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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무 May 01. 2022

나의 해방일지 3회

언어는 감정을 정의한다 '추앙'이 우리에게 알려준 것. 

또 오해영

나의 아저씨.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드라마들이다. 

모두 박해영 작가님의 작품이다. 

그래서 박해영 작가의 신작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의 해방일지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본방사수는 디폴트였고 넷플릭스의 자막에 익숙해져있지만 볼륨을 한껏 키워 귀를 쫑긋 세우고 대사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첫 주 1,2화를 보았다. 그렇게 2화까지 본 후 사실 반쯤 감이 오다가 3화를 보고나니 아, 이 드라마가 이제부터 하려는 이야기가 어렴풋하게 감이 잡혔다.

아 이런이야기이구나.

어느 지점에 가서는 기어코 우리를 끅끅 울리고 말겠구나.


기이하고 불친절하다. 

그건 캐릭터도 설정도 심지어 구성이나 연출까지도. 

그런데 캐릭터에 공을 들이는 데 있어서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작가는 캐릭터만큼은 너무나도 세심하게 다듬었다. 단지 그걸 다 보여주지 않았을 뿐.

어쩌면 이 드라마는 인간실격과 비슷한 결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 시청률로는 끝까지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을지 몰라도 좋아하는 사람들을 끈끈하게 붙들어놓는 무언가가 있겠구나. 그리고 이런 주제의 드라마를 하는 것은 어느 경지 이상이 아니면 어려운거구나 싶었다. 평범한 인물들, 인기없는 소재, 자극적인 미스테리나 서스펜스도 없고, 뚜렷한 갈등이나 성장이 보이지 않는, 아주 세심하게 귀를 기울여야 그제서야 들리는 캐릭터들의 풍부한 이야기.

여백이 많은 이야기는 보는이에게 더 많은 공간을 제공한다. 자신의 이야기가 고픈 이들이 머물고 쉬어가고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이 이 드라마의 힘이 아닐까 싶었다.


삼남매 중 첫째 염기정

남녀 사이의 최고의 경지는 참수당하는 남편의 머리를 달려가서 치마폭에 받는 여자라고,

남자가 아니라 동지를 구하는 여자

시대가 태평한게 천추의 한인 여자

남자랑 같이 나라를 구해야 하는 여자


염창희

내가 봤어 그 눈빛.

아 이놈 별거 없구나 하는 그 눈빛

그럼 그때부터 죽어라 싸워야 해.

절대로 내가 별볼일 없는 인간인거 그게 들통나서 헤어지는게 아니라.

나도 알어 걔가 쥘 수 있는 패 중에 내가 최고의 패는 아니라는거 더 좋은 패가 있겠다 싶겠지 나도 알어.


이 말 하고나서 구씨한테 사과하러 가는 그 씬이 좋았다. 뒤늦게라도 실수를 사과하고 예의를 갖추는 사람.

염창희도 다말증이지만 염창희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건 편의점 앞에서 땀으로 흥건히 젖은 그의 마르고 굽은 등. 선한 사람. 


그리고 셋째 염미정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고

한번도 누굴 채워본 적도 채워진 적도 없다고 말하는 여자. 미치도록 지리멸렬한 삶에서 스스로를 해방시키기 위해 꿈틀거리는 사람.


멜로구나. 이건 정통 멜로가 되겠구나. 단순히 남녀의 사랑이 아닌 인간 본연에 대해서, 시시하지 않게 적극적으로 끈질기게 살아내려는 몸부림에 대해서, 굉장히 감정적이고 또 끝간데없이 찌질하고 참을수없이 보잘것없고 또 더할나위없이 충만한 그런 사람 이야기 사랑 이야기가 될 것 같다. 기어코 무언가로부터 해방해내고야 마는, 사랑으로도 부족해 우리도 모르고 있던 추앙이라는 강렬한 감정을 꺼내놓고야 말 그런 드라마, 계속 기대한다. 그리고 어떻게든 감상을 써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다시 브런치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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