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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oo Mar 09. 2024

할머니가 손녀에게 주고 싶었던 것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아는 '용기'의 무게

할머니는 늘 내게 '용기를 가져라'고 말씀하셨다. 허나 어린 손녀에겐 흔한 격려의 말,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책상에 붙여놓고 싶은 문장이려면 적어도 '소금 같은 사람이 되어라' 쯤은 돼야 했다. (이것도 할머니가 해주신 말씀이다. 소금이 안 들어가는 요리는 없다며 쓰임이 많은 사람이 되라고 하셨다)


그에 비하면 용기를 가지란 말은 너무 평범했다. '약속 잘 지켜야 한다', '정직해야 한다', '욕심부리면 안 된다'처럼 사는 데 필요한 기본 행동 양식에 불과하다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용기를 가지라'는 평범한 문장이 가진 무게를. 맡은 일에 책임지는 용기, 힘든 일을 피하지 않는 용기, 포기할 줄 아는 용기, 옳은 것을 밀어붙이는 용기, 부끄러움을 참아내는 용기,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 삶이라는 요리에서 용기는 소금보다 쓰임이 많은 존재였던 것이다. 손녀가 세상을 힘차게 살아가길 바라셨던 할머니의 묵직한 바람을 이제는 잘 안다.




연초부터 아스러지고 싶은 순간이 많았다. 그때마다 기억 속 할머니 목소리를 소중히 꺼내어 내가 나에게, 소리 내어 말해 주었다. 용기를 가지자, 용기를 가지렴, 용기를 가져야지 하고. 그럼 신기하게도 납작했던 마음이 펴지면서 '그래, 해보자'는 말이 슬그머니 따라 나온다. 스스로 잘 살아낼 힘을 주는 주문, 할머니의 귀한 선물을 읊으며 오늘도 용기를 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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