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만나러 갑니다

만남

by 남킹

화면에 그려진 지도 속에 반짝이는 하트 이모티콘. 800m도 채 되지 않는 곳에 내 여자가 나타났다.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나타난 그녀가 반갑기 그지없었다. 나는 노래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가까워지지 않고 있었다.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옷을 다시 입었다. 나는 두 귀 있는 데까지 모자를 곽 눌러 고쳐 쓰고는 바깥으로 나왔다. 무심한 고즈넉함이 공간을 메웠다. 사람들이 여기저기 모여 웅성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보름달은 벌써 흐릿한 구름 뒤로 사라졌다. 밤이 유리창을 모두 덮었다. 그렇게 누렇고 뿌연 도시가 자신을 감췄다. 바람은 한기를 머금었다. 걸을 때마다 바지가 사각거렸다. 그녀에게 다가갈수록 거리의 소음이 커졌다. 해묵은 이미지가 보이는 구석구석을 채웠다. 그리고 제법 가까운 거리에 횃불이 하나둘씩 보였다. 그리고 하늘 어둠 속 어딘가로 사라지는 회색 연기가 무거운 춤을 췄다.

그런 날이 있었던 거야. 우리가 모두 그런 것처럼, 사랑이 새겨진 유전자가 어딘가에 박혀 있잖아. 지독하게 누군가를 좋아하는 행위 말이야.

구불거리는 거리를 다시 지나쳤다. 점점 그녀와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화려한 조명이 감싸고 있는 매혹적인 건물 앞에 다가섰다. 마치 로만 바스(Roman Bath)를 연상케 하였다. 커다란 아치 지붕과 테라스가 보였다. 외벽을 장식한 아름다운 대칭과 정교한 조각. 입구에는 로마 황제와 총독으로 보이는 하얀 동상이 서 있었다. 만남 앱이 표시한 그녀와의 거리는 불과 20m. 그녀는 여기에 있는 게 틀림없다.

“당신의 어린 시절은 어떤가요?”

“저의 어린 시절?”

“사람들의 굄을 늘 받기를 원했죠. 하지만 아시겠죠? 그렇지 않았기에 그러함에 갈증을 느끼는 상황을…그래서 그런지…. 어릴 적부터 그다지 먼 미래를 바라보지 않고 있어요. 목표에 충실한 것도 아니고요. 그저 항상성을 유지하고 평형을 조절하는 거죠. 붓다가 그랬다고 그러더군요. 남에게 의지하지 말라고. 깨달음은 혼자 스스로 하는 거라고.”

“깨달음을 갈구하는군요?”

“아뇨. 정반대죠. 행복을 원합니다. 아주 행복하거나 황홀한 순간을 추구합니다. 사실 그 상태에서는 깨달음을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됩니다. 어쩌면 깨달음은 끝없는 절망의 심연에서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난 뭔가 되고자 하는 욕망을 일찌감치 포기했어요. 하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것, 꿈, 미래 어느 것 하나 그다지 소원하지 않아요. 그냥 내 몸이 가는 데만 향할 생각이에요. 어쩌면 심하게 자유를 갈구한다고 봐야겠죠.”

나는 건물 입구에 적힌 안내문을 바라봤다.

‘입장료 : 4시 이전에는 50유로, 이후에는 70유로’

‘영업시간 : 일요일~화요일은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수요일부터 토요일은 10시부터 새벽 5시까지’

나는 계산대에 가서 돈을 냈다. 여자는 생긋 웃으며 내 손목에 팔찌 띠를 채워줬다. 그리고 키를 건넸다. 277번. 카운트를 지나 좁고 밝은 통로를 벗어나자 홀이 나타났다. 공간을 가득 채운 사람들. 여인들은 모두 알몸이었다. 나의 시선과 두뇌는 본능적으로 재빠르게 그들 하나하나를 스캔하고 평가하였다. 지나치게 심장이 빨라졌다. 신묘한 감미로움이 내 속을 채우고 넘쳐흘렀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익숙한 얼굴. 나스챠는 나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순간, 알람이 울렸다.

‘마침내 만나셨군요. 축하합니다. 행복한 시간이 되세요. 당신의 큐피드 보너스 점수 5만 점이 추가되었습니다.’

나는 홀로 호텔로 돌아갔다. 오랜 시간, 나는 빨리 잠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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