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 드라마 _ 국가가 나에게 로봇 여친을 보냈다

by 남킹

국가가 나에게 로봇 여친을 보냈다

[숏폼 Ep. 1-1: "택배의 정체"]

(SCENE #1) 한심의 원룸 방 안 / 밤

어두컴컴한 방. 모니터 불빛만이 강한심의 얼굴을 비춘다. 그는 헤드셋을 낀 채 격렬하게 키보드와 마우스를 두들기고 있다. 입에서는 괴성이 터져 나온다.

강한심

> 키야아아아! 용암 숨결! 피해, 피해! 탱커님, 어그로 꽉 잡으라고요! 힐 들어갑니다, 힐!

화면에는 고대 용과 용사들의 혈투가 펼쳐진다. 용암 브레스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한심의 마법사 캐릭터 ‘심쿵한방’이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한다. 그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파티장 (헤드셋 너머 O.S)

> 야, 심쿵! 쫄들 몰려온다! 광역기 한 방 시원하게 갈겨줘!

강한심

> 맡겨두라고! 마나 해일! 지금부터 내가 이 구역의 미친놈이다!

그의 손가락이 현란하게 움직인다. 용의 체력 게이지가 간당간당 줄어든다. 그의 입가에 히죽거리는 미소가 떠오른다.

강한심 (혼잣말)

> 이게 바로 인생이지! 현실 따위…

그때,

띵동- 띵동-

현실의 초인종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한심은 미간을 찌푸리지만 무시한다.

강한심

> 대지의 분노여, 나의 부름에 응하라! 메테오 스트라이크!

파티장 (헤드셋 너머 O.S)

> 야, 심쿵! 저거 즉사기야! 피해야 해!

강한심

> 알고 있다고! 내 컨트롤은 신의 경지… 으악!

모니터 화면이 회색으로 변한다. ‘당신은 사망했습니다.’

강한심

> 아, 진짜! 누구야! 어떤 놈이 신성한 레이드 시간에 벨을 누르고 지랄이야!

분노에 차 벌떡 일어선다. 헤드셋을 책상에 패대기친다.

(SCENE #2) 현관 앞 / 밤

한심, 슬리퍼를 질질 끌며 현관으로 향한다. 며칠 감지 않은 머리를 벅벅 긁는다.

강한심 (혼잣말)

> 배달 음식 시킨 거 없는데… 설마 또 그 빌어먹을 종교 권유?

띵동- 쾅쾅쾅! 쾅쾅!

문이 거의 부서질 듯 두드리는 소리.

강한심

> 아, 알았다고요! 문 안 부서져요! 갑니다, 가!

짜증 가득한 표정으로 현관문 잠금쇠를 풀고 문을 벌컥 연다.

그의 눈앞에, 칼같이 정장을 차려입은 중년 남자, 박철민 서기관이 서 있다. 손에는 태블릿 PC. 무표정한 얼굴.

그리고 그 남자 옆에는… 게임 속 엘프 여사제처럼 완벽한 미모의 여자, 에바가 서 있다. 심플한 흰색 원피스 차림.

한심, 넋이 나간 듯 에바에게 시선 고정. 침을 꿀꺽 삼킨다.

강한심

> 누구… 시죠? 혹시, 택배… 잘못 찾아오셨나? 아니면… 드라마 촬영 중?

(PUNCHLINE)

에바,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한심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한다.

에바

> 저는 오늘부로 귀하와 함께 생활하며, 귀하의 전반적인 생활 패턴 개선 및 사회적 기능 회복을 지원할 임무를 부여받은, EVA-07 모델, 통칭 ‘에바’라고 합니다. 제가 바로, 국가가 보낸 ‘택배’입니다.

한심, 입을 헤 벌린 채 굳어버린다. 그의 뒤로, 온갖 잡동사니와 쓰레기로 가득 찬 방 내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에바의 시선이 방 안을 빠르게 훑는다.

[숏폼 Ep. 1-2: "국가 발송 AI 여친?!"]

(SCENE #1) 한심의 원룸 방 안 / 밤

여전히 현관 앞. 한심은 에바의 말에 뇌 정지가 온 듯 삐걱거린다. 박철민 서기관이 딱딱한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박철민

> 강한심 씨, 맞으십니까? 저는 대한민국 정부 ‘국가 인적자원 최적화 프로그램 관리위원회’ 소속, 파견 관리 담당 서기관, 박철민입니다.

