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미움의 역설
미움은
멀어지는 감정처럼 보이지만
관계를
완전히 끝내지 못한 상태다.
미워하는 동안
사람은 여전히 상대를 의식한다.
말을 하지 않아도,
만나지 않아도,
마음속에서는 관계가 계속된다.
그래서 미움은
이별이 아니다.
중단된 채 유지되는 연결에 가깝다.
기대는 접었지만
관심은 남아 있고,
다가가지는 않지만
완전히 떠나지도 않는다.
이 상태는
마음을 불안하게 하지 않는다.
이미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저 사람은 원래 그래.’
‘나는 여기 까지야.’
이 결론이 유지되는 한
관계는
안전한 거리에서
계속 살아 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미움은
관계를 붙잡는다.
미움이 사라질 때
비로소
관계도 함께 사라진다.
그때가
진짜 이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