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나 (Zena)
순수한 색감을 지닌 벽지는 은은한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마치 그녀의 작은 세계를 감싸주는 것처럼 느꼈다. 욕실 옆 선반에는 작고 우아한 꽃병이 놓여 있다. 그 안에는 작은 야생화들이 그들의 마지막 생을 태우고 있다.
이윽고 그녀가 나타났다. 얇고 가느다란 망사가 그녀의 나체를 감싸고 있다. 그리고 망사의 구멍으로 그녀의 초콜릿 빛 피부가 빛을 냈다. 투명한 직물은 그녀의 빈정대는 갈망을 그대로 드러냈다. 물론 그것은 내게 선물이었다.
와! 멋진데!
어제 샀어.
그럼 내게 보여주려고?
당연히 그럴 리가 없지. 다만 너가 첫 번째야.
나는 그녀를 손으로 감쌌다. 풍성한 살이 깊이 들어갔다. 향이 올라오고 나는 발기했다. 그리고 늪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의 입술을 벌리고 혀를 집어넣었다. 하지만 그녀는 곧바로 입을 뗐다.
미안하지만 오늘 여기서 재워 줄 수는 없어.
왜?
약속이 있어.
무슨 약속?
내가 그것까지 말해야 하는 거야? 우리가 그런 사이야?
그녀가 정색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럼 어떤 사이인데? 그냥 돈 주고 섹스만 받아 가는 사이야?
이런 개새끼! 당장 내 집에서 꺼져!
나는 탁자에 놓인 돈을 집어 호주머니에 넣었다. 그러자 그녀가 내 팔을 꽉 잡았다.
이런 찌질이 같은 놈! 준 돈을 도로 가져가는 놈이 어디 있어!
그래! 난 찌질이다! 이 갈보년아! 네 눈에는 내가 호구로밖에 안 보이지?
나는 폭발했다. 그녀를 거칠게 흔들었다. 그리고 그녀를 침대로 쓰러트리고 목을 있는 힘껏 두 손으로 조였다. 그녀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 나를 째려보던 그녀의 눈에 흰자위가 점점 많아졌다. 그리고 눈꺼풀이 차츰 내려갔다. 그녀의 눈이 다 감겼을 때 나는 손을 풀었다. 그녀는 축 늘어졌다.
*************
제나가 파닥거리며 눈을 떴다. 한 줄기 식은땀이 그녀의 이마에서 볼로 흘렀다.
꿈꾼 거야?
응. 그런가 봐.
좋은 꿈? 나쁜 꿈?
늘 비슷해. 안 좋은 꿈이야.
무슨 꿈인데?
넓은 집에 나 혼자뿐이야. 나는 꼬부랑 할머니가 되었고. 그런데 세찬 비가 내려. 빗물은 마당을 가득 채우고 이윽고 집으로 들어오기 시작해. 하지만 내 곁엔 아무도 없어. 나는 발버둥 치지만 물속에 잠기고 말아.
그건 아마 너의 무의식에 남아 있는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떤 사랑을 갈구하는 것일 수도 있어.
하지만 나는 사랑을 느껴 본 적이 없어.
정말?
응.
왜?
그런 일이 있었어.
무슨 일?
13살 때 일이 있었어.
누군가에게 강간당한 거야?
아니, 그보다 더 슬픈 일.
도대체 무슨 일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