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킹 에세이 #0027
Nils Frahm – Says
눈꺼풀이 무거워도 닫지를 못합니다.
닫히면 시린 당신
행간마다 흘러내리는 빗물에도 어려있고
조촘조촘 머문 별빛에도 묻어있습니다.
당신이 새긴 아픔
유폐한 기억을 애써 묻으려 흙을 덮어보지만
한 줄기 빛이 없어도
새록새록 싹을 틔우고
거스러미처럼 까칠하게 살갗에 달라붙어
뭉툭한 모서리에 비벼도 보지만
가라지지 않는 끌림
목어 소리 맞춰 억지로 눈 돌려 흥얼거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웅크린 당신의 눈물만 쓸쓸하게
자몽 같은 노을빛 속으로 말라갑니다.
아득하게 또 듣게 됩니다.
그날 그 언어
불연속적으로 비가 흩날립니다.
헐렁한 파란 바지는
부품 해진 슬픈 물방울을
털려는 듯 버둥거리고
내딛는 걸음은
발치에 쌓이는 미련을
떨쳐내지 못합니다.
당신의 젖은 속눈썹
그러니 코끝이 시립니다.
떨어진 그리움은 바스락거리며
옆구리 어디쯤 쭈그리고 앉아
내 속의 당신에게 닿을락 말락
저는 아직 당신을
보낼 수 없습니다.
비는 아직 그칠 줄 모릅니다.
혓바닥이 버썩거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