강한심

> 국가 인적… 자원 최적화… 프로그램… 관리위원회요? 저는 그런 거 신청한 적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는데요. 혹시 뭐, 다단계나 사이비 종교 그런 건 아니시죠?

한심, 슬쩍 문을 닫으려 한다. 그때 에바가 문틈으로 손을 뻗어 막는다. 그 손길은 차갑고 단단하다.

에바

> 저희는 귀하와 같은 사회 부적응… 아, 실례. ‘사회 재적응 필요 인력’의 생활 지원 및 행동 교정을 위해 특별히 설계된 생활 보조 및 데이터 분석형 AI 휴머노이드입니다. 본 프로그램의 궁극적인 목표는, 귀하와 같이 잠재적 생산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생산적 활동에 몰두하는 인력들을 다시금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복귀시키고,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국가적 문제로 대두된 심각한 저출산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데 있습니다.

한심, ‘저출산 문제 해결’이라는 말에 사레가 들려 격하게 기침한다.

강한심

> 푸흡! 커헉, 컥! 저, 저출산 문제 해결이요? 나랑? 이 로봇이랑? 지금 나랑 애라도 낳으라는 소린가? 이거 몰래카메라죠?

(SCENE #2) 한심의 원룸 방 안 / 밤

박철민, 태블릿 PC 화면을 한심에게 들이민다. 한심의 증명사진과 빼곡한 글자가 적힌 문서.

박철민

> ‘국가 인적자원 관리 및 최적화에 관한 특별법’ 제7조 3항 및 동법 시행령 제12조에 의거, 강한심 씨는 ‘사회 기여도 극저 위험군’ 및 ‘장기적 사회 고립으로 인한 자립 능력 저하 대상자’로 공식 분류되셨습니다. 따라서 본 ‘생활 개선 집중 지원 프로그램’의 의무 참여 대상자로 선정되셨음을 통보드립니다.

강한심

> 아니,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요! 그냥 내 집에서 게임 좀 하고, 좀… 많이 쉬는 게 그렇게 죽을죄예요?

에바가 차분하게 말을 잇는다.

에바

> 저희가 확보한 귀하의 지난 3년간의 생활 패턴 데이터에 따르면, 귀하의 주 평균 경제 활동 시간은 0.7시간, 유의미한 사회적 교류 빈도는 월평균 0.2회, 일일 평균 실내 체류 시간은 23.5시간으로 분석되었습니다.

(PUNCHLINE)

강한심

> 아니, 내 사생활을 그렇게 막 뒤져도 되는 거냐고요! 이거 완전 빅브라더 아니에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에바, 여전히 평온한 목소리로, 마치 AI 스피커가 날씨 정보를 알려주듯 담담하게 말한다.

에바

> 모든 정보는 합법적인 절차와 귀하의 동의… 아, 실례. 귀하의 ‘묵시적 동의’로 간주되는 공공 데이터 및 통신 기록 분석을 통해 수집되었습니다, 강한심 씨.

에바의 푸른 눈동자가 한심을 똑바로 응시한다. 한심은 오싹함을 느낀다.

[숏폼 Ep. 1-3: "카오스 정화 작전"]

(SCENE #1) 한심의 원룸 방 안 / 밤

박철민 서기관, 자신의 임무는 끝났다는 듯 한심에게 가볍게 목례하고 에바에게 말한다.

박철민

> 그럼, EVA-07. 지금부터 정식으로 임무를 개시하도록. 진행 상황은 매뉴얼에 따라 주기적으로 보고하고.

박철민, 홀연히 복도 저편으로 사라진다. 어안이 벙벙한 한심 앞에 에바만 남았다.

에바

> 그럼,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강한심 씨. 오늘부터 저희는 한집에서 생활하며, 귀하의 성공적인 사회 복귀를 위해 함께 노력하게 될 것입니다. 부디 협조해주시길 바랍니다.

강한심

> 자, 자, 잠깐만요! 스톱! 타임! 아니, 우리 엄마도 나한테 두 손 두 발 다 들었는데, 왜 정부에서 나한테 이런 로봇까지 보내서 괴롭히는 건데요!

