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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산책 Jun 22. 2020

중세 프랑스 위생,
'무지'가 빚어낸 그들의 청결

똥을 길에 버리고 목욕을 하지 않던 사람들 


 낭만의 도시로 알려진 파리의 비위생적인 실태를 알아보던 중 이런 기사를 발견하였다. 프랑스인들이 코로나 사태에도 ‘여전히 손을 잘 안 씻는다’는 내용이었다. 
 
 2월말 ‘르 파리지앵’이 프랑스 여론연구소에 의뢰한 여론조사였다. 대중교통 이용 후 손을 씻는다는 프랑스인들은 37%에 불과했으며, 심지어 화장실 사용 후 손을 씻는다는 비율도 71%에 그쳤다. ‘르 피가로’는 설문조사 결과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프랑스인들이 불결하다는 오명을 갖고 있는데, 이런 이미지는 여전히 몸에 베어있다’ 참으로 흥미로운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프랑스의 개똥문제부터 쓰레기문제 쥐떼문제까지 결국 시민 의식과 떨어질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현재 프랑스와 유럽의 모태가 되는 중세 시대는 그야말로 무지와 어리석음이 지배한 ‘암흑시대’가 맞았음을 알게되었다. 그 천년간 왜 유럽은 온갖 전염병의 온상이었는지를 말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두가지 이유가 있었다. 중세 프랑스와 유럽에는 화장실이 없었다는 것과 사람들이 목욕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심지어 귀족들과 왕들도 말이다!
 
 베르사유 궁전의 화려함에 압도당한 사람들은 많다. 그러나 베르사유궁 안에 화장실이 없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당시 모든 사람들처럼 궁에서도 배설물 용기를 실내에 두고 사용하였고 용기가 차면 정원에 내다 버렸다. 간혹 부유한 사람들은 실내 화장실이 있었는데, 집 외벽 돌출된 작은 공간 밑에 구멍을 뚫어 고공 화장실로 만드는 식이었다. 그래봐야 배설물은 그대로 떨어져 집 밖에 버려진다. 그처럼 당시 시민들의 배설물 처리는 모아둔 용기 안의 오물을 창 밖으로 던져 버리는 이었다. 
 

지나가는 행인들은 '똥물' 세례를 맞는 일이 흔하였다. 양산과 파라솔이 생겨난 역사도 '똥물을 피하기 위해서'


 중세 프랑스인들은 ‘머리 조심하세요!’라고 외친 뒤 대문이나 창문을 통해 쓰레기와 배설물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던졌기에 길 가던 사람들이 날벼락을 맞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밤 산책을 나섰던 프랑스 국왕 루이11세도 누군가가 던진 요강 물을 머리에 맞기도 했다니 당시 거리 풍경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중세 프랑스 도시들은 도로 중간에 물이 흐르고 있었기에 배설물들이 거기로 모여들어 강으로 흘러갔다고 한다. 그렇다 해도 여기저기 버려진 오물들로 거리는 악취가 진동했을 것이다. 하히힐이 생겨난 이유는 개똥 때문이 아니라 비위생적인 분뇨처리 문화로부터 온 이었다. 
 
 창 밖으로 함부로 버려지는 오물을 피하기 위해 발명된 것이 또 있었다. 양산이었다. 그 당시 양산은 지금처럼 뜨거운 햇빛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닌 오물을 피하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지고 사용되었던 것이다. 심지어 넓게 퍼진 형태의 여자들 드레스 역시 아무 곳에서나 용변을 볼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었다고 한다. 밤늦도록 진행되는 무도회에서 여자들은 급하면 커튼 뒤에서 볼일을 본 후 향수를 뿌리고 다시 춤을 추었다. 또한 중세에는 길고 넓은 망토를 걸치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들이 걸치고 있는 망토는 ‘길에서 용변 보는 사람들을 가려주는 용도’였다. 그것이 그들의 직업이었다 하니 Toilet(화장실)의 유래가 Toile(망토)에서 왔다는 말은 매우 신빙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16세기 영국에서 수세식 변기를 발명했으나 하수도가 없어 보급되지 못하다가 1860년 영국이 최초로 하수도를 건설하고 현재와 같은 수세식 화장실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그 말은, 그 전까지의 유럽 화장실 문화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는 말이다. 실제 19세기 중반까지 유럽 도시들은 오물과 쓰레기가 범벅되었다고 전해진다. 파리 시민들은 당시에도 국가의 ‘배설물 투기 금지’ 에 반대해 데모를 했다고 한다. 이처럼 비위생적이고 열악했던 유럽 환경을 잘 보여주는 영화가 그 유명한 <향수>이다. 영화에는 오물과 악취가 가득한 시장바닥에서 아이를 낳는 장면이 나온다. 그만큼 청결은 당시 프랑스인들에게는 거리가 먼 개념이었다.


중세 유럽의 성들 외곽에 돌출되어 있는 작은 공간이 '화장실'이었다. 잘 보면 벽에 오물이 흘러내린 자국이 보인다
귀족들이나 부자들이 이런 화장실을 갖고 있었고, 서민들은 그냥 방에서 해결한 후 창 밖으로 투척하거나 길에서 해결했다


 그것은 당시 목욕 문화에서도 알 수 있다. 중세 유럽에는 목욕 문화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씻지 않고 평생을 살았다고 한다. 그야말로 무지의 어둠 속을 헤맨 결과였다. ‘씻지 않는 것이 깨끗한 영혼을 지키는 일’이라는 훈시는 기독교의 종교적 견지였기에 성직자들은 목욕 문화를 ‘사악한 쾌락’이라 했고 물과의 접촉을 위험하다고 설파했다. 게다가 자주 발생하던 역병으로 물이 지목되면서 ‘죽으려면 목욕하라’는 말로 사람들을 물로부터 멀어지도록 했다. 14세기 페스트가 휩쓸고 지나간 후 이러한 믿음은 물공포증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 유럽인들은 목욕 자체를 하지 않고 살았다.
 
