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아는 '용기'의 무게
어릴 적, 할머니는 늘 내게 ‘용기를 가지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어린 손녀에게 그 말은 지극히 평범했다. '약속 잘 지켜야 한다', '정직해야 한다', '욕심부리면 안 된다'처럼 교과서에 나오는 행동 수칙 정도? 적어도 '소금 같은 사람이 되자' 쯤은 돼야 책상에 붙여놓고 곱씹어볼 만하다 생각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보니, 매 순간 손틈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이 용기였다. 맡은 일에 책임지는 용기, 힘든 일을 피하지 않는 용기, 포기할 줄 아는 용기, 옳은 것을 밀어붙이는 용기, 부끄러움을 참아내는 용기,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
삶이라는 요리에서 용기는 소금보다 쓰임이 많다는 사실을, 용기를 가지라'는 평범한 문장이 가진 무게를, 손녀가 세상을 힘차게 살아가길 바라셨던 할머니의 묵직한 바람을, 이제는 잘 안다.
연초부터 아스러지고 싶은 순간이 많았다. 그때마다 기억 속 할머니 목소리를 꺼내 내가 나에게, 소리 내어 말해 주었다. 용기를 가지자, 용기를 가지렴, 용기를 가져야지 하고. 그럼 신기하게도 납작했던 마음이 펴지면서 '그래, 해보자'는 말이 슬그머니 따라 나오곤 했다. 스스로 잘 살아낼 힘을 주는 주문, 할머니의 귀한 선물을 읊으며 오늘도 용기를 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