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_사람을 소비하지 않는 사진

by Namu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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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진을 통해 무언가를 증명하고 싶어서 셔터를 누르지 않습니다.

잘 찍었다는 말이나, 기술적인 완성도보다 먼저 떠올리는 것은

'이 장면이 나를 통과해도 괜찮은가'라는 질문입니다.


카메라를 들고 거리에 서 있으면, 세상은 늘 나보다 먼저 움직입니다.

사람들은 각자의 이유로 걷고, 멈추고, 고개를 숙이거나 웃습니다.

그 흐름 속에서 나는 끼어들기보다는 한 발짝 물러서 있으려고 합니다.

사진은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잠시 허락받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사람을 소비하지 않는 사진을 찍고 싶습니다.

누군가의 하루를 요약하거나, 감정을 단정 짓기보다는

그들이 지나간 흔적의 온도만 남기고 싶습니다.

완벽한 표정이 아니라, 아직 정리되지 않은 얼굴을

연출된 장면이 아니라, 흘러가다 우연히 마주친 순간을.


이 사진 속의 나 역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이기보다

그저 기다리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셔터를 누르기 전의 망설임과, 누르지 않기로 한 선택들.

그 선택들이 쌓여 지금의 사진이 되었습니다.


내가 사진을 찍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세상이 스스로를 조금 더 솔직하게 드러내는 순간을

조용히 기록하고 싶어서입니다.

그리고 그 기록이 누군가에게는

'있는 그대로의 나로도 괜찮다'는 작은 여백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카메라를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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