 귀족과 왕족들도 예외는 없었다. 프랑스왕 루이 14세는 지독한 입냄새로 악명 높았고 평생 딱 세 번 목욕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신 귀족들은 땀을 흡수하는 아마포천으로 된 옷을 갈아 입는 것으로 청결을 대신했다. 우리가 그림 속에서 보던 화려한 옷들 아래에는 몇 년째 씻지 않은 고약한 냄새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씻지 않은 몸에서 나는 냄새를 가리기 위해 독한 향수는 필수품이었다. 귀부인들은 머리장식을 위해 매일 뿌려 대던 가루가 밀가루였기에 이가 득실거렸다. 당연히 몸에는 벼룩도 많았는데 실크는 벼룩이 붙을 수 없기에 최고의 선물이었다고 한다. 부자들 위생 관념이 이러하였으니 가난한 사람들의 위생 관념이 엉망이었을 것임을 자명하다. 이러한 청결 개념은 산업혁명 직전까지 계속되었다. 이처럼
 
중세 유럽인들은, 왕에서 소작농에 이르기까지 이와 벼룩과 지독한 체취 속에서 살았다. 


귀부인들의 '머리 치장'에 쓰인 밀가루 분말. 평생 딱 세 번의 목욕을 한 것으로 알려진 루이14세는, 대신 하루에 옷을 세 번 갈아입고 온 몸에 향수를 뿌리고 살았다고 한다
온 가족이 서로 '머릿 이'를 잡아주는 것이 일상이었던 중세 유럽인들. 목욕을 하지 않던 사람들의 체취를 가리기 위해 발명된 '향수' 그림은 중세 향수 파는 상인


 보통 중세시대라 하면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5세기부터 르네상스까지의 1000년을 말한다. 천년이라는 시간동안 사람들의 생활과 삶에 스며들어 있던 관습이 바뀌는 것이 쉬운 일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긴 세월동안 프랑스인들의 무의식에는 그것이 비위생적이고 청결하지 못한 삶이 아니라 ‘그냥 삶’이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오래된 집단무의식’은 유전자에 새겨져 현재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것을 이해하고 나면 현재 프랑스인들의 청결 개념이 이해가 간다. 개똥을 안치우고, 신발 신고 집안을 활보하고, 여전히 애들 머리에 이가 있고,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는 행동은 하루아침에 생겨난 습관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배설물을 분뇨로 활용하기 위한 ‘뒷간’이라는 공간이 존재해왔다. 심지어 프랑스라는 나라가 막 생겨난 486년경은 고구려 백제 신라가 전성기를 누리던 시기로, 백제 유적의 화장실은 배수로를 통한 정화조 구조가 발견되는 등 당시 이미 ‘수세식 화장실’이 존재했었음이 밝혀졌다. 유럽 또한 로마 시대에는 훌륭한 하수구와 화장실이 있었다. 그러나 문명의 멸망으로 우수한 문화까지 부정되며 유럽은 중세라는 퇴행의 길을 걸어왔다. 더구나 천년을 지배한 무의식을 바꾸기에는 짧은 세월만이 흘렀을 뿐이다.

유럽인들이 올바른 위생 개념을 갖게 된 지 채 200년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의 현재는 말해준다. 

그들은 여전히 그 ‘오래된 관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말이다.

 
 
 




코로나가 던진 질문 '유럽의 실체'


참고 자료 : < 쓰레기, 문명의 그림자 > 카트린 드 실기 http://bitly.kr/o6PA7BsT1M, < 화장실의 작은 역사 > 다니엘 푸러 http://bitly.kr/3TknvnsCrA, < 목욕, 역사의 속살을 품다 > 캐서린 애션버그 http://bitly.kr/QMufjuXEjhhttp://bitly.kr/1cB2xH9mka< 화장실 문화사 > 앙리 게랑드 http://bitly.kr/pb87RCAwFc9수세식 화장실의 역사 http://bitly.kr/pokFlSitp3, 백제 왕궁리유적 기사 http://bitly.kr/ZWdfcQ5Ny8, 중세 시대 '화장실은 매달려 있었다' 프랑스 기사 http://bitly.kr/uQ2ZIEIW3D루이14세 목욕에 관한 영어 문서 http://bitly.kr/hnX7KM9gx9z,  르네상스 시대 왕족들 목욕 영어 기사  http://bitly.kr/b2y70wofKe,  중세 유럽 열악한 '여성 공중화장실 문제' http://bitly.kr/wyvCSjSnj0,  중세 '머릿이' 창궐과 위생 실태 영어 문서 http://bitly.kr/rNVQDMGjSi  프랑스인들이 '손을 여전히 안 씻는다'는 기사 http://bitly.kr/gBLzwnzMfe화장실 사진들 그림들 출처 http://bitly.kr/gBCM8EbJumhttp://bitly.kr/y7wPzEaJy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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