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한 번에 읽히지 않습니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풍경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가까이 다가가면 수많은 선과 면, 방향과 속도가 겹쳐져 있습니다.
정돈된 계획과 즉흥적인 생활,
보여주기 위한 얼굴과 살아내기 위한 구조들이
한 프레임 안에서 동시에 존재합니다.
이 장면에서도 만찬가지입니다.
하늘 위로는 도시의 상징처럼 서 있는 타워가 보이지만,
그 앞에는 전선이 지나가고,
건물의 벽과 골목의 깊이가 시선을 끊어놓습니다.
중심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곳으로 곧장 닿을 수는 없습니다.
도시는 늘 이렇게,
겹쳐진 상태로 우리 앞에 서 있습니다.
저는 이 '겹침'이 도시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시는 결코 하나의 얼굴만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목적지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단지 스쳐 지나가는 배경이 됩니다.
같은 공간 안에서도
서로 다른 하루와 속도가 포개지듯 쌓입니다.
사람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흔히 누군가를 한 장의 이미지처럼 이해하려 하지만,
그 안에는 설명되지 않는 레이어들이 겹쳐져 있습니다.
보이는 표정 뒤에 남아 있는 망설임,
말하지 않은 선택들,
아무도 보지 않는 시간들.
사진이 그 모든 것을 단번에 설명할 수는 없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진을 찍을 때
하나의 의미로 정리하려 하지 않습니다.
깔끔한 해석보다
겹쳐진 상태 그대로 두는 쪽을 선택합니다.
전선을 치우지 않고,
방해되는 요소를 일부러 정리하지 않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도시는 원래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존재하고,
삶 역시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도시의 사진은 답을 주기보다
질문을 남긴다고 생각합니다.
이 장면은 무엇인가,
이 사람은 어떤 하루를 살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왜 이런 풍경을 지나치며 살고 있는가.
겹쳐진 채로 남겨두었을 때,
사진은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를 품게 됩니다.
도시는 늘 겹쳐서 보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 겹침을
하나로 정리하지 않은 채 기록하고 싶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까지 설명하려 하지 않고,
보이는 것들이 서로 간섭하는 상태 그대로.
그 불완전함 속에서
도시와 사람은 가장 솔직한 얼굴을 드러낸다고 믿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