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_색이 많을수록, 사진가는 조용해져야 한다.

by Namu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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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는 이미 충분한 말들이 흘러 다닙니다. 간판의 색, 벽에 남은 빛, 오래 사용된 물건의 표면까지. 이 사진 속 노란색 역시 특별한 설명 없이도 먼저 다가옵니다. 밝고, 선명하고, 시선을 붙잡습니다. 그래서 이 장면 앞에서 사진가가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조심스러워져야 합니다.


색이 강할수록 저는 덧붙이지 않으려 합니다. 프레임을 과하게 정리하지도, 이야기를 만들어 넣지도 않습니다. 이미 그 자리에 있던 색이 장면의 대부분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가는 무언가를 증명하기 위해 나서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것들이 스스로 말하도록 기다리는 사람에 가깝다고 믿습니다.


이 노련 벽과 자전거의 조화 역시 의도된 장면이 아닙니다. 누군가 자전거를 세워두고 자리를 떠났고, 벽은 그 자리에 오래 머물러 있었을 뿐입니다. 빛이 지나가며 색을 더했고, 시간이 표면에 흔적을 남겼습니다. 사진은 그 과정의 한 순간을 건져 올린 결과입니다. 꾸미지 않았기에 남아 있고, 연출하지 않았기에 진짜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저는 색을 도구처럼 사용하지 않으려 합니다. 색을 통해 감정을 정해주거나, 장면의 의미를 대신 말해주고 싶지 않습니다. 이 노란색이 따뜻한지, 쓸쓸한지, 혹은 단순히 지나치게 밝은지는 보는 사람 각자의 몫으로 남겨두고 싶습니다. 사진이 감정을 설명하기 시작하는 순간, 장면은 누간가의 해석 안에 갇히게 되니까요.


사진이 말을 많이 할수록, 사진가는 한 발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입을 줄이고, 판단을 늦추고, 굳이 선택하지 않는 태도. 그렇게 남겨진 색은 각자의 기억과 경험을 불러옵니다. 저는 그 여백이 사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믿습니다.


색이 많을수록, 사진가는 조용해져야 합니다.

그래야 이 도시는, 이 하루는, 사진가의 목소리가 아닌 자기 자신의 색으로 남을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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