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는 또다시 침대에서 일어나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차가운 밤공기가 그녀의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기는커녕, 더 깊은 고독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이제 그녀의 삶은 점점 더 통제 불능으로 흘러가고 있었고, 자신이 쌓아온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릴 위기에 처해 있었다.
@TrueVoice의 메시지, 익명 계정의 폭로, 그리고 점점 더 커지는 팬들의 의심. 그 모든 것이 하나로 얽혀들며 유나의 삶을 잠식해가고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질문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떠돌았다.
침대에 다시 앉은 유나는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의존했는지, 그리고 그들이 자신에게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를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지훈, 소희, 그리고 가까운 다른 친구들까지. 그들은 늘 자신 곁에 있어주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들마저도 믿기 어려웠다. 그녀가 처한 이 끔찍한 상황이 누군가의 의도적인 배신 때문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그녀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유나는 지훈과 다시 통화해야 할지 망설였다. 그가 매니저로서 그녀를 도와왔고, 늘 그녀의 편에 서 있었지만, 지금은 그조차도 완전히 신뢰할 수 없었다. 그동안 그가 지나치게 침착한 태도로 자신을 다독이는 모습을 보며, 어딘가 모르게 의심스러웠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혹시 지훈이 그저 자신을 조종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아니야, 그럴 리 없어.’ 유나는 고개를 저으며 이 생각을 떨쳐내려 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지훈에 대한 불신이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그가 자신의 명성을 유지하도록 도운 사람인만큼, 반대로 그가 자신의 약점을 이용해 이 모든 상황을 만들어낸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화면을 보니 소희였다. 평소 같았으면 반갑게 전화를 받았을 유나는 오늘따라 망설였다. 소희는 유나의 가장 친한 친구였지만, 최근의 일들을 겪으며 그녀에 대한 의심 또한 커져가고 있었다.
소희는 유나와 가까운 사이였기에, 만약 유나의 과거를 알고 있다면 그것을 @TrueVoice나 익명 계정에 제공한 배후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유나는 결국 전화를 받았다.
“유나야, 나야. 요즘 정말 힘들지? 너한테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어서...”
소희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름없이 부드럽고 따뜻했다. 하지만 유나는 이제 그마저도 의심스러웠다.
“응, 뭐... 그냥 조금 힘들어.” 유나는 짧게 대답하며 소희의 말을 기다렸다.
“사실 나도 알아, 요즘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들. 너한테 직접 말하는 게 맞을지 고민했는데, 혹시 그게 사실이야? 너 정말 그런 일이 있었던 거야?”
소희의 말에 유나는 숨이 멎는 듯했다. 이제 그 소문이 그녀의 가장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도 퍼지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소희조차도 자신을 의심하고 있었다. 유나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쉬었다.
“그게 사실이긴 해...” 유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내가 예전에 큰 실수를 했어. 그게 이렇게 돌아올 줄은 몰랐는데...”
소희는 한동안 침묵했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유나야, 나 정말 널 이해하고 싶어. 그런데 왜 나한테 이런 중요한 걸 말하지 않았어? 우리가 가장 친한 친구잖아. 내가 도와줄 수도 있었을 텐데...”
유나는 소희의 말에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그녀는 소희에게 그동안 솔직하지 못했던 자신을 자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 이 상황에서 소희가 자신을 배신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계속해서 고개를 들었다.
“미안해, 소희야. 너한테 말하지 못한 게 정말 후회돼. 하지만 그땐 너무 두려웠어. 내가 그때 어떤 실수를 저질렀는지 알게 되면, 너도 나를 떠날까 봐 겁났어.”
소희는 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갔다. “유나야, 난 널 떠나지 않아.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이 상황을 해결해야 할 때야. 그냥 넘어갈 수는 없을 것 같아. 인터넷에서 퍼지고 있는 소문들이 점점 더 커지고 있어. 넌 이제 그저 무시할 수 없잖아.”
소희의 말은 맞았다. 유나는 더 이상 이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의 과거는 이미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했고, 그것이 그녀의 명성을 송두리째 앗아갈 수도 있었다.
“그래, 나도 알고 있어. 그래서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이야. 경찰에 이미 신고했지만, 상황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몰랐어.” 유나는 자신의 불안감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소희는 한동안 말없이 듣고만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유나야... 나, 사실 한 가지 더 있어. 너한테 말해야 할 게 있어.”
유나는 긴장했다. “뭔데?”
소희는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사실 나... @TrueVoice가 누구인지 알고 있어.”
순간, 유나는 손끝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의심이 점점 확신으로 바뀌는 듯한 순간이었다. 소희가 알고 있었다니? 어떻게 그럴 수 있지? 그녀가 그동안 자신에게 말하지 않았던 비밀이 드러나려 하는 것일까?
“뭐라고? 네가 어떻게 그걸 알아?” 유나는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소희는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사실, 내가 몇 주 전에 우연히 그 계정에 대해 들었어. 그리고 그 사람이 너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왜 그런 메시지를 보냈는지 알게 됐어. 그래서 그동안 너한테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어.”
유나는 소희의 말을 듣고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럼 왜 나한테 바로 말하지 않았어? 그게 누구야? 왜 그 사람이 나를 괴롭히고 있는 거야?”
소희는 잠시 침묵을 유지했다. 그녀의 말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듯했다. 마침내, 소희가 입을 열었다. “그 사람이... 너랑 아주 가까운 사람이야. 그리고 그 사람은 너한테 상처를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유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누군데? 그 사람이 대체 누구야?”
소희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지훈 오빠야.”
순간, 유나는 온몸이 얼어붙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지훈? 그가 @TrueVoice였다고? 그가 자신을 괴롭히고, 모든 것을 조종하고 있었다고? 믿기 힘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동안 느꼈던 의심이 모두 맞아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유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소희는 조용히 대답했다. “그도 너한테 상처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너랑 가까워지려고 했지만, 그게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느낀 거야. 그래서 이렇게 이상한 방법으로 너한테 복수하려고 하는 것 같아.”
유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가 나를 이렇게 괴롭히고 있다는 거야? 그가 나를 망가뜨리려고 했다는 거야?”
소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나야, 지금은 네가 정신을 차려야 해. 더 이상 지훈 오빠를 믿으면 안 돼. 그가 어떤 의도로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 모르겠지만, 넌 이제 그와 거리를 둬야 해.”
유나는 손을 떨며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지훈이 @TrueVoice였다는 사실은 그녀에게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그가 자신을 돕고 있는 줄만 알았던 모든 순간이 배신으로 변해버렸다. 그의 따뜻한 말과 행동이 이제는 위협으로 느껴졌다.
유나는 곧장 지훈에게 전화를 걸려다가 멈칫했다. ‘이렇게 바로 대면할 수 있을까?’ 그녀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지훈을 마주하는 것이 두려웠지만, 이제는 그와 직접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밤, 유나는 마음이 뒤숭숭한 채로 밤을 지새웠다. 그녀는 지훈과 마주할 생각을 하며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떠올렸다. 자신에게 다가왔던 그가 어떻게 변했는지, 그리고 왜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이 혼란스럽기만 했다.
그러나 이제는 피할 수 없었다. 유나는 지훈과 대면할 준비를 하며 다시 한번 깊은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이 상황을 해결해야만 했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삶을 되찾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