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컬레이터는 늘 위로 향합니다.
그 위에 서 있는 사람들 또한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지요.
하지만 모두가 고개를 들고 있지는 않습니다.
어떤 날은, 위로 가는 길에서도 고개를 숙인 채 서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사진 속 인물은 몸을 조금 앞으로 기울인 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있습니다.
힘이 빠진 자세일 수도 있고, 잠시 숨을 고르는 중일 수도 있습니다.
이 장면이 말해주는 것은 분명합니다.
올라가고 있다는 사실이 언제나 당당한 표정을 요구하지는 않는다는 것 말입니다.
우리는 종종 '위로 간다'는 말을
밝음, 의욕, 자신감 같은 태도와 함께 묶어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의 하루는 그렇지 않습니다.
버텨내느라 고개를 들 힘이 없는 날에도,
사람은 여전히 자신의 자리에서 앞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내려앉은 자세들이 더 솔직하게 느껴집니다.
애써 정돈되지 않은 어깨, 조금 느슨해진 균형,
그리고 말없이 이어지는 이동.
그 안에는 보여주기 위한 표정보다,
살아내고 있다는 증거에 가까운 무언의 태도가 담겨 있습니다.
사진은 그 자세를 바로잡으려 하지 않습니다.
고개를 들라고 재촉하지도, 더 나은 표정을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지금의 상태 그대로도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는 듯, 조용히 곁에 머뭅니다.
위로 향하는 길에서 잠시 고개를 숙였다고 해서
그 사람이 멈춰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날의 전진은 이렇게,
눈에 띄지 않는 자세로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장면을 기록했습니다.
밝지 않아도, 반듯하지 않아도,
조금 내려앉은 태도 역시
하루를 건너는 방식 중 하나라는 사실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