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고 흔들릴 때 잠시 멈춰서는 법
잠이 덜 깨어 멍한 것인지 양쪽 귀가 답답하다.
입을 크게 벌려보고 양손으로 귀를 막았다 떼었다 해본다.
아-아- 소리도 내면서 양손으로 귀를 문지르고 양쪽 귀를 바깥으로 활짝 잡아당겨도 본다.
뻣뻣한 목을 좌우로 빙글빙글 돌려도 본다.
무슨 짓을 해도 경고음은 사라지지 않고 귀가 막힌 것 같은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심지어 얼굴이 마비된 것 같은 느낌이랄까 촉각이 사라진 기분이랄까...
내 옆에서 말하는 남편의 목소리가 아득히 먼 곳, 동굴 속에서 들리는 것처럼 울리고 귀가 먹먹하다.
게다가 어지럽고 머리가 빙빙 돌면서 속까지 불편해 구토할 것 같다.
당혹감, 두려움과 공포, 불편함이 몰려왔다. 자고 일어났는데 이게 무슨 일이람.
이른 새벽이라 대학병원 응급실로 가보기로 했다.
빠르게 출근 준비를 하는 둥 마는 둥 허둥지둥 서둘러 집을 나섰다.
소리가 안 들려 운전을 할 수 없었기에 남편이 운전대를 잡았다.
이제 밝아오는 새벽 아침을 차창밖을 내다보는데 눈물이 났다.
도착한 응급실에서 어떤 증상으로 왔냐고 물었다.
멍하니 남편뒤를 따라다니는 나 대신 남편이 나의 증상을 이야기했다.
의사파업 이후 응급실에서 이비인후과 관련 증상은 취급하지 않으니 일반과가 문을 열면 가서 문의를 하라고 했다.
엥, 갑자기 의사파업문제가 여기서 튀어나온다고?
의사파업문제는 일단 접어두고 일반과로 향했다.
우선 문을 열 때까지 기다려야 했고, 예약이 안되어 있으니 진료가 가능한 시간까지 또 기다려야 했다.
의사 대신 Chat GPT에 먼저 물어보니 나의 증상은 돌발성난청이며 시간을 지체하면 안 된단다.
이대로 이렇게 이 증상으로 여생을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겠지.
청력 검사를 먼저 받으라고 했다.
방음이 되는 공간에 들어가 헤드셋을 끼고 소리가 들릴 때마다 버튼을 누르라했다.
다양한 음높이와 다양한 소리의 종류가 들려왔다.
단어를 이야기하면 그대로 따라서 말하는 검사도 했다.
시대에 맞지 않게 검사가 매우 아날로그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검사 결과 우측 청력이 거의 손실되었다는 진단을 받았다.
병명은 메니에르라고 했다.
자가면역질환. 스스로를 보호해야 할 면역체계가 자신을 공격하는 병이란다.
정확한 원인과 치료법은 없다고 했다.
스트레스가 원인일 것이고 증상이 심하니 스테로이드와 혈류개선제를 통해 초기 증상을 완화해 보자고 했다.
열다섯 알이나 되는 약을 하루에 3번씩 2주간 먹되 스테로이드를 매일 줄여가자고 했다.
나트륨을 먹지 않도록 음식을 조절하라고 했다.
의사는 침착했고 밝았고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했다.
그래 별 일 아니야. 곧 괜찮아지겠지.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다음 이야기 이후로 의사의 다른 말이 기억나지 않는다.
"청력이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어요. 계속 어지러울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