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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산책 Dec 23. 2020

프랑스 크리스마스 마켓,
함께 걸으실래요?


 프랑스에서 가장 큰 명절 크리스마스. 온 가족이 모여 가장 잘 먹고 가장 오래 시간을 보내는 때. 작년 크리스마스는 가족 모두 프랑스 남부 시누이 집에서 보냈다. 시골에 큰 집을 산 시누이네 집들이 겸 보낸 크리스마스. 1년 전 뚤루즈 크리스마스 마켓을 걸으며 찍은 사진들과 일기를 다시 펼쳐본다.




 태양의 도시까지 왔음에도 계속 비가 와 집에만 있었는데 왠걸, 크리스마스이브인 오늘은 아침부터 해가 쨍쨍하고 봄날처럼 따뜻하다. 지금이다! 다 같이 시내에 나가 아이쇼핑도 하고 크리스마스 마켓도 구경하기로 했다. 시내까지 가는 동안, 나와 아이 그리고 중학생 조카는 차 안에서 BTS 노래를 틀어놓은 채 신나게 따라 부르며 갔다. 금새 도착해버린 빨간 벽돌의 도시. 일상을 벗어난 낯선 공기가 반갑다.


매우 오랜만에, 내가 사는 곳이 아닌 다른 도시의 시내에 나와본다. 어제와 다른 곳은 어디라도 좋다. 


뚤루즈는 어디를 가도 거의 모든 건물들이 빨간 벽돌로 되어 있다. 벽돌색이 주는 따뜻한 정서와 시크함이 공존하는 곳. 내가 좋아하는 도시 중 하나다.
 

시내를 걷다 보니 예쁜 크리스마스 소품을 파는 가게들이 눈에 띈다. 나무 나무 그리고 하양 하양!

드디어 뚤루즈 크리스마스 마켓 입성. 맨 처음 보이는 건 '군밤 장수'였다. 맛있는 냄새가 솔솔


고개를 돌리니 푸짐한 빵이 한가득. 다양한 크리스마스 빵들이 종류별로 산처럼 쌓여있다.  


그리고 겨울 시장에 꼭 있는 이것 뱅쇼. 오른쪽은 와인을 끓이는 솥이다. 실은 뒤에 걸크러쉬 뿜뿜하는 여자 포스터가 맘에 들어 찍었다.

크리스마스 마켓 전통 인형들. 크리스마스 이야기와 사람들의 모습이 작은 피큐어로 만들어져 있다.


아몬드로 만든 전통 케잌. 저 투박한 모양과 적당히 그을린 색감만으로도 침이 넘어간다.


그리고 자연인의 향기가 새어 나와,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던 이 분이 파는 것은 바로...

나무로 직접 만든 전통 수제 장난감들. 체스판들도 있고 큐브도 있고 하나하나 너무 예쁜 것이 아줌마를 똑 닮았다.  


벨기에 와플과 너텔라가 열 맞춰 서있는 아름다운 자태. 쫄깃해 보이는 식감부터 눈을 번뜩이게 한다.


비올렛이라는 보라색꽃으로 만든 제품들. 잎차부터 시럽 사탕 등 다양한 상품들이 있다.

이 세련된 여자분이 파는 것은 수제 너텔라들. 아몬드잼도 있고 한쪽에 초콜릿도 쿠키들도 있다. 무엇보다 주인분에게서 풍겨오는 향기에 눈길이 간다.

프랑스 먹거리 대표 치즈. 인심 좋아 보이던 아빠와 딸이 시종일관 따뜻하고 경쾌한 웃음으로 서있다.


초콜릿을 팔던 청년에게 사진을 좀 찍겠다 하니 이런 귀여운 포즈를 취해주었다. 순박한 이 소년이 오늘 좀 장사가 되었기를.


역시 겨울 시장의 최강자 뱅쇼 가게가 제일 많이 보인다. 작은잔 3유로 큰잔 5유로


분명 빛깔은 우리 것인데 만든 이들은 '일본풍' 자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일본 문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프랑스에 매우 깊숙이 침투해있다. 


티벳 분으로 보이는 분이 '싱잉볼'을 팔고 있었다. 예쁘네 하고 봤다가 가격 보고 사진만 찍고 나왔다.


티벳음식들을 파는 곳도 있었다. 붓다 메뉴, 포탈라 메뉴가 보이고 아주 맛있는 냄새가 났다.

한쪽에는 아이들이 타고 노는 미니 기차가 돌고 있다. 오래된 저것들을 지금도 멀쩡이 쓰는 사람들.

시장 구경이 끝나고 시내를 걸어 나오니 어느새 어둑어둑. 하나둘 크리스마스 장식에 불이 켜진다.

크리스마스 점심에 먹은 뚤루즈 전통 음식 까술레. 오리와 뚤루즈 소시지와 흰콩을 푹 졸여서 만든다.

시내를 걷다가 예뻐서 찍은 케잌들. 달지 않은 크림 종류 빵을 좋아하는 내게는 그저 이쁜 아이들.



 올 해는 모두가 참 힘든 한 해 였네요. 무엇보다 생존이 걸린 분들이 힘없이 쓰러지고 무너져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많이 가슴 아팠습니다. 어머님들은 1년 내내 아이들 돌보며 밥 하시느라 수고 많으셨고요. 모두가 더 고생 많았고 더 수고한 한 해, 그럼에도 많은 분들에게 따뜻하고 다정한 연말이 되면 좋겠습니다.

독자님들 모두, 건강하고 평안한 연말 되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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