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_올해도, 모든 순간을 찍지는 않겠습니다.

by Namuro


1월 1일이 되면 많은 말들이 새로 태어납니다.

새해, 다짐, 목표, 변화 같은 단어들 말입니다.

마치 오늘을 기준으로 어제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할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간을 조금만 가만히 바라보면,

달력이 바뀐다고 삶의 결이 갑자기 달라지지는 않는다는 걸 알게 됩니다.

새해는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는 날이라기보다,

우리가 어떤 태도를 계속 가져갈 것인지 다시 확인하는 날에 더 가깝습니다.


이 사진은 나무의 표면을 가까이에서 담은 장면입니다.

멀리서 보면 그저 한 그루의 나무일뿐이지만,

다가가 보면 수없이 겹쳐진 질감과 굴곡들이 드러납니다.

이 표면은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안쪽을 지키기 위해 생겨난 흔적들입니다.

시간과 바람, 비와 온도를 통과하며

필요한 것만 남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자연스럽게 걸러진 결과입니다.


제가 사진을 대하는 태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으로 살고 있지만,

모든 순간을 사진으로 가져와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의 표정과 감정, 관계의 순간까지

모두 기록할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늘,

찍을 수 있는 순간보다 찍지 않기로 한 순간들을 더 오래 고민합니다.


사진은 결국 선택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을 담을지보다,

무엇을 남겨두었는지가 더 많은 이야기를 해줄 때가 있습니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지만 멈췄던 순간,

셔터를 눌렀다면 더 강렬했을지 모르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던 장면들.

그 선택들이 쌓여 지금의 사진과, 지금의 기준을 만들었습니다.


새해가 되면 우리는 종종 더 많이 하겠다고 말합니다.

더 열심히, 더 자주, 더 크게.

하지만 저는 올해도

더 많이 찍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여전히 조심스럽게 바라보는 쪽을 선택하고 싶습니다.

겉으로는 달라 보이지 않을지라도,

그 기준이 흔들리지 않는 것이

사진을 계속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이라고 믿습니다


이 나무의 표면처럼,

겉은 거칠어졌을지 몰라도

그 안에는 분명히 지켜온 것들이 있습니다.

새해가 되었다고 해서

모든 것을 바꾸지 않아도 괜찮다고,

오히려 변하지 않기로 한 태도 하나쯤은

그대로 가져가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올해도,

저는 모든 순간을 찍지는 않겠습니다.

대신, 남겨도 되는 순간과

남기지 않아야 할 순간을 구분하는 기준만은

조금 더 단단하게 이어가고 싶습니다.


새해의 첫날,

그 다짐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17화포토에세이_선택되지 않은 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