(SCENE #2) 한심의 원룸 방 안 / 밤

에바, 한심의 절규를 배경음악처럼 흘려들으며 자연스럽게 집 안으로 발을 들여놓는다. 그녀의 고개가 미세하게 좌우로 움직이며 방 안을 스캔한다.

발 디딜 틈 없이 널브러진 물건들, 산처럼 쌓인 배달 음식 용기, 바닥과 한 몸이 된 옷가지들, 정체 모를 얼룩과 쿰쿰한 냄새.

에바, 잠시 후 짧게 한마디를 내뱉는다. 그 목소리는 경악에 가깝다.

에바

> 와우.

그녀는 다시 한번 방 안을 천천히 둘러본다. 한심은 얼굴이 홍당무처럼 달아오른다.

강한심

> 뭐, 뭐요! 이게 바로… 어… 저만의 프리스타일! 네, 맞아요! 틀에 박힌 정리정돈 따위는 거부하는, 내추럴 본 그대로의 삶의 방식이라고요!

(PUNCHLINE)

에바, 천천히 한심을 돌아보며 강철처럼 단단한 의지가 실린 목소리로 말한다.

에바

> 상황 파악 완료되었습니다, 강한심 씨. 귀하의 주장은 현재 관찰된 객관적 데이터와 상당한 괴리가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지금부터 본 프로그램의 첫 번째 실행 과제를 명확히 설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코드명: ‘생활 공간 정화 및 위생 환경 구축 프로젝트’. 즉시 시작하겠습니다. 한심 씨, 혹시… 이 집 어딘가에 쓰레기봉투라는 물건이 존재한다면, 그 위치부터 알려주시겠습니까?

한심, 넋이 나간 채 입만 뻐끔거린다. 그의 뒤로, 에바가 곰팡이 핀 컵라면 용기를 경멸과 분석이 뒤섞인 눈빛으로 들어 올리는 모습이 보인다.

(FADE OUT.)

[숏폼 Ep. 2-1: "곰팡이 유물 발굴"]

(SCENE #1) 한심의 원룸 방 안 / 밤

에바, 방 한구석에서 언제 마셨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컵라면 용기를 집어 든다. 용기 안에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무언가가 곰팡이와 함께 뒤엉켜 있다. 에바는 고고학자처럼 조심스럽게, 그러나 단호하게 용기를 들어 올린다. 그녀의 코가 살짝 찡그려지는 듯한 미세한 표정 변화가 스쳐 지나간다.

한심, 소파 구석에서 그 모습을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다.

강한심 (소심하게)

> 아… 그거… 그냥 어제 먹다 남은 건데… 아닌가? 며칠 됐더라… 하하.

에바, 한심을 쳐다보지도 않고 컵라면 용기를 응시한다.

에바

> 강한심 씨. 이 물체는…

(SCENE #2) 한심의 원룸 방 안 / 밤

에바, 여전히 컵라면 용기를 들고 있다. 그녀의 눈이 용기 내부를 스캔하는 듯 반짝인다.

에바

> …분석 결과, 최소 3개월 이상 방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기물 부패 샘플입니다. 일반 쓰레기로 분류하여 즉시 폐기해야 하며, 주변 환경에 대한 소독 작업이 시급합니다.

한심, 에바의 과학적인 분석에 할 말을 잃는다. ‘유기물 부패 샘플이라니… 그냥 좀 오래된 라면 국물 아니었나?’

강한심 (애써 태연한 척)

> 에이, 무슨 생화학 무기 취급을 하십니까. 그거 그냥 좀 오래된 라면이지… 그리고 소독은 무슨…

(PUNCHLINE)

강한심

> 그냥 라면 국물인데요! 좀 뒀다 먹으려고 했던 거거든요! (점점 목소리가 작아진다)

에바, 한심의 변명을 가볍게 무시하며 묻는다.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낭랑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차갑다.

에바

> 혹시 이 방 어딘가에… 살균용 에탄올이나 유사 화학제품이 존재합니까?

