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감정에 이유를 달아야 한다면 그건 너무 쓸쓸한 일이다. 하루키는 대학을 마치고 결혼을 하고도 한동안 소설을 쓰지 않았다. 살이를 지탱하기 위해 밤중까지 돈을 벌어야 했고 그것은 분명히 장엄한 일이었다. 어느 날 하루키는 야구장 외야에 앉아 맥주를 마시다가, 한 선수가 안타를 치는 순간 불쑥 생각이 났다고 한다. 그래, 맞아. 소설을 쓰는 거야. 경기는 특별할 것이 없었다. 단지 딱' 하는 소리와 맥주, 넓은 외야석, 그리고 이 모든 상황에서 튀어나온 생각, 단지 그것뿐이다. 인간에게는 세 가지 사건뿐이라고, 태어나고 살다가 죽는 일이라고 라브뤼예르는 말했다. 태어나는 건 느끼지 못한다. 죽음은 미리부터 괴로워한다. 그리고 사는 것은 잊고 있다. 우리는 잊지 않고 살기 위해 이유가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글도 관계도 마찬가지다. 무너지는 것을 보고도 낡은 연장을 집어 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