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상념
“살이 좀 빠졌네.” 찬찬히 살펴본 그녀가 내린 결론이다. 미자는 미천한 나를 지긋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 외에는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한 달 후에 만나던, 계절이 바뀐 뒤에 만나던, 그녀는 내 얼굴에 스쳐 간 시간이 보여주는 피곤함과 핏발, 부스럼, 엉클어진 머릿결, 눈에 붙은 눈곱, 코털, 여드름 자국, 까맣게 탄 이마, 비딱한 앞니들에 시선을 모으곤 한다.
“영양가 있는 거 한 번씩 사 먹고 그래.”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고 나의 눈곱을 떼면서 중얼거린다. 그녀의 입에서 생선 비린내가 난다. 나는 라면과 달걀, 파와 햄에 길든 코를 들고 다닌다. 그 외의 모든, 입이 보내는 신호에 뇌는 음식이라는 정의를 시큰둥하게 내리곤 한다.
나의 본능은 마젠타 입술을 찾는다. 커피, 고등어, 침, 루주 냄새가 섞인 향이 그녀의 새큰거리는 콧바람을 수식한다. 미자는 나를 생각하는 유일한 인간이다. 이빨이 딱하고 부딪힌다. 감정의 격앙이 밀려온다. 미자는 다르다.
그녀는 나의 절망적 상황과 나 자신은 거의 개의치 않는 빈곤에 마음을 쓴다. 내 안의 고통은 세상 사람들처럼 그다지 드러나지 않기 마련이다. 무심함은 널리 퍼져있다. 그들이 받는 찰나와도 같은 내면의 불편함을, 사람들은 이제 부풀리거나 축소하지 않는다.
“자고 갈 거지?” 나의 질문에 그녀는 침대에서 펄쩍 뛰더니 가방을 뒤진다.
“짜잔!” 그녀는 양손에 뜯지 않은 콘돔 상자를 들고 있다. 형광 불빛에 반짝인다.
“마침내?”
“마침내!”
이제 상황은 진득한 육체적 본능으로 이어질 것이다. 무엇에 빠지는 것이다. 모든 인간처럼. 절정을 향한 격렬한 운동을 시작할 것이다. 이 점이 바로 잘 알려진, 죄스러움과 성스러움의 교차지점이라는 것이고, 오늘날 아주 특이하게 전파된 육체적 사랑이라고 비아냥거리는 것조차 그 본질은, 숭고함의 확장에 삶의 진정한 목적을 연계하는 단순 논리일 뿐이다. 무엇이 두려운가? 무엇이 더럽고 무엇이 부끄럽고 무엇을 숨겨야만 하는가?
모든 섹스는 아름답다. 당연하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