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모 소설의 기록적인 첫 문장이 떠오른다.
“『마션』이었지. 화성 탐사대 대원인 주인공이 지구 귀환에 낙오돼 홀로 화성에 남은 이야기.”
주인공이 살려고 감자도 키우고, 덕 테이프로 위기도 해결한 기억이 난다.
작가로서 부럽게시리 그 책은 베스트셀러였고, 영화도 제작됐다. 한마디로 엄청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거다.
아무튼, 지금 다시 『마션』의 첫 문장을 살펴보니 시발은 없고 ‘아무래도 좆됐다.’라고 쓰여 있다.
그러나 내 상황은 ‘아무래도’와 같은 희멀건 부사로 설명될 상황이 아니다.
단언컨대 나는 화성에 홀로 남은 주인공보다 더한 막막함을 느낀다.
아무리 상황이 안 좋아도 화성에 고립된 주인공과 오늘도 따뜻한 전기장판 위에서 일어난 내 상황을 비교하다니. 혹자는 과장하는 거 아니냐고 손가락질하겠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은 환율이 1달러에 1,468원이나 하는 겨울이니까.
원래 먹고 사는 문제가 다 그렇지 않나.
내 이름은 A. 오늘도 방구석 모니터 앞에 앉은 무명의 웹소설 작가다. 그리고 무명 작가답게 최신작 『날 싫어하는 남의 편』을 말아먹었다.
물론, 살아있는 모든 작가가 그렇듯이 내게도 변명거리가 있다. 나는 젖은 코를 훌쩍였다.
“『날 싫어하는 남의 편』은 못 쓴 소설이 아니야.”
나름 씩씩하게 발음한 거 같은데, 민망한 나머지 두 손이 식은땀으로 축축하다.
그렇잖아. 무슨 일본 애니메이션 주인공도 아니고. 혼잣말을 왜 해?
“이게 바로 찐따통인가 뭔가인 거 같기도 하고.”
쓰읍. 아무래도 신간이 망한 뒤라 내가 좀 이상해진 것 같다.
그래도 여기. 내가 런칭할 때 쓴 눈물겨운 댓글 좀 봐라.
불쌍한 새끼. 과거의 나는 꿈에도 몰랐던 모양이다. 『날 싫어하는 남의 편』 구매 전환율이 20% 전후여도 매출 몇백이 나올 수 있다는 거.
나는 마치 나 자신이 타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평가했다.
“전환율 20% 전후고 뭐고, 아주 시원하게 망했죠? 그런데 그걸 208화까지 썼죠? 미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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