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월 미국의 그래미상에서 BTS가 후보에서 제외되어 논란이 되었다. 무려 84개의 부문이 있음에도 단 하나의 명단에도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각적인 반발이 이어졌다. 당장 미국의 주요 언론들에서 일제히 그래미의 옹졸한 처사에 거센 비난을 쏟아내었다. 미국의 포브스는 "가장 큰 모욕: BTS" 라는 표현으로 그래미를 맹비난했다. 롤링스톤은 "그래미는 늘 그렇듯 시대에 뒤쳐져 있다"고 했다
BTS와 함께 <작은 것들을 위한 시>를 부른 미국 가수 할시의 말 역시 빠질 수 없다. "BTS가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이 놀랍지도 않다. 미국은 전 세계 움직임에서 너무도 뒤쳐져있다. (BTS) 시대는 곧 올 것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똑똑한 팬덤 아미들의 속상함은 말할 것도 없었다. 여전히 미국의 주류는 BTS를 그들의 경계선 안에 들이고 싶어 하지 않았다. 보수적이라는 그래미는 오죽할까.
그래미상에 후보를 올리는 사람들은 미국 레코드 예술과학 아카데미(NARAS) 회원이다. 미국의 음악 산업을 좌지우지하는 음악인들, 음반산업자들, 프로듀서들, 스튜디오기술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전적으로 그들의 투표에 의해 후보가 결정된다. 그들은 말한다. '음악적 역량과 예술성, 연주와 녹음, 역사성 등을 다양하게 반영하여' 후보를 정한다고. 그러나 우리는 가장 권위적이라는 미국의 음악 시상식이 가진 뿌리와 정체성을 씁쓸하게 확인해야만 했다.
그러나 당시의 그들은 놓친 것이 있었다. 이미 BTS는 정체된 그들을 넘어선 곳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BTS는 그냥 일개 아이돌이 아니었다. 아무리 그들이 BTS를 그 틀 안에 구겨 넣고 싶어도 그렇게 될 수도 없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진가를 모르고 있거나 외면하고 있었다.
BTS는 이미 '음악' 안에도 있지 않고 '예술' 안에도 있지 않다. 그것을 그들은 작년말 3곡의 빌보드 싱글차트 1위로 증명했다. 이처럼 일곱 소년들은 이미, 낡은 것들과는 함께 서있을 수 있는 것조차 불가능한 위치에 도달해 있다. 그들은 미래의 단어를 가진 가장 강력한 실체로서 기능하기 때문이다. 그 단어란, 고상한 기준을 앞세워 약자를 소외시키는 비겁한 지식인들의 낡은 셈법을 무력화시킬 단어고, 그러한 낡은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될 거라는 심플한 단어다. 그것은 모든 정체된 것들 앞에 유유히 미소 짓고 있을 단 하나의 빛나는 단어다.
마음과 마음의 접속. 직접적으로 마음을 보낼 수 있는 힘. 그리하여 즉각적인 치유가 일어나게 하는 힘. 모든 것 중에 가장 강력한 힘. 삿된 마음으로는 절대로 가질 수 없는 것. BTS가 가지고 있는 단어는 바로 '사랑' 이다. 그것도 완벽한 사랑.
"우린 가끔 믿었던 것들이 그 마법을 잃어가는 걸 보며 자라지만, 음악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진정한 팬과 진정한 아티스트와 진정한 이야기가 그 마법을 살아있게 할테니까요" BTS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2019년 아메리카 뮤직어워즈에서 할시가 한 수상 소감이다. 할시가 말한 음악적 마법을 작년말 BTS는 보란듯이 세상에 보여주었다. 모두가 힘들었던 순간에 팬데믹으로 지친 마음에 한줄기 빛처럼 경쾌한 울림을 주었던 노래. 사람들은 그들 노래로 함께 웃었고 함께 즐거워했다. 모두는 그들을 보며 위로 받았다. 그러자 또다른 마법이 일어났다.