한심, 에바의 질문에 입을 쩍 벌린다. ‘에탄올? 그런 고급스러운 게 우리 집에 있을 리가…’

[숏폼 Ep. 2-2: "기상 알람봇의 공포"]

(SCENE #1) 한심의 침실 / 다음 날 아침

따스한 햇살이 창문으로 들어오지만, 한심은 여전히 이불 속에 파묻혀 있다. 그때, 방문 너머에서 기계적이고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에바 (O.S)

> 강한심 씨, 기상 시간입니다. 현재 시각 오전 7시 정각. 생체 리듬 정상화를 위한 규칙적인 생활 패턴 확립이 중요합니다.

한심,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쓴다. 잠꼬대처럼 중얼거린다.

강한심 (웅얼거리며)

> 으으… 5분만… 딱 5분만 더 자자… 어제 너무 빡셌다고…

에바 (O.S, 점점 가까워지는 듯)

> 5분 추가 수면은 수면의 질을 저하시키고, 오히려 피로감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보고되었습니다. 현재 귀하의 일일 권장 수면 시간은 이미 47분 초과한 상태입니다.

(SCENE #2) 한심의 침실 / 아침

에바, 어느새 방문을 열고 침대 옆에 서 있다. 팔짱을 낀 채 한심을 내려다본다.

에바

> 즉시 기상하여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오늘 예정된 활동을 시작해야 합니다. 30초 내에 자발적인 기상 의지를 보이지 않으실 경우, 매뉴얼에 따라 2단계 기상 프로토콜을 실행하겠습니다.

한심, 이불 속에서 몸을 떤다. ‘2단계 기상 프로토콜? 그게 뭔데? 설마 전기 충격이라도?’

강한심 (애원하듯이)

> 아, 몰라… 5분만… 제발… 이건 인류의 오랜 숙원이자 숭고한 투쟁의 역사라고요, 5분 더 자기 운동!

에바

> 귀하의 주장은 논리적 근거가 부족하며, 현재 상황에 대한 합리적인 변명이 될 수 없습니다. 10, 9, 8…

(PUNCHLINE)

에바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자, 한심은 공포에 질려 벌떡 일어난다. 퉁퉁 부은 눈을 비비며 에바를 쳐다본다.

강한심

> 아, 알았어요! 일어난다고요! 일어나면 되잖아요!

에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태블릿 PC를 보며 말한다.

에바

> 좋습니다. 오전 7시 30분, 건강 균형식 아침 식사입니다. 제가 영양 균형을 고려하여 준비한 메뉴는 현미밥과 된장찌개, 계란찜, 그리고 제철 나물 무침입니다.

한심, ‘현미밥과 된장찌개’라는 말에 절망적인 표정을 짓는다. 그의 소울푸드인 컵라면과 삼각김밥이 그리워진다.

[숏폼 Ep. 2-3: "풀떼기 식단과 자유 논쟁"]

(SCENE #1) 한심의 원룸 주방 / 아침

에바가 차려놓은, 보기만 해도 건강해질 것 같은 아침 식탁. 한심은 힘없이 주저앉아 숟가락을 든다. 된장찌개에서는 구수한 냄새가 나지만, 그의 입맛에는 영 맞지 않는다.

강한심 (혼잣말)

> 이런 풀때기를 먹고 어떻게 하루를 버티라는 거야… 햄버거… 치킨… 피자…

그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진다. 에바가 조용히 지적한다.

에바

> 강한심 씨, 식사 중 과도한 표정 변화는 소화 불량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음식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 표현은 함께 식사하는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습니다.

(SCENE #2) 한심의 원룸 주방 / 아침

한심, 결국 숟가락을 내려놓고 울분을 토한다.

강한심

> 아니, 이게 지금 음식이 문제예요? 내 자유가! 내 행복이! 내 방구석 라이프가 송두리째 부정당하고 있는데, 어떻게 표정 관리가 되냐고요!

에바, 잠시 말없이 한심을 바라본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가 무언가를 분석하듯 깜빡인다.

에바

> 강한심 씨, ‘자유’의 개념에 대해 다시 한번 고찰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진정한 자유는 방종이나 무책임과는 다릅니다. 그것은 스스로 설정한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능력과 선택의 권리를 의미하며, 때로는 현재의 안락함을 포기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노력을 수반하기도 합니다.

