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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산 Jan 11. 2022

2022년 1월 둘째 주 브런치 일기

쓰고 싶은 글은 따로 있지만

#0

브런치에서 또 독촉장을 보냈다. 글을 안 쓴 지 2주가 되었다는 것이다. 말도 안 돼. 벌써 2주라니. 뭐 했다고 2주가 지났단 말인가. 그동안 뭐 했는지 (변명) 생각해봐야겠다.


#1

우선 H 공모전에 당선되었다. 새해 선물을 받은 기분이나 공모전 자체는 2021년의 공모전이다. 비록 브런치 공모전은 아니지만, 결론적으로 2021년 글쓰기가 아주 무의미한 외침은 아니었던 듯하다. 한편 공모전에 당선이 되어도 역시라고 해야 할까 내 삶에 유의미한 변화는 없었다. 하긴 글 하나로 책을 낼 수 있는 것도 아닐 테니. 비로소 나도 작가 소개 글에 '○○ 공모전 당선'이라고 쓸 게 생기긴 하였지만, 다음 브런치 공모전은 여전히 막막하다. 예전에 멋도 모르고 '브런치는 당선 작가만 편애하는 거 아니야?'라는 글을 썼던 것 같은데, 지금으로선 부끄러워서 이불을 뻥뻥 찰 노릇이다. 여러 작가님이 댓글로 남겨주었던 조언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또 부끄러워서 이불을 뻥뻥 찼다.


#2

그건 그렇고 난 앞으로 뭘 해야 하는 걸까. 무엇을 할 수 있는 걸까. 다음 목표는 책인가? 그런데 왜 책을 내고 싶은 것인가. 그거 해서 뭐 하려고?


이전에 지나가듯이 언급한 적이 있는데, 결국 인간의 모든 창작 활동은 인기를 갈구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당연한 소리인가. 그런데 요즘 또 그런 생각이 든 건 다름 아닌 NFT 때문이다. 요즘 핫하다는 NFT! 그러나 배움이 부족한 나는 아무리봐도 이게 왜 돈이 되는 건지 모르겠고 현재로선 비트코인보다 더 장난질 같이 느껴진다. 그러나 디지털 작품에 주인이 있다고 꼬리표를 달 수 있고 그걸 거래할 수 있다면 많은 창작자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현업 일러스트레이터의 글을 보니 작품 자체의 미적 가치 등이 꼭 NFT 가격이 되는 건 아닌 모양이다. 내가 그림을 잘 그리고 오랜 시간 노력을 퍼부어 걸작을 완성한다고 그 그림이 비싼 값에 팔리는 게 아니다. 내가 쓸데없이 유명한 '핵인싸'면 똥을 싸도 비싸게 팔리는 게 NFT이다. 그리고 나를 '핵인싸'라고 띄워주는 건 대개 '핵인싸 이너써클' 마음이다. 아무것도 아니었던 (?) 그림을 갑자기 '이거 괜찮네'하고 가치를 폭등시키고 놀란 사람들이 '뭐야? 뭐야? 나도 살래요' 할 때 떠넘겨서 돈을 버는 듯한 느낌. 즉, 폭탄 돌리기 같았다. 중요한 건 나만 이런 생각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폭탄 돌리기 같아 보여도 내가 들고 있을 때 터지지만 않으면 된다. 따라서 가격이 오를만한 NFT에 돈이 몰리는 것이고 그러한 잠재 가치는 결국 '인기'로 회귀한다.


문제는 이 '인기'라는 게 참 신묘해서 얻기도 쉽지 않고 다루기도 참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노력으로 시작하여 '모든 건 그저 운명인가'라는 운명론으로 귀결되는 잡생각이다.


#3

NFT를 보며 든 다른 생각은 '돈이 돈 같지 않다'였다. 비트코인부터 시작해 여기저기 들리는 이야기는 돈의 단위 수가 다르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그 돈은 내게 없다. 내가 노동으로 버는 돈으론 '핵인싸'들이 산다는 NFT, 그 먹지도 못하는 디지털 쪼가리 하나조차 살 수 없다. 무엇이 가치 있는 일인지 혼란스럽다. 돌고 돌기 때문에 '돈'이라고 이름 붙여졌다는 돈. 도대체 그 많은 돈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에서 놀다 가는가.


#4

이제 의사도 투잡해야 하는 시대라고 한다. 아니 투잡은 진즉에 기본이 되었고 요즘은 쓰리잡(?)을 해야 살 수 있다고 한다. 끼가 넘치는 의사가 꿈을 펼치는 건 좋은 일이지만, '의사'만 하기에도 벅찬 이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싶다. 모든 의사가 좋아서 '유튜브'를 하는 걸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해야 하는 시대에 도달했다. 적어도 유튜브는 그렇게 보이는데, 브런치는 무사할까 싶다. 상대적으로 고상해 보이는 건 단지 매체 자체의 호흡이 느려서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무튼 세상이 자꾸 뭘 해야 한다고 불안하게 만드는 건 참 피곤한 일이다. 내가 늙었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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