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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멍구 Aug 10. 2017

작가의 사진을 흉내내보기

사진작가_JESSICA TODD HARPER: THE HOME STAGE


가족의 모습을
아름다운 회화처럼 담아낸 사진작가
Jessica Todd Harper



 사진을 찍다보면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든다.
잘 찍은 사진은 어디서부터 오는 것이란 말이냐!


사진에 관심을 갖고 배우다보면 곧장 그럴듯한 사진가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하게 되지만, 그러고 나서 사진을 몇 장 찍어보면 이번에도 또 그저 그런 흔한 사진만 찍어낸 것 같아 시무룩해지곤 한다.


그러다 좁은 공간도 넓고 다이나믹하게 찍어낸 광각사진, 혹은 아주 매력적인 접사 사진들을 볼 때면
사진이란 그저 장비빨이 중요한, 돈이 아주 많이 드는 취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혹은 어떻게 찍어도 칙칙하고 멋없는 사진이 찍혀
'남루함'이라는 이름의 필터라도 사용한 것 같은 공간에서 촬영을 할 때면 또 그런 생각이 든다.  


모든 건물이 '나는 열라 힙하다'를 외치고, 걸어다니는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가 모델인 것 같은 유럽 도시에서 사진 작가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사진계의 금수저인 것이 아닐까?


사진이란 진정
피사체와 장비의 예술일까..?



이런 내 의구심을 확정시키는 동시에 해결해준 어떤 사진작가가 있었다. 제시카 토드 하퍼. (Jessica todd happer)


알랭드보통의 <영혼의 미술관>에도 '부엌에서의 고뇌'라는 사진으로 소개되었던 작가다.


제시카 토드 하퍼는 장소와 소품과 빛, 사람이

그야 말로 회화스러운 곳에서 사진을 찍어낸다.


이렇게 예쁜 곳에서 이목구비 선명한 매력적인 인물들을 데려다놓고 사진을 찍고 있다니, 나도 이곳에선 예술 사진 팡팡 찍어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어 질투가 나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녀의 사진에서 발견되는 것이 있다면, 사진에서 움직이고 있는 부분이 꼭 하나 씩 있다는 거다.



이 사진들은 스냅사진이라기 보다는 작가가 의도를 가지고 사람들의 제스처는 정지시킨 사진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 인물의 행동 속에 움직임이 있었다.

책을 넘기는 손, 고개를 돌린 흔적, 프레임으로 들어가고 있는 남자의 뒷모습 등.


사진은 금방이라도 녹아 변할지 모르는,

실온에 둔 얼음처럼 보인다.

   



제시카 토드 하퍼처럼 찍어보겠다며,

창을 통해 노을이 들어오는 동안

수박먹는 엄마 아빠를 찍어보았다.




작가에게 질투와 경의의 감정을 모두 느끼는 동안, 한 인터뷰 응답을 읽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알쏭달쏭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명확한, 사진 예술이라는 것에 대해.



How has being a photographer helped you in other aspects of your life ?

사진 작가로 사는 것이 인생의 다른 면에서는 당신을 어떻게 도와주었습니까?
My personal life is very integrated with my professional life.  Both of my books have been chiefly about my family.  Apart from collectors buying the work, others see those images and they want to hire me to photograph stories about families or their own family.
On another note, I think being a photographer helps you to notice things around you.  I always thought that with my students I was chiefly teaching them to see better.  Photography was just the mechanism by which to practice that skill.
제 사생활은 내 직업 생활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제 책 두권은 주로 저의 가족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수집가들은 그 작품을 구입하는 것 외에도, 다른 사람들이나 그들의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싶어서 저를 찾곤 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사진 작가가 되는 것은 여러분 주변에 있는 것들을 관찰하고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것 같습니다. 저는 항상 학생들이 그들에게 더 잘 보도록 가르칩니다. 사진술은 단지 연습해서 늘릴 수 있는 기술일 뿐입니다.
-제시카 토드 하퍼 인터뷰 기사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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