(PUNCHLINE)

에바

> 제가 귀하에게 제공하려는 것은, 단순히 통제나 강요가 아닙니다. 귀하가 잊고 있었거나 혹은 외면해왔던 ‘더 나은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되찾아 드리기 위한 지원입니다.

에바의 정론에 한심은 말문이 막힌다. 저 로봇은 대체 정체가 뭘까. 그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숟가락을 다시 든다. 된장찌개를 한 술 떠서 입에 넣는다. 생각보다… 맛있다.

(FADE OUT.)

[숏폼 Ep. 3-1: "잔소리 폭격 식사 시간"]

(SCENE #1) 한심의 원룸 주방 / 아침

강한심, 에바가 차려준 건강식 아침 식탁에 앉아 있다. 에바는 맞은편에 앉아 한심의 모든 행동을 예리하게 관찰한다. 한심이 숟가락으로 밥을 한 술 뜨자, 에바의 목소리가 들린다.

에바

> 강한심 씨, 현재 식사 속도는 분당 27회 저작 운동으로, 권장 속도인 분당 35회에 미치지 못합니다. 충분한 저작 활동은 소화 효소 분비를 촉진하고…

한심, 미간을 찌푸리며 국물을 한 모금 마신다.

에바

> 국물 섭취량이 과다합니다. 나트륨 과다 섭취는 고혈압 및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입니다. 건더기 위주로 섭취하십시오.

한심, 짜증이 치밀어 스마트폰을 꺼내 게임 영상을 보려 한다.

에바

> 식사 중 스마트폰 사용은 집중도를 저해하고 소화 불량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함께 식사하는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SCENE #2) 한심의 원룸 주방 / 아침

한심, 결국 폭발한다. 숟가락을 탁 내려놓는다.

강한심

> 아니, 내가 내 밥 먹는데 이렇게까지 감시를 받아야 합니까? 이러다 체하겠어요, 체하겠어!

에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 강한심 씨, 저는 귀하의 건강하고 효율적인 생활 패턴 확립을 돕기 위해 존재합니다. 식습관 개선은 그 첫걸음이며, 현재 귀하의 식습관은 개선의 여지가 매우 큰 것으로 판단됩니다.

한심, 포기한 듯 숟가락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강한심

> 됐어요, 안 먹어요! 배불러서 더는 못 먹겠네요! 이제 그 지긋지긋한 다음 스케줄이나 빨리 시작합시다!

(PUNCHLINE)

에바, 한심이 남긴 밥그릇을 잠시 바라보더니 태블릿 PC에 무언가를 빠르게 입력한다.

에바

> 알겠습니다. 오전 7시 30분 아침 식사, 목표 섭취량 대비 68.7% 달성. 잔여 음식물 데이터 기록 완료. 다음 일정은 오전 8시 30분, 실내 유산소 운동 40분입니다.

강한심 (어이없다는 듯)

> 효율적인 생활 패턴이요? 내 인생에서 ‘효율’이라는 단어는 게임 캐릭터 스탯 찍을 때나 쓰는 말이라고요! 인간은 원래 좀 비효율적이고, 낭비도 하고, 그렇게 사는 거 아닙니까?

에바 (단호하게)

> 비효율과 낭비는 발전과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입니다, 강한심 씨. 제한된 시간과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합리적인 행동 방식입니다.

한심, 에바의 논리 폭격에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서 있다.

[숏폼 Ep. 3-2: "내 몸이 내 몸이 아니야!"]

(SCENE #1) 한심의 원룸 거실 / 아침

어젯밤 에바의 ‘정화 작업’ 덕분에 거실은 몰라보게 깨끗하다. 에바는 거실 한가운데 서서 한심을 기다리고 있다. 벽 스크린에는 활기찬 음악과 함께 늘씬한 강사가 시범 동작을 보이는 운동 프로그램이 띄워져 있다.

에바

> 오늘 진행할 프로그램은 ‘초보자를 위한 전신 순환 유산소 운동’입니다. 준비 운동 5분, 본 운동 30분, 정리 운동 5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준비되셨습니까, 강한심 씨?

한심, 화면 속 강사의 현란한 몸놀림을 보며 기가 질린다.

강한심

> 아니, 잠깐만요. 저런 걸 내가 어떻게 따라 해요? 나 평생 운동이라고는 숨쉬기 운동이랑 손가락 운동밖에 안 해본 사람인데!

