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사진 작가가 되기 위한 모임을 결심하다
나는 모로코 셰프샤우엔 중턱에서 안드레라는 브라질 청년을 만났다.
그 청년은 자신을 '사진작가'라고 소개했다.
자신이 찍은 사진으로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고, 글도 함께 써서 남기고 있다고 말했다.
아는 것 많고 말도 많았던 사진작가 안드레.
나는 그와 하루 동안 동행하며, 한 장 한 장 정성스레 사진을 담는 모습들을 지켜보았다. 나는 내 사진도 한 장 찍어주기를 부탁했다. 사진작가가 남겨주는 내 사진이라니 배경이 예쁜 곳에서 가장 예쁜 모습으로 찍히려고 머리를 쓰기도 했다.
안드레와 헤어질 때, 나는 그의 블로그 주소를 받았고 안드레는 내 메일 주소를 적어갔다. 적어갔던 메일 주소로 나를 찍었던 사진을 보내주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그가 보내준 사진, 그가 올렸던 사진이 생각보다 형편없었다.
셰프샤우엔 파란마을을 배경으로 내가 서있는 사진을 흑백처리해서 한 장, 칼라 원본으로 한 장 보내주었는데,
그 사진들은 당췌 나를 찍은 건지 산 아래의 마을을 찍은건지 내가 밟고 있는 산 길을 찍은 건지 모를 애매-한 사진이었다.
그런데, 그의 형편없는 사진은 나에게
어쩐지 위로가 되었었다.
안드레의 사진은 나에게 '꼭 그렇게 잘나지 않아도 괜찮아.' 하고 이야기해주는 것 같았다.
안드레가 했던 말, 자신이 사진작가이고 자신이 찍은 사진으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던 말은 거짓이 아녔다. 뛰어난 작가가 아니었을 뿐.
나는 친구들과 사진 스터디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들을 '사진작가'로 소개할 날을 만들어보자 했다.
'꼭 그렇게 잘나지 않아도 괜찮아.
사랑하는 것을 그냥 사랑하게 내버려두면 돼.'
친구들과 사진스터디를 시작하며,
마음에 두었던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