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귀에서 '삐-'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프고 흔들릴 때 잠시 멈춰서는 법

by namoo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이명' '난청' 한의원을 소개하는 길거리 현수막이 유난히 눈에 띈다. 심지어 지나가는 버스에도 크게 '이명'이라는 광고글이 적혀 있는 것을 자주 보는 요즘이다. 원래 많았는데 이제야 내 눈에 띄는 것인지 최근에 이 병을 앓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 광고가 많아진 것인지 모르겠다.


한쪽 귀 청력의 80%가 소실되었다는 진단받았을 때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고 앞이 캄캄해지는 경험을 했다. 그뿐만 아니라 귀에서 온갖 소리가 들리고 눈을 떠도 감아도 빙빙 어지러워 울렁거리니 정말이지 살 수가 없었다.


청력의 경우 한 번 잃으면 되찾기 어렵다고 했다. 이명의 경우도 치유되는 확률이 매우 낮다고 했다. 어지럼증도 한 번 생기면 계속 관리해야 하는 병이라고 했다. 이 모든 것이 한꺼번에 오는 병이 메니에르란다. 메니에르라는 생소한 병명만큼 내 몸의 상태도 적응하기 어려웠다. 회복이 될지 안될지 모른다는 말은 나를 더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소리에 집중할수록 그 소리가 점점 커져서 세상의 모든 소리를 잡아먹는 것 같았고 평생 이 소리를 듣고 사는 것은 아닌 지 너무 무서웠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저 멀리 아득하게 들리고 어지러워 먹는 것도 어렵다 보니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은 공포감이 밀려왔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어쩌다 이런 일이. 자책하고 괴로워하고 원망하고 억울하고 화나고 스스로를 불쌍히 여기는 자기 연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지난날들을 돌아보며 누군가를 원망하고 분노의 화살을 돌리기도 하고 불안과 공포감이 불러온 우울과 무기력함에 허우적대기도 했다.


그런 중에 생겨나는 실낱같은 소망으로 어떻게든 나아보고자 이런저런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조금씩 더 웃게 되고 어둠 속에서 헤매는 시간이 조금씩 줄어간다. 아직은 이명소리가 커지는 조용한 밤이 무섭고 어지러움이 심해지는 낯설고 시끄러운 환경에 적응하기 어렵고 말소리를 잘 못 들어 처음 보는 사람들과의 대화가 꺼려진다.


나는 아직 이 병을 겪고 있어서 이 병이 난치병인지 불치병인지 모른다. 그냥 여전히 내가 들을 수 있는 소리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조용히 잠들 날을 기다려보면서 하루하루 살아간다. 발병 후 3개월간 겪었던 일들을 적어보았다. 누군가 나와 같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