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woon - Schizophrenic
2.
생각은, 내 기억에 자국을 남겼던 과거와 현재의 불안한 동거, 미래의 폐허가 된 세상이 특이한 모습으로 섞여서 나타난다. 마치 나 자신이 방관자적 시간 여행자가 되기도 하고, 천국과 지옥을 주관하는 절대자 혹은 단속적인 인간 군상을 이어주고 증명하는 역사학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러한 상념은 내 방의 창이 환하게 밝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되고 내 인생의 하루가 지워진 것이다. 지워진 하루에 특이점이 없다면 망각의 강으로 시간이 잠들 것이다. 하지만 나는 망각의 강에 빠지기 전, 빼어난 구성과 탄탄한 스토리로,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엮이고 이어진 기억을 최대한 빼내려고 애를 쓰곤 한다. 나를 나로부터 떼어낸다. 그리고 몇 걸음 뒤로 물러선다. 그러면 차분한 상념 속에 몸을 늘린 채, 편안히 내 속에 누워있던 이야기가 화들짝 놀라, 흐트러지고 부서지며 달아난다.
나는 밝음 속에, 바위처럼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로 올리고 음악 볼륨을 높인다. 그리고 나는 늘 그렇듯이 문을 열고 거리로 나선다. 친절한 이정표와 반듯하고 정돈된 도시의 안내에 따라 나는 오랫동안 돌아다닐 것이다. 날씨가 궂건 좋건, 춥건 덥건….
길을 나설 때마다 나는 생각을 남겨 두고, 시각을 수식하는 공간의 변화와 살갗을 자극하는 바람에 <마음 쏟음> 상태로, 지친 육신의 거친 반항에 굴복할 때까지, 걷기는 계속될 것이다. 내가 사는 도시는 지독하게 넓고 구불거리고 복잡하고 번잡하므로, 나는 늘 불안한 눈동자의 이방인으로 남게 된다.
그러므로 내가 사는 곳은, 사랑스럽기 짝이 없는 <아무것도 아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