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meji's Theme

음악, 상념

by 남킹

Shigeru Umebayashi - Yumeji's Theme (In The Mood For Love OST)


https://youtu.be/K559UjlOx_M


“너무 외설적이지만 감정이 풍부한 거 같아.” 그녀는 딱 한 번 나의 노래를 평가한 적이 있다. 서 있기도 힘든 만큼 술을 마신 날. 그녀의 눈은 어느새 축축한 자국이 말랐고, 일그러진 얼굴이 지어내는 슬픔에 찬 고통이 사랑스럽게 느껴지던 날이었다. 나는 기타 줄을 뜯을 듯이 할퀴며, 엉덩이를 빙글빙글 돌리며 연주를 했다.

내 음악은 나만큼이나 어중간하다. 심오하지도 가볍지도 않고 대중적이거나 극소수 마니아를 위한 것도 아니다. 사운드는 알 수 없는 순간 치솟다가 어느새 꺼지며 음정은 탁하고 목소리는 답답하다. 나는 항상 내가 녹음한 음성을 들으며 타인을 떠올린다. 녹음된 나의 목소리는 지나치게 소심하다.


나는 그냥 내 삶을 받아들인다. 내 음악은 창작이라는 괴로움과 고통의 산물이 아니라, 그저 시간을 보내기 위한 용도에 적합하다.


“외설적이라는 표현이 멋있는데!” 그녀는 내 등에 찰싹 올라타며 깔깔거렸다. 빈약한 가슴이지만 따스함이 물컹거렸다.


“홀에서 발가벗고 연주할까?”

“그건 외설이 아니라 공해지!” 미자는 숨이 넘어갈 듯이 웃어 젖힌다. 여자의 뽀송뽀송하고 꼬불꼬불한 털이 간지럽다. 털 없는 피부. 말랑말랑한 젖. 소리가 방을 채운다. 여자의 입. 나의 콧구멍에서 터지는 거친 호흡. 미끈한 액체가 사타구니를 타고 흐른다. 젖은 수건이 바닥에 떨어진다.


굵은 땀방울.


하지만 모든 쾌락은 끔찍하게 짧다. 긴 불행은, 단 한순간만 살아있음의 기쁨을 허락한다. 헐떡거리는 미자의 배에서 지린내가 올라온다.


“라면 먹자 우리!” 바라던 말. 여자는 먹는 것에 지나치게 초연하다. 아무튼, 라면이라도 먹여야 한다. 나는 늘어진 육체를 질질 끌고 냄비에 물을 붓는다. 성기와 이마를 수건으로 닦는다. 가스레인지에 냄비를 올리고 불을 켠다. 딱딱딱딱. 검은 봉지에 삐져나온 파. 다정하게 소곤거리는 달걀들. 햄을 따고 냉장고를 열어 유일한 음식, 김치를 꺼낸다.


텅 빈 흰색 공간. 차가운 쉰내.


여자는 라면을 겨우 두 젓가락 뜨고는 김칫국물만 홀짝거렸다. 나는 라면 국물까지 쭉 다 마셨다. 바닥에 붙은 파 조각을 손가락으로 집어 입에 쏙 넣었다. 성욕과 식욕. 이제 수면욕이 다음이다. 줄담배를 피우고 토렌트에서 내려받은 영화를 여자가 고른다.

“어휴, 전부 깐느구만.” 미자는 이상하거나 지겹거나 비딱한 영화는 전부 <깐느>로 규정한다. 결국 <화양연화>를 고른다. 세 번도 더 본 영화. 여자는 주제곡과 여주인공의 의상에 매료되었다.


“조금 보다 잘 거야.” 여자는 가방에서 커피 캡슐을 꺼내 머신에 집어넣고 작은 컵 모양의 버튼을 누른다. 기계가 떠는소리를 토하더니 거품 섞인 액을 쏟아 낸다. 나를 위한 에스프레소. 여자는 다른 캡슐을 꺼내 큰 컵 모양의 버튼을 누른다.


역시 아메리카노.


재떨이에 꽁초 3개가 추가되었다. 12시 7분. 여자가 잠들었다. <Yumeji’s Theme>가 흘렀다. 국수 통을 든 치파오 차림의 장만옥이 느린 동작으로 걷는 장면에서, 나는 여자가 잠든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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