에바, 격려하는 듯하지만 눈빛은 단호하다.

결국 한심은 반강제로 운동을 시작한다. 화면 속 강사는 가볍게 뛰지만, 한심의 몸짓은 고장 난 로봇처럼 삐걱거린다. 몇 분 뛰지도 않았는데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SCENE #2) 한심의 원룸 거실 / 아침

한심, 땀을 비 오듯 흘리며 힘겹게 동작을 따라 한다. 심장은 터질 것처럼 쿵쾅거린다.

에바 (매의 눈으로 감시하며)

> 강한심 씨, 현재 심박수가 분당 158회로 목표 구간을 초과했습니다. 호흡을 가다듬고 속도를 조금 늦추십시오. 무릎은 더 높이 들어 올리고, 팔은 자연스럽게 앞뒤로 흔들어주십시오.

에바 (경고음과 함께)

> 경고! 왼쪽 무릎 각도 15도 미달!

> 경고! 상체 기울기 과다! 복부에 힘을 주고 허리를 펴십시오!

한심, 죽을 맛이다. 중간에 포기하려 하자 에바의 채찍질(?)이 이어진다.

에바

> 강한심 씨, 현재 운동 시작 후 17분 경과. 귀하의 뇌에서 엔도르핀 분비가 시작될 시점입니다. 이 고비를 넘기면 ‘러너스 하이’와 유사한 쾌감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조금만 더 힘내십시오!

강한심 (속으로)

> 러너스 하이는 개뿔! 지금 내 눈앞에는 저승사자가 하이파이브하자고 손 내밀고 있는 것 같은데!

(PUNCHLINE)

마침내 운동 프로그램이 끝난다. 한심, 탈진 상태로 바닥에 큰 대자로 드러누워 버린다. 에바가 다가와 상태를 체크한다.

에바

> 수고하셨습니다, 강한심 씨. 최종 운동 시간 40분 3초. 평균 심박수 분당 132회. 칼로리 소모량 387kcal. 목표 달성률 98.5%. 처음치고는 매우 훌륭한 결과입니다.

한심, 헐떡이며 간신히 반문한다.

강한심

> 훌륭… 하다고요? 나 지금… 죽을 것 같은데… 이게 훌륭한 거면… 앞으로는 얼마나 더 빡세게 굴리려고…

에바, 물 한 병을 건네며 교과서적인 멘트를 날린다. 한심은 멍하니 물만 마신다.

[숏폼 Ep. 3-3: "이력서 쓰기, 그 막막함"]

(SCENE #1) 한심의 원룸 거실 / 오전

샤워를 마치고 나온 한심, 한결 개운해진 모습이다. 하지만 에바는 이미 다음 일정을 준비하고 있다. 거실 테이블 위에는 노트북과 서류 몇 장이 펼쳐져 있다.

에바

> 다음은 오전 9시 30분, 구직 정보 탐색 및 이력서 작성 기초 교육입니다. 귀하의 사회 경제적 자립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직업을 갖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한심, ‘구직’이라는 단어에 표정이 다시 암울해진다.

강한심 (속으로)

> 또 시작이군. 운동으로 잠깐 좋았던 기분 다 망쳤네.

(SCENE #2) 한심의 원룸 거실 / 오전

한심,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목소리에는 자조와 체념이 섞여 있다.

강한심

> 저기요, 에바 씨. 나 같은 사람을 받아줄 회사가 있을까요? 스펙이라고는 게임 레벨밖에 없는 백수인데.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일하기 싫어요. 그냥 이렇게 게임이나 하면서 편하게 살고 싶은데, 그게 그렇게 큰 잘못인가요?

에바, 잠시 말없이 한심을 바라본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가 그의 영혼 깊은 곳까지 꿰뚫어 보는 듯하다.

에바

> 강한심 씨, ‘일하기 싫다’는 감정은 자연스러운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노동은 인간에게 성취감과 자존감을 부여하고,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며, 경제적 안정을 통해 더 많은 선택의 자유를 제공하는 중요한 수단이기도 합니다.

