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log Guy In A Digital World

by 남킹

Martin Roth - An Analog Guy In A Digital World


1.


오랜 시간, 나는 빨리 잠들지 못했다. 잠을 청하기 위한 행동은 늘 비슷하기 마련이다. 불을 끄고, 음악 볼륨을 줄이고, 휴대폰을 내려놓고, 무겁고 시린 눈을 감는다. 그리고 부드러운 베개에 뺨을 갖다 댄다. 그러면 향긋하거나, 무겁거나, 혹은 투명한 하루가 내 곁에, 과거로 남는다. 기억은 의식을 종용하지만, 나는 그냥 내버려 두려고 노력한다. 아니,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몽환적인 길에 발을 뻗기 위해 <내려놓음>으로 간다. 하지만 늘 알 수 있듯이, 불편한 육체는, 쉽게 의지를 떼어내지 못한다.


의식은 느리거나, 빛보다 빠르게, 혹은 체감할 수 없는 속도로, 비정형의 사고와 모순, 질서 정연한 논리와, 대범한 설득과 이야기를, 펼치거나 자르거나 혼합한 문장으로 변모한다. 마치, 처음과 끝을 알 수 없는 실과 같다. 실타래에서 흩어져 나와 엉킴 속으로, 활자는 벽과 공간을 마련하고, 시간을 줄 위에 새겨 둔다. 나는 방관자적 시점으로, 능청스럽게 만져보지만, 그것이 먼 과거인지, 지금인지, 가까운 미래인지는 알 수 없다.


경적이, 덜컥이는 창으로 숨어든다. 뒤이어 사이렌 소리는 거리의 높낮이를 알려주고, 허공에 긴장을 날린다. 낮은 속삭임의 바람. 그 속을 탐닉하는 새는, 밤을 잊은 사람들의 웅성거림을 가벼이 여기는, 지저귐을 주곤 한다. 나는 몸을 뒤척인다. 불편한 허리가 고마운 듯, 한숨을 선물한다. 나는 다시, 모로 누워, 저 멀리 두둥실 떠가는 상상을 다시 잡으려고 애쓴다.


흑백의 작은 집. 부엌은 좁고, 연탄아궁이에는, 이글거리는 연기를 타고 오르는 오렌지색 구진이 짧은 생을 끝내고 사라진다. 방과 문지방을 지나면 마당. 돌멩이를 품은, 흙에 새겨진 빗질을 따라가면, 비걱거리는 문이 떨어질 듯 위태로운 변소. 그것을 에워싼 시멘트 블록은 낮은 담벼락을 제공하고, 거북스럽게 벽에 붙은 구기자나무는, 타원형 잎을 건들거리며 보라색 꽃을 담는다. 검붉은 혈관을 따라, 다섯 개 팔을 활짝 펼친 작은 꽃. 붉은 열매는 지독하게 어둡고 거친 한여름의 폭풍을 따라 심하게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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