이번에는 한국어 노래로 싱글차트 1위를 차지한 것이다. BTS가 건네는 위로 앞에 언어는 장벽이 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들 노래를 마음으로 듣고 가슴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이 모든 놀라운 마법 앞에서 그래미는 BTS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재능과 열정, 음악을 향한 순수한 마음은 오직 그들의 실력과 진정성으로 획득한 성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들은 그래미 후보로 지명되는 결실을 맺었다. 한국 가수 최초이자 아시아 가수 최초로 그래미에 노미네이트 된 것이다. 예상했지만 그 실제를 목격함은 전율하기에 충분했다. 그것은 너무나 많은 것이 포함된 엄청난 의미였다.
뿌리 깊은 인종 차별, 배타적 문화주의, 소수로 분류되던 아시아인에 대한 편견과 존재감... BTS는 그래미 후보가 됨으로써 그 모든 것을 단번에 무너뜨렸다. 이것은 그 자체로 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혁명적 발자취이자 대중음악 헤게모니의 지각변동을 뜻했다. 오직 BTS만이 가능한 마법이었다.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진심으로 다가서고 아낌없이 사랑을 건넨 존재만이 가질 수 있는 선물.
그래미상 후보에 지명되던 새벽, 거실에 모여 앉아 마음을 졸이며 TV 화면을 바라보던 멤버들 모습이 떠오른다. 아이처럼 일어나 기쁨의 포효를 하던 그 밤도 머지않아 추억이 될 것이다. 위대한 성취가 눈 앞에 다가와 있기에. 이제 누구도 감히 그들을 함부로 말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제 누구도 감히 그들을 인종적 잣대로 폄하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제 그들에게는 적수가 없다. 처음처럼, 단지 그들 자신만이 그들이 넘어야 할 산일뿐.
"난 내가 하기 싫은 일로 성공하긴 싫어. 난 날 믿어... 날아 나 날아 나 날아가... 이제 알겠어. 후회하며 늙어가는 건 Break Up. 나는 택했어. 조건 없는 믿음을 가지겠어... Spread Spread Spread my Wings... Fly Fly Fly"
그들의 노래 <Outro: Wings>처럼 BTS는 스스로 증명했다. 그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함으로써. 그것을 누구보다 열심히 해냄으로써. 그들 자신을 믿음으로써. 미래에 대한 조건 없는 믿음을 가짐으로써. 그렇게 후회 없이 오늘을 살아 냄으로써. 누구보다 힘껏 날개를 펼쳐 날아오름으로써. 그렇게 오늘도 우리 앞에 서서 손을 내민다.
내가 원하는 것을 알고 그것을 위해 온 몸과 온 마음으로 삶을 살아낼 때, 우리의 꿈은 한층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 끝이 없는 비상. BTS가 오늘도 여전히 첫 마음으로 그 자리에 있는 한, 그들의 목소리는 더 크게 세상에 울려 퍼질 것이다. 그들 노래와 함께 그들이 품고 있는 마음이 더 넓은 세상을 물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나 자신을 사랑하고. 그런 나를 말하는 것.
세상의 마음들은 그렇게 오늘도 BTS와 함께 날아오른다. 조건 없는 믿음이라는, 사랑으로.
당연히 수상할 거라 믿었던 그래미는 BTS를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BTS는 그 어떤 상자 속도 아닌 우리들 가슴 속에 있으니까요. 누가 뭐래도 너희는 최고야. 사랑해.
초심을 노래한 BTS의 너무 아름다운 노래를 이순간 함께 듣고 싶습니다. 2015년의 BTS입니다.
BTS <Born Singer>
I'm a Born Singer 좀 늦어버린 고백
언제나 멀기만 했었던 신기루가 눈 앞에 있어
I'm a Born Singer 어쩌면 이른 고백
그래도 너무 행복해. I'm Good
매순간마다 자신에게 다짐해 초심을 잃지 않게
항상 나답게. 처음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게
So We Go We Go We Go
2019년 6월 영국 웸블리 콘서트
< Young Forever > 감동의 떼창
Forever We are Young
넘어져 다치고 아파도
끝없이 달리네 꿈을 향해
'BTS와 융'에 대한 저의 글들과 저의 이야기가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BTS 오디세이>
모든 아미들을 대표하여 가슴으로 낳은 저의 이야기. 많이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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