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하나 되는 날
결혼, 둘이 하나 되는 날
사랑스러운 새아기와 듬직한 아들이 둘이 하나 되는 오늘, 세상 누구보다 행복합니다.
흔히 사랑을 이야기할 때 하늘의 별도 달도 따다 줄 거라고 하지요. 손에 물 묻히지 않게 해 주겠다고도 합니다. 비현실은 믿음이 없습니다. 실행하기도 힘들어 기운을 빼고 나면 지칩니다. 그것보다는 지상에 발을 딛고 쌓아 올리는 서로에 대한 믿음과 노력과 격려가 두 사람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살아보니 사랑도 연습이 필요하더군요. 부창부수를 말 그대로 풀이하면 남편이 주장하고 아내가 이에 잘 따름을 뜻합니다. 부부 사이의 화합하는 도리를 이르는 말이 되겠지요. 순종과 수동의 아내가 미덕인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서로의 의견을 조합해서 내 아내, 내 남편을 북돋워주는 일은 아름답고 숭고한 노력의 과정입니다.
세상 살면서 가장 중요한 재테크가 부부 펀드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부부 펀드가 수익률이 좋으려면 필요한 조건들이 있겠지요.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서로를 위로하고 배려하고 격려하는 마음이겠지요.
몇 번의 가을을 맞이하며 미래를 약속했듯이 앞으로 둘이는 70번쯤의 가을을 함께 맞이하며 오래 묵힌 와인처럼 깊은 맛으로 오곡백과 무르익는 풍족한 가을걷이를 하기 바랍니다. 오랫동안 쌓은 역사는 어떤 장애가 와도 무너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여보라는 말은 보배라는 뜻입니다. 아내를, 남편을 보배로 귀히 여긴다면 마음 아플 일이 없겠지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30년이 하나 되려면 이해와 배려와 용서가 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 좋을 때 좋은 거야 쉽지만 힘들고 어려울 때 서로의 가슴을 위로해주기는 쉽지 않더군요. 지혜로운 새아기와 책임감 강한 아들인지라 살면서 생겨날 갈등을 이겨내고 마음 모아 장애물을 잘 넘어가리라 믿어요.
결혼생활 100에서 사랑은 30이고 용서와 배려와 존중해주는 마음이 70인 것 같습니다. 씨 뿌리고 꽃 피워 시작하는 봄에 만나 결실 가득한 가을에 한 가정을 이루었듯이 앞으로 고운 싹 잘 가꾸어 익어가는 가을을 만들기 바랍니다. 둘이는 하나가 되었고 세상의 바람막이로 울타리가 되어줄 부모는 배가 되었으니 안심하길 바라요.
사랑은 마음에서 우러난 긍정적인 기의 흐름 같습니다. 사랑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 가정이겠지요. 살다 보면 곤경에 처하는 일도 생기고 눈 흘길 일도 생깁니다. 지켜나갈 안전장치가 있어야 합니다. 안전펜스를 쳐 놓은 수위 조절이 중요함을 배웠습니다. 기쁘고 슬프고 노엽고 즐거운 감정들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거름으로 쓰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결혼생활을 비유한 시가 있습니다. 함민복 시인의 <부부>라는 시입니다. 부부가 가정을 일구어 나가는 것은 커다란 상을 양쪽에서 잡고 가는 것이라 했습니다.
<부부>
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다 온 것 같다고 먼저 탕 하고 상을 내려놓아서도 안 된다.
걸음의 속도도 맞추어야 한다.
한 발 또 한 발.
길고 커다란 상을 들고 가는 마음으로 배려하고 이해하며 살아갈 것이라 믿고 응원합니다.
키우면서 행복했고 커서는 흐뭇해 바라만 봐도 좋은 자식을 나눠가집니다. 고운 인연을 나빌레라 등불로 켜 놓습니다. 한 세대가 이어져 또 한 세대를 이루는 날, 벅찬 감동을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