

“그동안 잘 있었나?”

그는 좁고 낡은 방을 한번 둘러봤다. 그리고 냉장고 문을 벌컥 열었다.

“야! 니도 딱하게 산다! 물밖에 없네.”

그는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하게 찌든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내 내게 내밀었다.

“소주하고 안줏거리 좀 사 오너라.”

나는 검은 봉투에 소주와 번데기 통조림을 담아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소주 한 병을 꿀꺽꿀꺽 삼켜 병나발을 불더니 집 안 구석구석을 뒤지기 시작했다.

“너거 할매가 꿍쳐놓은 꽁짓돈이 어디 있을 텐데.”

잡동사니 물건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나는 그 순간 할머니의 몸 쪼가리가 공중으로 흩날리는 상상을 했다. 눈알. 혓바닥, 찢겨 나간 피부, 불꽃놀이처럼 퍼지는 핏덩어리, 스프링을 닮은 창자, 으스러진 뼛조각.

아버지는 분식집을 팔고 내가 사는 빌라 전세금을 뺀 뒤 떠났다. 가기 전 그는 내게 오만 원짜리 지폐 2장을 손에 쥐여 주었다. 그리고 말했다.

“너도 이제 스무 살이니 사회생활 해야 안 되겠나.”

그동안 나는 꽤 많이 집에서 놀았다.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살기 위해 직장을 잡아야만 했다. 가만 생각해보니 나나 아버지나 할머니에게 기생충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부전자전.

나는 이력서를 쓰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딱 한 줄 – 고등학교 자퇴 – 이후, 쓸 이력이 없었다. 그래서 삼십 분 정도 고민하다 허위 이력을 만들기로 작정했다. 그건 내게 꽤 쉬운 일이었다.

나는 컴퓨터를 또래보다 잘 다루었다. 물론 시간 대부분을 게임으로 소진했지만, 한 번씩 나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려하여, 프로그래밍이나 디자인 혹은 해킹을 공부하곤 하였다. 그리고 실전에 응용하기도 하였다.

내가 다닌 학교의 학사 행정 프로그램을 해킹하여, 시험 문제 유출이나 나의 성적을 조작하던가, 쭉쭉 빵빵 여전사의 야한 이미지로 섹스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친구에게 팔던가 혹은 유료 포르노 사이트를 해킹하여 동영상을 모두 긁어모아 CD로 구워 팔기도 했다.

사실 CD 장사는 제법 잘나가는 사업 아이템이었다. 잘 될 때는 전국적으로 매일 수십 군데에 CD를 보내곤 하였다. 나를 유심히 지켜본 우체국 여직원의 신고가 있기 전까지는 말이다.

불과 한 시간 만에 나의 이력서는 날개를 달았다. 비록 고졸이지만 각종 소프트웨어 우승 경력이 있다고 자랑했다. 물론 우승 트로피와 상장은 뽀샵으로 이미지 조작해 관련 자료로 첨부했다.

‘알게 뭐람. 들키면 퇴사하면 되는 거고.’

나는 취업 사이트 전용 매크로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그리고 숨죽이며 엔터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프로그래밍 관련 모든 채용 공고에 자동으로 내 이력서가 하나하나 등록되기 시작했다. 불과 몇 분 만에 오천여 건이 등록되었다. 나는 이제 느긋하게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내 인생을 잠깐 추측하다 관두었다.

‘설마, 굶기야 하겠어?’

*************

“직장 경험은 처음 인가요?”

기분 나쁘게 생긴 면접관은 내게 뻔한 질문을 했다.

‘이력서에 다 있잖아! 첫 경험이라고. 너 바보니?’

나는 이렇게 묻고 싶었다.

“네, 남들처럼 대학을 갈까 하다가 시간 낭비일 것 같아서…. 제가 밥보다 좋아하는 프로그램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면접관은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프로그램 개발 이력에 노래방 시스템 구축도 있던데 직접 개발하신 건가요?”

“네. 제가 직접 다 개발했습니다.”

당연하게도 거짓말이다. 하지만 나는 당당하게 즉각 대답했다.

“이제 너 볼 일 두 번 다시 없을 것 같아서, 내 이 한마디만 하고 가께.”

아버지는 방문을 열고 나가려다 갑자기 뒤돌아서서 내게 한마디를 툭 던졌다.

“세상은 말이야…. 속고 속이는 거야. 알겠제. 명심하고 잘 살아라.”

“혹시 이 프로그램 제가 볼 수 있을까요?”

면접관은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의 얼굴을 뚫어질 듯이 바라보며 물었다.

“물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혹시 왜 필요하신가요?”

“아, 예전에 온라인 노래방 시스템을 기획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마땅한 개발자가 없어서 미루고 있었는데, 만약 프로그램이 좋다면….”

“<황홀한 노래방> 사이트 아시죠?”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럼 그 사이트 노래방 시스템을 직접 구현하신 건가요?”

“네. 제 소스를 기반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럼 그 소스 볼 수 있나요?”

“그건 곤란합니다. 계약 위반으로 저는 잡혀갑니다.”

“그럼 혹시 우리 회사에 입사하게 된다면?”

“그러면 가능은 합니다. 단, 제가 최소한 일 년 정도 이 회사에 근무한 다음, 그리고 소스를 아주 많이 수정하여 완전히 다른 제품이라고 착각을 할 정도가 되면 제공하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시죠. 우리 회사에 입사하는 걸로.”

“네. 언제부터 출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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