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저염식이라는 낯선 생활

아프고 흔들릴 때 잠시 멈춰서는 법

by namoo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2주간 복용하는 중에 몸에 두드러기가 났다.

약을 먹는 것 외에 해야 할 일은 저염식이라고 했다.

나트륨은 내 청신경에 있는(?) 림프액의 불균형을 초래해서(?) 여하튼 어지럼증이 악화된다고 했다.

샐러드 위주의 식단으로 바꾸고 극한의 저염식에 돌입했다.

나트륨을 신경 쓰다 보니 생각보다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많지 않았다.


신혼 초에 남편에게 가장 서운한 것들 중 하나가 요리였다.

두 사람 모두 집에서 부모님이 해준 밥을 먹고살다가 결혼했고 둘 다 요리에 취약했다.

남편은 부엌에 조차 들어가 보지 않고 30년 넘게 살다가 결혼했고 나 또한 설거지나 할 수 있는 정도였으니까..


남편은 본인은 요리에 소질이 없다면서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고 했다.

게다가 나는 하루 종일 격무에 시달리다가 집에 오면 만사가 귀찮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음식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없었다. 먹고 싶은 욕구도 사라질 지경이었으니까.

그래서 신혼 초에 집에서 밥 먹는 것이 참 어려웠다.


한 번은 남편이 버섯전골을 해주겠다며 온 부엌을 난장판을 만들더니 무려 3시간 만에 완성한 적이 있다.

음식을 하는 이나 기다리는 이가 모두 지쳤던 기억이 난다. 그 후 다시는 집에서 버섯전골을 먹어본 적이 없다.


우리는 여전히 음식을 만드는 것에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당연히 능숙하지 못하다.

그런데 지금, 잘하고 못하고를 따질 상황이 아니다.

병이 나으려면 잘 먹어야 한다. 그것도 나트륨 없이.


고난도다. 집에서 만들어 먹으려니 정말 해 먹을 것이 없었다..

겨우 겨우 터득한 것은 후추, 고춧가루, 마늘, 파, 레몬즙, 허브로 혀를 교란시키는 것이다,

닭가슴살에 레몬즙을 뿌려서 다진마을로 비비고 후추와 허브가루를 뿌려서 장시간 저온으로 굽기,

토마토, 가지, 오이, 콩나물에 저런 향신료를 투척해 보기,


오, 괜찮은데?!

오늘도 먹을 만한데?

먹을 순 있겠는데?

음... 조금 지겨워지는데?


그렇게 한 달이 지났으려나... 으엑 너무 느끼하다. 세상의 모든 음식이 느끼하다.

라면이 그렇게 먹고 싶었다. 피자가 그렇게 먹고 싶더라. 짬뽕이 그렇게 생각나더라.

이러다 못 먹어서 말라죽겠다.


결국... 지인들과 피자 파스타를 토 나오도록 배불리 먹고 말았다.


오, 괜찮은데?!

몸이 좋아지는 기분이네!

그동안 나트륨을 안 먹어서 아팠던 것이 아닐까?


그렇게 하루 신나게 먹고, 다시 저염식으로 돌아갔다.

단, 극단의 저염식은 아니고 그냥 머 일종의 저염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