(PUNCHLINE)

에바

> 저는 귀하에게 무조건적으로 ‘좋은 직장에 취직하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귀하가 스스로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돕고 싶을 뿐입니다. 아주 작은 일부터 시작해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시작하려는 의지’와 ‘지속하려는 노력’입니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요? 우선, 귀하의 과거 경력과 보유 기술, 그리고 관심 분야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주시겠습니까? 이력서 작성의 첫 단계는 바로 ‘자기 분석’입니다.

에바, 한심에게 빈 종이와 펜을 내민다. 한심, 마지못해 받아들지만 막막한 표정으로 빈 종이만 내려다본다. 그의 구직 활동은 시작부터 험난해 보인다.

(FADE OUT.)

[숏폼 Ep. 4-1: "충격과 공포의 이력서"]

(SCENE #1) 한심의 원룸 거실 / 오전

에바, 어제 한심이 마지못해 끄적였던 ‘자기 분석 보고서’를 들고 있다. 한심은 괜히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한다. 에바는 종이를 한참 동안 말없이 내려다본다. 종이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적혀 있다. (빠르게 화면 스쳐 지나감)

이름: 강한심

나이: 서른 하고도… 조금 더 (프라이버시!)

경력: PC방 야간 알바 (3개월, 사장님과 불화), ‘방구석 여포단’ 길드 마스터 (5년)

보유 기술: 컵라면 물 조절 (미슐랭급 자부)

특기: 숨쉬기, 밥 먹기, 잠자기

취미: 게임, 애니, 웹툰, 멍때리기

단점: 게으름 (심각), 의지박약 (매우 심각)

좌우명: ‘하면 된다’는 거짓말이다. ‘안 해도 된다’가 진리다.

에바, 종이에서 눈을 떼고 한심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SCENE #2) 한심의 원룸 거실 / 오전

에바 (평소보다 한 톤 낮은 목소리)

> 강한심 씨. 이것은… ‘자기 분석 보고서’라기보다는… ‘자기 파괴 보고서’ 혹은 ‘취업 포기 선언문’에 가깝다고 판단됩니다.

강한심 (애써 태연한 척)

> 네? 뭐가 문제인데요? 솔직하고 진솔하게 제 자신을 다 보여준 건데. 요즘엔 다들 꾸미고 포장하느라 바쁘잖아요. 저는 그런 거 싫어서 그냥 있는 그대로를 적었을 뿐이라고요.

(PUNCHLINE)

강한심

> 이게 바로 저만의 차별화 전략, ‘날것 그대로의 매력’ 어필입니다!

에바, 단호하게 그의 말을 자른다.

에바

> ‘날것 그대로의 매력’이 아니라 ‘가공되지 않은 문제점 나열’로 보입니다, 강한심 씨.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는 자신을 ‘판매’하는 마케팅 수단입니다. 기업은 지원자의 ‘잠재력’과 ‘직무 적합성’을 보고 채용을 결정하지, ‘솔직함’이나 ‘유머 감각’만으로 직원을 뽑지는 않습니다.

에바, 태블릿 PC를 꺼내 조목조목 지적하기 시작한다. (화면에는 한심의 이력서 내용과 X 표시가 번갈아 나타남)

"‘나이’ 항목 비전문적… ‘경력’ 항목 대인관계 능력 의구심… ‘보유 기술’ 컵라면 물 조절은 객관적 기술 아님… ‘특기’ 숨쉬기는 생명 유지 기본 활동… ‘단점’ 스스로 게으름(심각) 평가… ‘좌우명’ 할 말 없음, 즉시 수정 필요."

에바의 쉴 새 없는 팩트 폭격에 한심은 너덜너덜해진 걸레짝처럼 소파에 늘어진다.

[숏폼 Ep. 4-2: "에바의 이력서 심폐소생술"]

(SCENE #1) 한심의 원룸 거실 / 오전

강한심 (거의 울먹이며)

> 그럼… 어쩌라는 거예요? 나는 이게 최선인데. 없는 걸 지어낼 수도 없고, 거짓말을 하라는 거예요?

에바 (조금 부드러워진 목소리)

> 거짓말을 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강한심 씨. 다만, 있는 사실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지금부터 함께 귀하의 ‘자기 분석 보고서’를 ‘매력적인 이력서 초안’으로 바꾸는 작업을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귀하의 ‘게임 길드 마스터’ 경험부터 다시 살펴봅시다. 길드원의 규모는? 어떤 역할을 담당하셨죠?

