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있는 사람들 중
누군가 이 공간을 인생의 한 장면으로 기억하려고 앉아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은 그저,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아도 되는 장소가 필요해서
이 자리에 머물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는 늘 선택을 요구받으며 살아갑니다.
무엇을 할지,
어디로 갈지,
어떤 사람이 될지.
도시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다음 선택을 재촉합니다.
하지만 가끔은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좋아하지 않아도 되고,
싫어하지 않아도 되고,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그저 존재해도 괜찮은 상태 말입니다.
이 공간은 그런 역할을 합니다.
여기서는
열심히 살고 있다는 증거도 필요 없고,
잠시 멈춰 있다는 변명도 필요 없습니다.
머물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충분한 이유가 됩니다.
사진 속 사람들은
각자의 사적인 시간을 살고 있지만
그 시간을 특별하게 보호하려 애쓰지도 않습니다.
노출되어 있지만 소비되지 않고,
보여지고 있지만 설명되지 않습니다.
이 느슨한 상태가
오히려 사람을 가장 사람답게 만듭니다.
우리는 종종
의미 있는 선택만이 삶을 만든다고 믿지만,
실은 이런 의미를 유예한 순간들이
사람을 버티게 합니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 시간,
아무 결과도 남기지 않아도 되는 시간.
그래서 나는
사진이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보다
무엇을 요구하지 않아야 하는지에 더 관심이 있습니다.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해석을 서두르지 않으며,
아무 입장도 취하지 않은 채
그 순간을 그대로 두는 것.
선택되지 않았던 시간들은
대개 기록되지 않지만,
삶은 그런 시간들 위에서
가장 오래 버텨집니다.
사진도 마찬가지입니다.
설명되지 않은 채 남겨진 장면만이
끝내 소모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