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고 흔들릴 때 잠시 멈춰서는 법
자책만 하고 앉아 있을 수 없다. 아프면 간절해진다.
증상이 생겨서 처음 간 곳은 대학병원이었다.
좁은 방에 들어가서 헤드셋을 끼고 여러 소리가 날 때마다 손에 있는 버튼을 누르는 식이었다.
들을 수 있는 주파수와 들을 수 없는 주파수를 가려낸 다음
내 귀가 어느 정도 작동하는 지를 가늠하는 방식이다.
청력검사 후 의사와 면담을 했다.
의사는 노련하고 여유 있었고 덤덤했고 친절했다.
청력 검사 결과를 이야기해 주고, 언제부터 어떤 증상들이 있었는지 묻고 약을 처방해 줬다.
스테로이드를 2주간 처방할 것이고 점점 그 양을 줄이다가 2주 후에는 끊는 작전이었다.
귀의 압력을 조절해야 하니 음식을 조절해서 저염식을 하라고 했다.
어지럽겠지만 증상이 호전되면 땀을 흘리는 운동도 좋다고 했다.
이 정도로 곧 나아질까...
불안한 마음에 집 앞의 한의원을 찾았다.
귀가 낫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안고 한의원에 들어셨을 때는 이미 문 닫을 시간에 가까웠다.
한의사는 내 눈을 똑 바라고 보고 이야기했다. 단호했고 자신감이 있었고 엄숙했다.
"이명이요? 잘 들으세요. 안 낫습니다.
10명 중에 9명은 차도가 없어요. 거의 안 나아요.
차라리 산에 가세요. 가서 소리 지르세요."
무서운 말인데 이상하게 아무런 반응을 할 수 없었다.
이해는 했는데 와닿지가 않았다고 해야 하나, 믿고 싶지 않았다고 해야 하나.
담담하다고 해야 할지 무감각하다고 해야 할지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도와달라고 말하는 내 눈을 보며 한의사는 머리, 귀 주변, 턱 주변에 침을 놓았다.
"이건 낫기 어려워요. 안 나을 거예요."라고 다시 한번 힘주어 말했다.
참 이상하다. 낫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는 한의사의 태도가 오히려 더 안정감을 준다.
불안하고 불안하고 불안한 내 마음을 저 확신에 찬 태도가 붙잡아주는 것 같았다.
10명 중 1명이 나일 수도 있잖아.
이상하게 희망이 없다 확신에 차하는 말에 희망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