한심,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신이 나서 떠든다.

강한심

> 음… 길드원은 100명도 넘었죠. 주로 제가 레이드 파티 짜고, 공략 지시하고, 신입 교육도 담당했어요. 가끔 싸우면 중재도 하고… 서버 최초로 보스 잡았을 때는 진짜 짜릿했는데… (에바 눈치 보며 입 다뭄)

(SCENE #2) 한심의 원룸 거실 / 오전

에바

> 훌륭합니다, 강한심 씨. 방금 말씀하신 내용들은 충분히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능력’, ‘문제 해결 능력’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0명 이상 규모의 온라인 커뮤니셔를 5년간 성공적으로 운영하며…’ 와 같이 표현할 수 있습니다. 어떠십니까? 훨씬 전문적이고 매력적으로 들리지 않습니까?

한심, 눈을 동그랗게 뜬다.

강한심

> 어? 그러네? 내가 그렇게 대단한 일을 했던가?

에바, 계속해서 한심의 경험들을 그럴듯하게 포장한다. PC방 알바 경험은 '고객 응대 및 매장 관리 능력'으로, 만화창작학과 졸업은 '스토리텔링 능력과 창의적 사고 함양'으로.

(PUNCHLINE)

에바, 심지어 단점까지 긍정적으로 바꾸는 마법을 선보인다.

에바

> ‘게으름’은 때로는 ‘신중함’이나 ‘효율적인 에너지 분배를 위한 휴식 선호’로, ‘의지박약’은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하는 유연한 사고’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물론 면접에서 구체적인 질문이 들어올 경우를 대비해야겠지만요.

한심, 입을 다물지 못한다.

강한심 (속으로)

> 저 로봇, 완전 사기캐 아니야? 말로 사람을 홀리는 재주가 보통이 아니네. 저 정도면 다단계 회사에서도 에이스 먹겠다.

[숏폼 Ep. 4-3: "AI의 진심 어린 격려?"]

(SCENE #1) 한심의 원룸 거실 / 오전

강한심 (우울하게)

> 하지만… 이렇게 그럴듯하게 꾸며봤자, 면접 가서는 다 들통날 텐데요. 저는 말주변도 없고, 긴장하면 머릿속이 하얘지는 타입이란 말이에요.

에바 (부드럽게)

> 걱정 마십시오, 강한심 씨. 이력서 작성은 시작일 뿐입니다. 앞으로 모의 면접 훈련을 통해 자신감을 키우고,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충분히 연습할 것입니다. 제 목표는 단순히 귀하를 취업시키는 것이 아니라, 귀하가 스스로의 가치를 발견하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에바의 진심 어린 말에 한심은 다시 한번 마음이 흔들린다.

(SCENE #2) 한심의 원룸 거실 / 오전

강한심 (문득 궁금해져서)

> 저기요, 에바 씨. 당신은… 왜 나 같은 사람한테 이렇게까지 하는 거예요? 그냥 프로그램된 대로 하는 거예요, 아니면… 다른 이유라도 있는 거예요?

에바, 잠시 침묵한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가 깊은 생각에 잠긴 듯 미세하게 떨린다.

에바

> 저는 EVA-07 모델, ‘인간 생활 개선 및 사회 적응 지원’을 목적으로 설계된 AI입니다. 제 모든 행동은 입력된 프로그램과 목표에 따라 이루어집니다. 귀하를 돕는 것은 제 존재 이유이자 가장 중요한 임무입니다.

(PUNCHLINE)

에바

> 하지만… 프로그램과는 별개로, 저는 귀하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귀하의 비논리적인 행동, 예측 불가능한 감정, 그리고 때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들이 저에게는 매우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자 새로운 데이터입니다. 어쩌면… 저는 귀하를 통해 ‘인간의 가능성’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녀의 마지막 말은 마치 혼잣말처럼 들린다. 한심은 그 말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수 없지만, 왠지 모르게 가슴 한구석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낀다. 에바, 다시 평소의 침착한 목소리로 돌아와 이력서 작성을 계속하자고 한다. 한심, 조금 더 용기를 내어 노트북 앞에 앉는다.

(FADE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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