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 되고 난 후의 변화
직장생활을 시작한지도 벌써 5개월이 되었다.
이젠 휴대폰 진동소리가 울리면 아이폰 홈버튼에 손가락 지문을 지긋이 대는 것으로 잠을 깨고,
샤워기에 따뜻한 물부터 트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괴롭던 새벽 출근이 습관이 되는 사이,
밤이 짧은 겨울도 끝났다.
이전에는 지하철에서 내려 사무실까지 걷는 길도 사방이 밤처럼 까맸었는데,
이제 출근 길 지하철에서도 아침해를 본다.
행복 하나.
그사이 소소한 행복거리도 생겼다.
아침에 커피를 내려 보온병에 담고 출근길 버스에서 꼴딱꼴딱 먹는 행복이다.
(따뜻한 커피가 몸속을 덥히는 그 느낌이 좋아 꼴딱꼴딱이라는 의성어를 선택했다.)
매일 아침, 출근길 커피의 행복을 누릴 생각에
신나게 커피를 갈아 내리고 있으면
그 소리에 잠을 깬 엄마가 밖으로 나오며 말한다.
"윤아 너무 예쁘다."
"잉 뭐가?"
"그냥.. 매일 새벽에 이렇게 출근하는 게 신기해서."
엄마랑 같이 자는 요즘, 내 알람소리 때문에 엄마도 덩달아 다섯시에 잠을 깨야 했는데
불평도 않고 나를 예쁘다 해준 엄마가 예뻤다.
행복 둘.
다른 사람들은 다섯시반에 일어나 일곱시까지 출근한다고 하면 "헤에-!?"하고 혀를 내두른다.
그럼 나는 그제야,
'맞지. 우리 회사는 출근이 참 빠르지' 하는
생각을 한다.
나야 이곳이 첫 직장이고, 원래 직장인들이 몇 시에 출근하는 지 알지도 못해서 별 불만은 없었다.
오히려 지하철에 사람이 별로 없을 때 출근을 할 수 있다는 게 좋기도 했다.
그러려니, 소소한 행복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
출근할 때 읽을 거리 챙겨가기.
그렇게 공들여 챙겨가도 실제로 지하철에서 많은 분량을 읽지 못하지만, (새벽의 지하철에는 수면 파장이 흐르는 것이 분명하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읽을 책을 골라
가방에 넣는 것이
또 하나, 나의 소소한 행복이다.
직장생활을 한다는 것은
행복의 역치가 낮아지는 일
나는 직장생활을 하는 일은
행복의 역치가 낮아지는 경험이라는 생각을 했다.
남자친구는 종종
"오늘은 어땠어?" 하고 묻곤 한다.
그럼 나는 대답한다.
"오늘 정말 좋았어....!
화요일 오전마다 화요모임이라고 예배가 있거든?
오늘은 3월 생일을 맞이한 사람들이 자기 인생에 가장 의미있는 사진을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어.
그 사람들 나눔을 하나 하나 듣는데,
좋은 사람들을 알게 된 것 같아서 좋더라구.
특히 '업무시간'에 그런 걸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어."
"오늘은 어땠어?"
"좋았어..!
오늘은 중간에 이동하느라고
업무 시간 한 시간을 이동하는데 썼어.
일 쪼끔 하니까 점심시간이 오더라구. 아싸!했지."
그때, 학생인 남자친구는 수업시간에 영화를 봤단 이야기를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나의 행복의 감대가 완전히 이상해졌단 걸 알았다.
학생 때는 수업시간 농땡이를 피우는 건 예삿일이었고, 수업 휴강도 자주했었다.
그치만 어쩐지 수업의 휴강 소식도 업무시간에 한 시간쯤 농땡이 피울 때만큼 신나진 않았던 것 같았다.
요즘도 나는 쉽게 행복해진다.
출근 지하철에서 마시는 커피 때문에,
밥먹고 커피 먹느라고 점심시간을 일이십분 더 사용했단 사실 때문에,
취재가 있는 곳이 집과 가까워서 늦잠을 잘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그래봐야 7시 기상)
내일이면 주말이 시작되기 때문에,
누군가는 직장인이 된 이후로 가장 크게 변화한 점을, 결혼식이나 장례식같은 경조사에 사람 구실을 할 수 있게 된 점이라고 말했다.
나는 직장인이 되는 경험을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번외) 행복 셋
오늘의 행복.
토요일 오후 친구를 만나러가는 길,
너무 좋은 노래를 발견해버렸다
데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